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관처사(獨觀處士)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세상을 무서워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매를 무서워하고, 물 속의 고기가 물개를 두려워하고, 토끼가 사냥개를 겁내는 것처럼 떨리는 게 너무나 많았다. 세상에 섞여서 살게 되면 열 걸음을 걷다가 아홉 걸음을 넘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만 틀어박혀서 지내고 있었다.
충묵선생(沖默先生)이 그런 독관처사를 찾아왔다. 난데없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독관처사가 물었다. 충묵선생이 말했다. 고려 때 선비 이규보(李奎報)가 쓴 '외부(畏賦)'에 나오는 얘기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입을 조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그런데 노래로 먹고사는 가수도 여기에 포함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가수 이은하가 부른 '한반도 대운하'라는 노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 운운하는 노래다. '대운하' 노래는 민감한 시점에 나온 민감한 노래였다. 이은하는 졸지에 '정치 가수'가 되었다. 본인은 별 생각 없이 부른 노래라고 했지만, 운하가 들어설 곳에 땅을 사놓은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운하 때문에 가뜩이나 갈라져 있는 국론을 더욱 쪼개놓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규보의 지적처럼 입은 하늘보다, 임금보다, '조폭'보다, 호랑이보다도 무서운 것이다. 가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입으로 먹고사는 가수가 입을 조심하면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
'세상을보는 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쥐머리 새우깡... 위기 대응 '빵점'과 '100점' (0) | 2008.03.22 |
---|---|
'솔로몬의 황금'... 돌잔치 금반지 구경 힘들다? (0) | 2008.03.17 |
등록금 펑펑 올려도 시간강사 줄 돈은 없어! (0) | 2008.03.10 |
'불완전식품' 우유값 뛰고…'장바구니' 부담 늘고 (0) | 2008.03.07 |
'식량위기' 떠들면서 농사는 노인들이나? (0) | 2008.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