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는 창

성공한 조조, 실패한 왕윤... 이명박, 김영삼 닮은 꼴

올소맨 2008. 4. 14. 16:10

'삼국지'에서 왕윤(王允)은 천하절색인 초선(貂蟬)을 여포에게 시집보냈다.  그리고 다시 동탁에게 바쳤다.  미녀를 빼앗긴 여포는 동탁에게 이를 갈았다.  '연환계(連環計)'였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미앙궁에 뛰어들어 조회를 열고 있는 동탁을 찔렀다.  동탁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여포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명이다.  동탁만 제거할 뿐이다.  나머지 사람의 죄는 묻지 않는다."


 

어명을 빙자했더니 아무도 동탁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는 만세를 부르는 사람까지 있었다.  여기까지는 잘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승리한 왕윤이 동탁의 부하는 물론, 가까이 지낸 사람까지 모조리 잡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머지 사람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아예 '싹쓸이'를 하려고 들었다.  이각과 곽사 등이 왕윤에게 사람을 보내 목숨을 구걸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동탁의 잔당(?)은 '이판사판'이 되었다.  어차피 죽을 바에는 한판 벌이기로 했다.  패거리들을 소집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10만이나 모였다.  장안으로 쳐들어가서 왕윤을 처치하고 임금을 포로로 잡아버렸다. 


 

왕윤의 실책이었다.  동탁을 제거한 후 나머지 사람들을 적절하게 포용했더라면 성공할 수 있을 뻔했다.  왕윤은 '점령군' 행세를 하다가 실패하고 만 것이다. 


 

조조(曹操)는 달랐다.  조조는 원소의 70만 대군과 관도(官渡)에서 혈전을 벌였다.  조조의 군사는 7만에 불과했다.  '1 대 10'의 불리한 싸움이었다.  게다가 군량마저 부족했다.  조조의 군사들은 지쳐 있었다.  누구나 조조가 이기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도 조조는 원소의 정예군사를 깼다. 


 

싸움이 끝난 뒤 조조는 전쟁터를 돌아보다가 편지 한 묶음을 발견했다.  조조의 부하들이 몰래 원소에게 투항하겠다고 쓴 편지였다.  조조가 질 것으로 예상, 원소에게 빌붙어 살아남으려는 편지였다.  배신자였다.  편지를 쓴 부하들을 모두 잡아들여 처벌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조조는 역시 '조조'였다.  "원소가 너무 강해서 나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는가"하면서 그 주장을 일축했다.  편지를 모두 태워버리게 했다.  다시는 편지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도 했다.  배신하려 했던 군사들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일, 조조가 배신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지 않은 부하들이 살길을 찾아 달아났을 것이다.  아니면 조조를 암살하려고 했거나. 


 

왕윤은 적을 만드는 바람에 실패했다.  반면 조조는 적을 만들지 않고 포용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  조조는 그릇이 컸다. 


 

돌이켜보자.  김영삼 정권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경제가 위기'라며 '신경제 100일 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오히려 'IMF 국치'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들였다.

 

김영삼 정권이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박태준 같은 사람'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유신' 때 경제를 건설했던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한 것이다.  그 결과 실물경제에 밝은 사람을 기용하지 않았고, 일할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권은 어떨까.  '기업 프렌들리'라며 역시 경제에 '올인'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취임하기 전부터 서둘렀다. 


 

그러면서도 김영삼 정권과 어딘가 닮은꼴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한 결과가 '고소영 S라인', '강부자 내각', '유인촌 삼행시'로 나타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 사람을 몰아낸다는 소식이 또 들리고 있다.  아마도 적이 제법 생길 것이다. 


 

김영삼 정권은 '치적'을 따졌다.  1만 달러 소득을 달성시키고, OECD 가입을 강행했다.  결과는 '별로'였다.  이명박 정권도 그런 것 같다.  '임기 내 대운하 완공'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