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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가 사람을 잡고 있네

올소맨 2008. 6. 8. 09:23

세조 임금 때의 일이다.  나라에서 제사에 쓸 소가 제대로 먹지 못해 여위고 말았다.  홀쭉해진 소를 본 임금이 화를 상투 끝까지 냈다.  세조는 담당 관리를 그 자리에서 파면시켰다.  그리고 김종련(金宗蓮)이라는 관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동료 관리가 쫓겨나는 것을 본 김종련은 바짝 긴장했다.  밤낮으로 외양간을 지키며 알뜰하게 소를 보살폈다.  '식물성 사료'도 듬뿍 줬다.  하지만 너무 많이 준 탓인지 더 이상 먹으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종련은 소에게 통사정을 했다.  


 

"소야, 소야.  어찌하여 풀을 먹지 않는가.  이미 너의 관원을 잡아먹고 또 나를 먹으려 하느냐.  부지런히 먹어서 나의 죄를 면하게 해다오."


 

'용재총화'에 나오는 우스개다.  옛날에는 이처럼 '사람 잡는 소'도 있었다. 

 

제사에 쓸 소는 특별했다.  조심스럽게 사육해야 했다.  소를 부를 때에는 '양반'이라고 높여서 불렀다.  소를 몰고 갈 때도 '이랴!'가 아니었다.  '양반, 이쪽으로 갑시다'하는 식으로 존댓말을 해줬다.  쇠죽을 먹여도 '식사하세요'였다.  특별대우였다.  그런 '높으신 소'를 잘못 사육했다가 처벌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소가 사람을 잡고 있다.  그것도 제사용이 아닌 식용 소가 사람을 잡고 있다.  한우도 아닌 미국 소가 바다 건너에서 사람을 잡고 있다.  그나마 '생후' 30개월도 안 된다는 어린 소가 사람을 잡고 있다. 

 

호랑이는 이빨이 무섭다.  물어뜯으면 '한 입에 날고기 두어 근' 정도는 간단하다.  소에게는 그런 이빨이 없다.  '맹수'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잡고 있다.  어쩌면 '동물성 사료'로 단련된 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소는 수백 명의 국민을 '닭장차'에 실려가도록 만들었다.  '불특정 다수'의 시위 군중에게 '물대포'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친 사람이 여럿이라고 했다.  고막이 터진 사람도 있고, 머리를 다친 사람도 있다는 보도다.  어떤 여대생은 소의 발굽 대신 군홧발에 짓밟히기도 했다. 


 

이미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사료값을 견디지 못한 축산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소가 '농심'을 먹어치운 것이다. 

 

미국 소는 월급쟁이들의 '황금 연휴'를 빼앗고 있다.  월급쟁이들이 '즐거운 연휴'를 까먹어가며 '72시간 철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 '촛불집회'가 어느새 한 달이다.  대학생에게는 강의시간을 빼앗고 있다.  여러 대학들이 찬반투표를 하고, 동맹휴업들을 하고 있다. 


 

미국 소는 '높은 사람'들도 잡고 있다.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그 대상이다.  이른바 '인적 쇄신'이다.  미국 소는 이빨을 경찰청장에게도 겨누고 있다. 


 

그뿐 아니다.  미국 소는 집권 여당의 '표'를 깡그리 먹어치웠다.  한나라당은 재·보선에서 여지없이 참패했다.  대통령의 지지율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지지율이 20%선에서 간신히 턱걸이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 바람에 '100일 잔치'가 우울해지고 말았다. 


 

대통령의 친형인 국회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 소는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할 시간까지 갉아먹고 있다.  미국 소는 '일자리가 없어서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싸잡아서 해치웠다.  그 희한한 발언을 한 대통령 친형의 홈페이지를 씹어서 삼켜버리기도 했다.  어떤 여당 국회의원의 수행원은 미국 소와 관련된 시비 끝에 시민에게 주먹질을 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소는 야당 의원들이 국회 개원조차 무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재협상'을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하도록 만들고 있다.  '국론'이 갈라지고, 나라꼴은 한심해지고 있다. 


 

미국 소는 주한 미국대사의 입을 빌려서 한국 사람들의 '무식'을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을 '무식한 국민'이라고 몰아붙였다.  미국 쇠고기와 관련된 과학을 좀 더 배우라고 했다.  그 때문에 온 나라가 발끈하고 있다.  미국 소는 한국 사람들의 자존심까지 잡고 있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