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끌려갔다. 생전의 행적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마음씨를 올바르게 쓰지 못했던 '과거사'가 속속 드러났다. 천당은 포기해야 했다. 지옥으로 떨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의 판결이 떨어졌다. 염라대왕이 '사람으로 환생하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뭔가 잘못된 판결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염라대왕은 한술 더 떴다. 환생을 하되, 선비로 태어나라고 했다. 거기에다 아들 다섯 형제까지 두도록 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고마워서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판결이었다. 지옥을 면하고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환생하는 것만 해도 기뻐서 날뛸 일이었다. 그런데 의젓한 선비에다가 떡두꺼비같은 아들까지 다섯이라니.
염라대왕의 판결을 받아쓰던 서기가 짜증을 내며 붓대를 집어던졌다. 벌떡 일어서서 투덜거렸다. "오늘 대왕께서 무슨 판결을 이따위로 하십니까. 아마도 간밤에 마신 술이 덜 깬 것 같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껄껄 웃었다. "그렇지 않다. 가난한 선비로 환생해서 다섯 아들 공부시킬 생각을 해봐라. 허리가 꺾어질 것이다. 지옥 떨어지는 것보다 나을 게 뭐가 있겠는가. 차라리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편이 낫지."
그제야 이 사람 '아뿔싸'했다. 판결을 번복해달라고 빌었다. 아들 없는 상놈으로 환생하고 싶다고 졸랐다. 그렇지만 이미 결정된 판결이었다. 뒤집을 수는 없었다. 우스갯소리가 아닐 수 있는 우스갯소리다.
자녀 한 명을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2억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5년 보도에 따르면, 자녀 한 명 당 2억1905만 원이라고 했다. 그 비용도 '인플레'를 타고 있다. 작년 보도에는 2억3189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에 1300만 원 가량 더 부담하게 된 것이다.
자녀 두 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당연히 '곱빼기'로 들어야 한다. 그러면 4억6천만 원이다. 고스란히 모은다면 어지간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은행 이자까지 따지면, 큰 아파트가 되고도 남을 돈이다. 부모 허리가 꺾어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쌍둥이 자녀가 아닌 이상, 작은아이는 큰아이보다 대학을 2년쯤은 늦게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비용이 또 '인플레'를 탈 것이다. 그러면 '4억6천만 원+α'다. 염라대왕 앞에서 '아뿔싸'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인구가 줄어든다며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한다.
올해 역시 등록금이 오르고 있다. 예년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보도에 따르면 30%나 올리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등록금 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팔짝 뛰고, 부모들은 한숨이다.
그나마 학자금 대출금리까지 올랐다. 작년보다 1% 포인트 가까이 오른 연 7.65%로 높아졌다는 보도다. 빚 얻어서 대학 보내기도 힘들게 되었다.
작년에는 '반값 등록금' 얘기라도 잠깐 나오더니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 학부모들은 학창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는 차기 대통령에게 은근히 기대를 걸었지만, 대학 자율화를 언급하면서도 등록금에 대한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 대학생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 몰려가서 '데모'를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선거가 끝나서 그럴 것이다. 새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영어뿐이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려워 졸업을 몇 년씩 늦추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덕분에 학비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부모 가운데 4분의 1이 '신용불량'이라는 통계도 있었다.
벼락과 대포알은 한번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포알이 떨어진 자리에 가서 엎드리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등록금 폭탄'은 예외다. 똑같은 자리에 되풀이해서 떨어지고 있다. 등록금 납부 때마다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6개월마다 인상이다. 자녀 두 명을 대학 보내면 '곱빼기 폭탄'이다. 학자금을 대출 받으면 '이자 폭탄'이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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