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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머리 새우깡... 위기 대응 '빵점'과 '100점'

올소맨 2008. 3. 22. 06:36

<사례 1>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牛脂)를 라면 제조에 사용한 혐의로 삼양식품을 비롯한 일부 식품업계 관계자가 구속되었다.  소비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해명성 광고'는 되레 책임회피라는 비난만 불러일으켰다.  공업용 '뼈'를 가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국회가 열리고 관계장관 책임론이 거론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었다.  그래도 삼양식품은 무엇인가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성분분석 결과 우지 자체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삼양식품은 큰 타격을 받아야 했다.  1995년 7월 서울 고등법원이 항소심에서 식품회사 간부와 회사 등에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간신히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사례 2>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시공회사인 동아건설은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는 한편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발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동아건설은 실수를 했다.  사고원인을 서울시의 관리 소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 부실시공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동아건설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최원석 회장이 "성수대교를 새로 건설,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 발표 역시 부실시공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았다.  동아건설은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고도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말았다. 


 

<사례 3>
미국의 존슨 앤 존슨 회사는 1982년 '타이레놀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누군가가 타이레놀 캡슐에 독극물을 넣는 바람에 시카고 지역에서 7명의 소비자가 사망한 것이다. 


 

이 회사는 즉시 문제의 약품을 회수하기 위해 조직을 총동원했다.  사건이 시카고 지역에서 발생했는데도 전국의 시장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했다.  또 제임스 버크 회장이 TV에 출연,  매일 소비자들에게 회수 상황을 알렸다.  무려 1억 달러의 경비와 2,500명의 인력을 동원해야 했다.


 

'타이레놀 사건'은 독극물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에게 떠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존슨 앤 존슨은 전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라며 회수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사건 직후 절반으로 뚝 떨어졌던 매출액이 3년 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잘 나가던 기업이 뜻밖의 사고나 돌발사건,  잘못된 보도,  유언비어, 심지어는 개인에 의한 장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업은 그 원인이 어떻든 간에 즉시 대처해야 한다.  단 1분이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큰 일을 작게 만들려 하고, 작은 일은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꺼려야 하는 것은 우유부단하게 시간을 끌거나 사실을 은폐하고 감추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삼양식품은 숨기는 듯한 태도 때문에, 동아건설은 남의 탓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야 했다.  반면 존슨 앤 존슨 회사는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는 사건을 자기들 책임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이번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은 기업의 위기 대응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빵점'이었다.  '생쥐머리'가 나온 지 한 달이나 지나서야 사과문을 발표하고 생산을 중단하는 등 사건을 숨기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생쥐머리'는 다행히 발견되었지만, '몸통'은 이미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문제의 새우깡을 국산으로 알고 먹어왔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반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완제품으로 가공한 것이라는 사실에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경영 마인드'가 달라져야 했다.  간부직원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을 경우라고 해도, 존슨 앤 존슨 회사처럼 경영자가 나서서 대응했어야 했다.  기업의 위기는 언제라도 또 올 수 있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