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완전식품'이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마시자. 자기 전에 밤참으로도 마시자. 하루에 4분의 1 갤런 이상 마시자. 모든 학교 급식에 우유를 포함시키자..."
미국 사람들은 이런 캠페인까지 하면서 우유를 게걸스럽게 '밝혔다'. '완전식품'이라고 믿으며 마셨다.
덕분에 우유 소비가 늘었고, 생산량도 급증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생산되었다. 아무리 마셔도 남아돌았다. 처분하는 데 골치를 앓게 되었다.
남아도는 우유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전 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원조하기로 했다. 보관하기 쉽도록 분유로 가공했다. 배에 실어 브라질로 보냈다.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은 '완전식품'을 얻어먹고 힘을 낼 것이었다. 1962년이었다.
그러나 웬걸. 브라질 사람들은 힘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분유를 물에 타서 마시더니 헛배가 부르고, 복통과 설사를 앓았다.
미국은 분유를 오염된 물에 타서 마셨기 때문이라며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그렇지만 깨끗한 물에 타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의 가난뱅이들은 '우유체질'이 아니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우유는 완전하지 못한 '불완전식품'이었다.
미국은 그 이유를 조사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우유 안에 든 당분을 소화시키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했다. 그래서 소화불량에 걸리고 설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는 '인종'은 유럽 사람 특히 그 중에서도 북유럽 사람뿐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람 중에서는 불과 5% 정도만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인구의 절대다수인 95%가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중국 사람들은 우유를 먹어도 소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먹을 것이라면 젓가락부터 내밀면서도 우유만큼은 외면해왔다. 중국 사람들은 우유를 소의 '타액'처럼 불결한 분비물이라고 생각했다. '보기 흉하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분비물'로 여겼다. 우유를 먹느니 차라리 소의 침을 마시겠다며 '완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중국의 임어당은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앞으로도 먹지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것은 오직 치즈뿐이다. 몽골의 신도 우리로 하여금 치즈를 먹도록 설득할 수 없고, 유럽 사람들은 더욱 더 우리에게 그것을 권할 수 없다."
미국 사람들은 중국요리를 가끔 즐기면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맛좋은 중국요리 가운데 우유를 사용한 요리는 없었다. 중국요리에는 크림 소스를 뿌리거나, 치즈를 넣은 게 없었다. 국수나 밥에 버터를 곁들이지도 않았다.
그랬던 중국 사람들이 이제는 '더러운 분비물'인 우유를 '엄청' 소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인당 연간 유제품 소비량이 유럽과 맞먹는 수준인 20kg에 달하고 있다는 보도다. 없던 '소화 유전자'가 갑자기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선진국 환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그 많은 인구가 먹어대는 바람에 세계 우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 그 영향이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 먹을거리 가격이 모조리 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유와 유제품 가격 역시 튀고 있는 것이다. 치즈를 재료로 쓰는 동네 피자 가게들은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라면값을 언급하고, 소비자물가는 겁도 없이 오르고 있다. 이래저래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홀쭉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 장바구니가 되레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먹을거리 가운데 뭔가를 줄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형편이 닥치고 있다.
이번 참에 장바구니에서 우유라도 한 팩씩 덜어내는 게 어떨까. 어차피 우리에게도 우유는 '불완전식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산업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세상을보는 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은하의 '한반도 대운하' 노래 (0) | 2008.03.14 |
---|---|
등록금 펑펑 올려도 시간강사 줄 돈은 없어! (0) | 2008.03.10 |
'식량위기' 떠들면서 농사는 노인들이나? (0) | 2008.03.04 |
'곤충 요리'는 상추와 날감자 씹는 맛? (0) | 2008.02.29 |
기념품 땅, 사랑하는 땅, 따라서 산 땅? (0) | 2008.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