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의 맹상군은 조나라 평원군, 위나라 신릉군, 초나라 춘신군과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졌던 사람이다. 식객(食客)을 자그마치 3,000명이나 거느리고 있었다.
그 3,000명의 식객 중에는 희한한 '주특기'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에서 보듯, 도둑질 잘하는 식객과 닭 울음소리를 내는 식객도 있었다. 맹상군은 그 식객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더욱 희한한 식객은 하후장이었다. 하후장은 입만 열었다 하면 맹상군을 비난했다. 빌붙어서 사는 처지이면서도 '이것이 잘못되었다, 저것이 잘못되었다'면서 따지고 비난만 했다. 그랬으니 '비난 담당' 식객이었다.
좋은 소리도 자주 듣다보면 싫어지는 법이라고 했다. 싫은 소리가 좋을 까닭은 없다. 맹상군으로서는 귀찮은 식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맹상군은 하후장을 오히려 우대했다. '월급'으로 말 4마리 분의 사료와 100사람 분의 식량을 지급했다.
그런 맹상군의 처사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누구는 맹상군을 위해서 온갖 궂은 일을 다 하고 있는데, 하후장은 매일같이 쓴 소리, 싫은 소리만 늘어놓으면서도 짭짤한 '월급'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객은 못마땅한 나머지 하후장을 쫓아내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맹상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하후장에게 적절한 대접을 해주고 있다.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라."
하후장 역시 당당했다. 맹상군을 비난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맹상군은 나에게 높은 월급을 주고 있다. 나는 공도 세우지 못한 채 월급만 받고 있다. 내가 맹상군을 비난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고 싶어서다.… 더구나 맹상군은 싫은 소리를 해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맹상군은 나의 비난을 들어준 덕분에 덕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른바 '쇠고기 파동'과 관련, 홍보특보를 신설하고 대통령 실장 직속으로 홍보기획비서관을 둘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인터넷 여론을 전문적으로 수렴하는 담당자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는 '자아비판'의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그렇지만, '홍보' 강화로 '소통'이 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 방침, 정부 방침을 '홍보'로 밀어붙이면 되레 '소통'은 단절될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벌써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광우병은 없다. 한미 FTA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등등의 정부광고가 '일부 신문'을 제외한 각 신문에 실리고 있다. 국방부가 장병들에게 '광우병 특강'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에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 "재협상을 요구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공기업 인사 역시 대통령 '인맥'이 무더기로 발탁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강부자', '고소영' 등등에 이어 '이문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문제는 세상이 다 알지만 대통령만 모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정부가 '홍보'를 강화하면 '작은 정부'를 하겠다는 의지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가 아닌, '작지 않은 정부'로 변해갈 것이다. '소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홍보'에 매달리다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큰 정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맹상군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귀를 기울였다. '비난 담당 식객'까지 둘 정도였다. '소통'을 정말로 잘하려면 '홍보 담당'과 함께 '비난 담당'도 필요하지 않을까.
옛말에, 임금을 비판하는 신하가 7명만 있으면 '만사 OK'라고 했다. 그러면 임금이 비록 무도하더라도 천하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임금은 자신을 비판해주는 신하를 반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7명의 신하가 70명이 되고, 700명이 되고, 7,000명도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인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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