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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땅, 사랑하는 땅, 따라서 산 땅?

올소맨 2008. 2. 25. 11:14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밝혔다.  땅을 계산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7가지가 있다고 했다. 

 

1) 정사각형 땅(方田·방전) 2) 직사각형 땅(直田·직전) 3) 삼각형 땅(句田·구전) 4) 사다리꼴 땅(梯田·제전) 5) 이등변삼각형 땅(圭田·규전) 6) 마름모꼴 땅(梭田·사전) 7) 사다리꼴을 허리가 잘록하게 거꾸로 붙여놓은 땅(腰股田·요고전).  

 

그러나 이 7가지 모양으로 생긴 땅은 조선 8도를 깡그리 돌아다녀도 구경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삼척동자'도 이런 모양의 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희한하게 생긴 땅만 있었다. 
*뱀 모양 구불구불한 땅 *소뿔 모양 땅 *둥근 가락지 모양 땅 *이지러진 달 모양 땅  *당겨진 활 모양 땅 *찢어진 북 모양 땅... 

이렇게 묘하고 희한하게 생긴 땅이 산과 들을 온통 덮고 있었다.  토지제도가 엉망이 된 탓이었다. 

 

모양이 이런 땅은 면적을 계산할 재간이 없었다.  전자계산기가 있는 오늘날에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국가에서 파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세금도 제대로 거둘 수도 없었다. 

 

게다가 관리들은 농사짓는 땅(起田·기전)에서 걷힌 세금을 자기 뱃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농사짓지 않고 묵혀두는 땅(陳田·진전)을 농사짓는 땅이라고 우겨대며 세금을 물도록 했다.  백성은 세금을 '곱빼기'로 부담해야 했다. 

 

오늘날의 땅은 더욱 희한해졌다.  모양이 희한해진 게 아니라 명분이 희한해졌다.  새 정부의 새 장관 후보들 땅이다. 

 

보도에 따르면, 여론이 끓자 사퇴한 여성부 장관 후보의 땅은 전국에 40건이나 흩어져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외우기도 힘들 땅'이다.  이 땅 중에는 *남편이 사준 '기념품 땅' *나중에 살기 위한 땅 *사고나서 판 적이 없는 땅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화부 장관 후보는 *처가 쪽 친인척을 '따라서 산 땅' *투기와는 거리가 먼 땅을 가지고 있었다.  환경부 장관 후보는 *자연의 일부인 '사랑하는 땅' *농사지어야 하는지 모르는 땅이 있었다.  총리 후보의 땅에 대해서는 '우연히 투기지역과 맞아떨어지는 땅'이라고 꼬집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내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수위 대변인의 해명도 좀 희한했다.  후보 한 명을 빼면 31억 원으로 '떨어지는 땅'이라고 했다.  물가와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보들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 '떨어지는 땅'이 아니라 '새끼치는 땅'일 것이다. 

 

이런 땅은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세금폭탄'을 무서워하는 서민들에게는 '불가능한 땅'이다.  서민 '기죽이는 땅'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숙향(叔向)이라는 사람이 고급 공무원인 한선자(韓宣子)를 찾아갔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한선자가 말했다.  "나는 명색이 고급 공무원인데도 재산이 없네.  그래서 다른 공무원들과 어울릴 수 없어서 걱정이네."

 

숙향은 그 말을 듣더니 "정말로 축하한다"며 박수를 쳤다.  의아해하는 한선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대부를 지낸 난무자(欒武子)라는 사람은 땅이 2백 경(頃)에 불과했다.  조상에게 제사지낼 그릇조차 제대로 없었다.  그러면서도 덕행으로 일을 처리해 백성의 존경을 받았다.  제후들이 그와 교제하려고 했고, 심지어는 변방의 오랑캐까지 그에게 의지하려고 했다."

 

숙향은 말을 계속했다. 
"나중에 난무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포악하고 사치스러웠다.  재물을 긁어모으는 데 끝이 없었다(貪欲無藝·탐욕무예).  마땅히 벌을 받아야 했지만 아버지의 덕행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재산이 없으면 자식에게까지 도움이 미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어떤 장관 후보는 본인뿐 아니라 아들과 딸도 대단히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과연 '목민관'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