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무조(武照)라는 '얼짱' 미녀에게 빠졌다. 이세민은 무조를 '미랑'이라고 부르며 끔찍하게 아꼈다. '이쁜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약한 일이 벌어졌다. 이세민의 아들 치(治)가 무조를 보더니 '뿅' 소리를 낸 것이다. 치는 감히 아버지이자 황제의 여자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무조는 '음탕녀'였다. 그런 치를 은근히 유혹했다. 늙은 이세민보다는 젊은 치가 아무래도 좋았다. 무조와 태자 치는 몰래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들통나면 난리가 날 '사건'이었다. 희한한 '삼각관계'였다.
다행스럽게도(?) 이세민은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양만춘 장군의 화살을 맞은 뒤 끙끙 앓더니 사망하고 말았다. 치는 고종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거리낌없이 '아버지의 여자'와 즐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치 역시 잔병이 많았다. 병을 앓다가 죽었다. 무조는 '겹치기 과부'가 되었다.
무조는 '야심녀'였다. 치가 죽자 냉큼 황제 자리에 앉아버렸다. 나라 이름까지 주(周)라고 고쳤다. 주나라 황제가 된 것이다. 스스로 '신성황제'라고 했다. 이 신성황제가 중국 역사에 나오는 '측천무후'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자 황제다.
측천무후 무조는 '냉혹녀'이기도 했다. 고종인 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자신의 갓난 딸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나서 고종의 아내인 황후가 그랬다고 모함했다. 황후의 팔과 다리를 자르고 술독에 빠뜨려 죽였다. 자신의 언니가 치와 몰래 만나 아들을 낳자 역시 없애버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연적과 정적을 깡그리 '싹쓸이'했다. 치열한 '권력투쟁(?)' 끝에 '신성황제'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이 차디찬 여자 황제 밑에 '고문 기술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서도 내준신과 주흥이라는 관리가 으뜸이었다. 형벌이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이들은 여러 가지 고문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백성은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이 악랄한 관리 주흥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투서가 날아들었다. 발끈한 무조는 내준신에게 사건을 처리하라고 명령했다.
내준신은 주흥을 술자리로 불렀다. 술을 마시면서 자기들의 '주특기'인 고문에 관한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자네는 죄지은 사람의 입을 어떤 방법으로 여는가."
주흥이 대답했다. "아주 간단하네. 큰 독을 가져다 놓고 독 주위에 장작을 쌓아 불을 지피지. 독이 뜨거워지면 그 속에 집어넣는다네. 그러면 누구라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지. 사실은 나도 그 방법을 가장 무서워한다네."
내준신은 주흥의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해보자며 부하를 시켜 큰 독에 불을 지피도록 했다. 그리고 주흥에게 말했다. "누군가가 반란 혐의로 자네를 고발했네. 유감스럽지만 자네가 독 속으로 들어갈 차례가 되었네."
주흥은 그 자리에서 까무러쳐야 했다. 여기에서 '청군입옹(請君入瓮)'이라는 말이 생겼다. 상대방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이다.
중국의 '농약 만두'가 지구촌을 시끄럽게 만들더니, '살충제 고등어'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그뿐인가 했더니 장어 양념구이에서는 발암성 물질이 나왔고, 냉동 골뱅이에서는 세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또 있었다. 일본에 수출된 냉동 돈가스에서도 살충제가 나왔다고 한다. 돼지고기 햄에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 등을 섞은 '가짜 쇠고기'가 적발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사상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식용으로 부적합한 쇠고기라는 보도다.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장사꾼에게 '청군입옹'의 '과거사'를 적용하면 어떨까. 문제가 된 '살인 음식'을 생산자와 책임자에게 모조리 먹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서워서라도 다시는 '살인 음식'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만든 제품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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