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번데기 통조림'을 가끔 먹는다. 맛이 고소하다. 농약 덕분에 귀해졌지만, '볶은 메뚜기'를 먹을 때도 있다. 바삭바삭하고 역시 고소하다. 우리가 아는 '곤충 요리 맛'은 대충 이 정도다.
다른 곤충 맛은 어떨까. 먹어본 사람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파브르 곤충기'를 보면 파브르가 '매미 요리'를 시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4마리의 새끼 매미를 얻었다. 맛을 될수록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단한 요리방법을 택했다. 올리브 기름 4∼5방울, 소금 한 스푼, 양파 등을 약간 준비했다.… 매미튀김 맛은 새우튀김 맛과 비슷했다. 아니, 볶은 메뚜기 맛에 더 가까웠다. 무척 딱딱하고 물기가 없어서 마치 가죽 씹는 듯했다."
매미는 고대 그리스 사람도 먹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밝혔다.
"매미는 허물을 벗기 전의 애벌레일 때가 가장 좋다. 허물을 벗고 성체가 된 매미는 수컷이 더 맛있다. 또 짝짓기를 한 후에는 하얀 알이 가득 든 암컷이 더 낫다."
중국 사람도 빠질 수 없다. 중국의 옛 요리책 '제민요술'에는 매미를 요리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굽고, 찌거나 삶아서 먹기도 했다.
중국 사람들은 곤충으로 젓갈을 담가먹기도 했다. 송나라 때 어느 지역에서는 초여름 밤에 개울가에 천아(天蛾)라는 곤충이 떼지어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날개가 떨어지며 강물 위를 떠내려갔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를 건져 모아서 면(麵)과 소금을 섞어 젓갈을 담갔다.
브리스토우라는 학자는 여러 종류의 '곤충 요리'를 시식했다. 곤충에 포함되지 않는 거미까지 먹어봤다.
"…구운 쇠똥구리 혹은 몸뚱이가 연한 거미는 껍질이 바삭바삭하고 속은 수플레처럼 부드러워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없었다.… 맛을 뭐라고 규정하기가 아주 힘드는데, 흰개미, 매미, 그리고 귀뚜라미의 맛은 상추와 가장 비슷한 것 같고, 큰 네필라 거미는 상추와 날감자 맛이 났으며, 물방개는 농축한 고르콘 졸라 치즈 맛이 났다. 나는 이 곤충들을 먹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플랑크톤을 먹어본 사람도 있다.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건넌 헤이에르달은 '콘티키'라는 책에서 플랑크톤 맛을 이렇게 소개했다.
"…냄새는 고약했지만 맛은 그런 대로 괜찮았다. 조그만 새우의 경우는 맛이 새우죽과 비슷했다. 심해(深海)의 어란 플랑크톤은 캐비어 비슷한 맛이 났고 어떤 때는 쓴맛이 나기도 했다. 골라내야 할 것은 풍선 모양의 우무질 강장동물과 길이 1cm 가량 되는 해파리였다. 이것들은 쓴맛이 나서 먹을 수 없었다. 그 외에는 모두 그대로 먹거나 혹은 맑은 물에 끓여서 먹을 수 있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태국에서 회의를 열고 곤충을 식량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먹을거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회의였다. 회의 참석자들의 식단에 곤충이 메뉴로 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곤충 요리는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말린 메뚜기는 42∼76%가 단백질이다. 집파리 번데기는 60%가, 벌의 번데기 말린 것은 90% 이상이 단백질이다. 새우는 3.3kg을 먹어야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지만 흰개미를 먹을 경우 500g이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소위 '선진국' 사람들은 곤충이라고 하면 기겁을 한다. '순대'의 재료인 동물 창자 얘기만 나와도 구역질부터 한다.
그 대신 그들은 쇠고기를 배터지게 먹고 있다. 지구촌의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굶어죽어도 아랑곳없다. 오히려 비만을 걱정하고, 다이어트나 따지고 있다. 옥수수로는 자동차 연료까지 만들고 있다.
결국 '곤충 요리'는 못사는 나라에서나 먹을 수밖에 없다. 상추와 날감자 맛이 나는 곤충을 씹으며 고기 맛을 상상해야 한다. 멀쩡한 옥수수는 자동차와 선진국의 가축에게 빼앗기고 유전자를 뜯어고친 'GMO 옥수수'로 배를 채워야 한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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