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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양이가 사람보다 잘먹는다던데...

올소맨 2008. 4. 18. 17:16

"네가 단 위에 드릴 것은 이러하니라.  매일 일년 된 어린양 두 마리니, 한 어린양은 아침에 드리고, 한 어린양은 저녁때에 드릴찌며, 한 어린양에 고운 밀가루 에바 십분 일과 찧은 기름 힌의 사분 일을 더하고, 또 전제로 포도주 힌의 사분 일을 더할찌며, 한 어린양은 저녁때에 드리되…."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말씀이다.  어떤 사람이 이 성경구절을 묘하게 해석, 하나님은 '대식가'였음이 틀림없다는 주장을 폈다.  '유일신'인 하나님이 하루에 새끼 양을 두 마리씩 바치라고 명령했으니, '유일신' 혼자 드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하나님은 육질이 연하고 맛있는 새끼 양만 찾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많은 미국 사람들이 이 '하나님의 식욕'을 경건하게 받들고 있다.  고기를 게걸스럽게들  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기를 먹기 위해 가축을 기르고 있다. 


 

기를 정도가 아니라 '대량생산'하고 있다.  '닭 공장'의 경우, 1초에 1.5마리의 닭을 잡아서, 털을 뽑아내고, 내장을 제거하고, 냉장하고, 포장까지 하는 '자동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닭을 빨리 살찌우기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닭장 안에서 서로 쪼아대며 싸우는 것을 막기 위해 부리를 인두로 지져버린다. 

 

전염병에 걸려서 떼죽음을 하면 손해가 나니까 항생제도 먹인다.  쉬지 않고 모이만 먹도록 하루 22시간씩 불을 밝혀둔다. 

 

닭을 빨리 살찌우려면 모이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옥수수, 콩 등 곡물 사료뿐 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한 동물성 사료도 먹이고 있다.  주로 생선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닭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3보다 먹는 것이 더 낫다.  어차피 도살될 운명이라면 미국 닭이 될 일이다. 


 

심지어는 '초식가축'인 소에게까지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있다.  소는 난데없는 동물성 사료 때문에 헷갈리고 만다.  그래서 뇌에 이상이 생기고, '광우병'에 걸린다.  그 '광우병'이 사람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가축이 이 정도니 애완동물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고양이는 코스타리카 사람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고 있다.  대단한 호강이다.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어쨌거나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생산한' 가축을 대량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비만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지옥에 떨어져라"는 말보다 "당신의 몸은 볼품 없이 뚱뚱하군요"하는 말이 훨씬 심한 악담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육식 위주의 식생활 패턴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나님의 식욕'을 따르고 있다.  단지 비만을 걱정하고 다이어트나 따지고 있다. 


 

세계가 식량위기를 걱정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오히려 식량위기의 원인을 중국과 인도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다.  못살던 수십 억 인구가 겨우 입에 풀칠하기 시작하면서 식량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이 '바이오 연료'를 만든다며 옥수수를 자동차에게 먹이는 바람에 가격이 뛰는 것은 다음 문제다. 


 

70년대에는 세계 식량사정이 오락가락하자 '육식 과세론'이 나왔었다.  고기를 많이 먹는 '선진국'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이었다.


 

당시의 '육식 과세론'에 따르면, 미국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1인당 3,300칼로리다.  990칼로리에 불과한 인도 사람의 3.4배나 되었다.  따라서 식량부족의 가장 큰 요인은 '선진국의 과식(過食)'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은 곡물의 '승수효과'를 일으킨다.  쇠고기의 경우 9배, 돼지고기는 4∼5배, 닭고기는 2배나 되는 곡물을 허비하게 된다.  이 '승수효과'를 감안하면, 미국 사람의 1인당 곡물소비량은 인도 사람의 6배에 이른다.  그러니 고기를 덜 먹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그런 '과세론'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원조기금으로 2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고작이다.  미국 사람들은 덜 먹을 이유가 없다.  미국 고양이보다 못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허리띠를 더 줄여야 할 뿐이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