피카소는 태어났을 때 웬일인지 숨을 쉬지 않았다. '사산'으로 착각했다. 훗날의 '위대한 미술가'는 하마터면 세상 구경도 못해보고 버려질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피카소의 삼촌이 '현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삼촌은 담배연기가 가득한 입김을 피카소의 폐 속으로 불어넣었다. 그러자 피카소는 울음을 터뜨렸다. '소생'한 것이다. 담배연기가 없었다면 위대한 미술가도 없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유럽 사람들은 가정이 필요했다. 가정을 꾸미지 못하면 대륙을 개척할 수 없었다. 유럽에서 신부를 '수입'하기로 했다.
90명의 처녀가 도착했다. 1인당 120파운드의 담배를 지불하고 모셔온 '비싼' 신부였다. 120파운드의 담배는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오는 선박의 운임과 같은 값이었다. 담배가 없었다면 현재의 미국도 없었다.
독일 작곡가 브람스가 '아줌마 부대'에게 포위 당했다. 짓궂은 질문이 너무 많았다. 브람스는 진땀을 흘리다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안에 연기가 구름처럼 퍼졌다.
한 아줌마가 기침을 하며 따졌다. "여자 앞에서 실례가 아닌가요." 브람스가 재빨리 대답했다. "글쎄요, 나는 천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구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졸지에 천사가 된 아줌마들은 브람스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담배는 아줌마들을 천사로 '변신'시켰다. 담배의 희한한 효능이었다.
담배는 약으로도 사용되었다. '성호사설'에는 가래가 목에 걸렸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 불편할 때, 먹은 것이 가슴에 걸려 신물을 토할 때 이롭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담배는 약이었다. 가루로 만들어 두통약으로 사용했다. 로마 교황에게는 천식 특효약으로 진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사꾼의 흥정에 담배가 빠지지 않았다. 옛날 종로거리에는 온갖 가게가 즐비했다. 가게 주변에는 흥정을 붙여주고 판매액의 일부를 뜯어서 먹고사는 '연립꾼'이 있었다.
연립꾼은 물건을 살 만한 손님이 나타나면 소매를 잡아끌었다. 가게 안에 준비되어 있던 '기사미'부터 내밀었다. 기사미는 잘게 썬 고급 담배다. 그리고 불을 붙여주면서 수작을 걸었다. "어떤 물건이 필요한가, 얼마나 사시려나, 가격은…."
연립꾼은 이런 식으로 '보처자(保妻子)'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린 것이다. 담배가 없었다면 장사꾼은 아마도 처자식과 함께 굶어죽었다.
외교사절에게도 담배는 필수품이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 사람과 '필담'을 나눌 때 긴 담뱃대를 물고 있었다. 일본 사람이 의아스럽게 여겨서 그 이유를 물었다. "신분 높은 사람은 담뱃대가 길고, 천한 사람은 담뱃대가 짧다"고 대답해주었다.
통신사 일행은 "너희 일본 사람보다 신분이 높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이다. 담배가 없었다면 통신사 일행은 일본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없었다.
'어진 임금' 정조가 정약용을 불렀다. 글 재간을 테스트했다. "그대가 글을 잘 짓는다고 들었다. 내가 담배 한 대 피울 동안 '태평만세'를 넣어서 한 줄 읊어봐라."
정약용은 곧 글을 지어서 바쳤다. 정조는 그 글을 읽어보고 감탄했다. '정말로 기재'라며 칭찬했다. 담배가 없었다면 다산 정약용은 초야에 묻혀버렸을 것이다.
담배는 나라를 어려움에서 구하기도 했다. 병자호란 때인 1636∼37년 소의 역병(牛疫)이 돌았다. 소는 마치 '광우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나가자빠졌다. 전멸상태에 이르렀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대책회의가 열렸다. 몽골에서 소를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수입대금'이 문제였다. 가뜩이나 가난한 조정에서 전란까지 겪었으니 돈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담배였다. 우리나라의 담배와 몽골의 소를 맞바꾸는 것이다.
나라에서 성익이라는 관리를 급파했다. 성익은 담배를 싸들고 몽골로 달려갔다. 협상 끝에 소 181마리를 구해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소는 이때 들여온 소가 불어나서 퍼진 '후손'이다. 담배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날 미국 쇠고기와 싸울 수도 없었다.
'춘향전'에 기막히게 맛있는 담배가 나온다. 이몽룡이 전라도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에게 달려가는 길가에서 농부들이 땀을 식히며 담배를 빨고 있었다.
"…가죽쌈지 빼어놓고 담배에 침을 뱉어 엄지손가락이 자빠라지게 비빗비빗 단단히 넣어 짚불을 뒤져놓고 화로에 푹 질러 담배를 먹는데… 양 볼 때기가 오목오목, 콧궁기가 발씬발씬, 연기가 홀홀 나게 피워 물고 나서니…"
3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골초들이 또 한차례 '공공의 적'이 되는 날이다. '춘향전'에 나오는 맛좋은 담배를 숨어서 피우기에도 껄끄러운 날이다. 괴로운 날이다. 그 골초들을 위해서 '담배가 유익했던 과거사'를 돌이켜보는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골초다.
김영인 기자 (csnews@cs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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