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는 창

'솔로몬의 황금'... 돌잔치 금반지 구경 힘들다?

올소맨 2008. 3. 17. 08:37

스페인의 '깡패'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제국에 나타났다.  피사로의 부하들은 칼과 석궁, 구식 보병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잉카 임금 아타왈파가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피사로를 맞으러 나왔다. 


아타왈파는 보석 목걸이에, 번쩍이는 황금 가슴받이를 걸치고 있었다.  위엄이 넘쳤다.  신하들 역시 금과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것이 실수였다.  잉카 임금은 '깡패'에게 황금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해야 했다.  황금에 눈이 멀어버린 피사로는 부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불과 30분도 안 되는 싸움 끝에 잉카 임금은 사로잡히고 말았다.  피사로는 잉카 임금을 커다란 방에 가뒀다. 

 
석방 조건이 악랄했다.  임금이 갇힌 5.1x3.6m나 되는 넓은 방에 팔을 껑충 뻗쳐 올려 닿을 수 있는 높이인 2.4m만큼을 황금으로 채우는 조건이었다. 


잉카제국은 온갖 보물과 장식물, 노리개를 가지고 와서 방을 채웠다.  가득 채우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하지만 잉카 임금은 이처럼 엄청난 '몸값'을 내고도 결국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피사로 역시 오래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뜯어낸 몸값을 써보기도 전에 부하들에게 암살 당하고 말았다. 

 
티티카카 호수에는 섬 두 개가 있었다.  큰 섬에 '태양의 사원'이 있었다.  태양의 사원은 모든 것이 금이었다.  제단에 둘러져 있는 금줄은 힘센 장정 20명이 간신히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제단 위에는 무게가 1t에 달하는 둥그런 황금 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금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짐승들도 세워져 있었다.  


작은 섬에는 '달의 사원'이 있었다.  달의 사원에는 은이 가득했다.  달을 상징하는 은 방패가 설치되어 있었다.  직경이 3m나 되는 큰 방패였다.

 
백인 '약탈자'들이 그대로 둘 리 없었다.  당장 빼앗으려고 달려갔다.  그렇지만 약탈 작전은 성공할 수 없었다.  사원을 지키던 사제들이 빼앗기기 전에 모조리 호수 밑으로 던져버렸던 것이다.  약탈자들은 분풀이로 사원을 불지르고 사제들을 학살했다. 


잉카제국의 임금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부자가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자라는 이스라엘의 다윗 임금이다.  다윗의 재산은 황금만 515만kg이었다.  은은 그 10배가 넘는 6200만kg에 달했다.  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글자그대로 '솔로몬의 영광'을 누렸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의 뜻을 받들어 예루살렘에 여호와 신전을 세웠다.  거창한 신전이었다.  부지가 2만 평에 달했다.  신전은 물론이고 부속건물, 각종 제구(祭具) 등까지 황금과 은, 희귀한 향나무 목재로 장식했다.  건물의 벽은 대리석이었다.  지붕은 황금으로 된 판을 이어서 덮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공사에 동원된 인력이 18만 명이었고, 감독관만 3850명이나 되었다.  기원 전 967년이었다.

 
솔로몬의 재산은 그것뿐 아니었다.  해마다 황금만 3300kg이 공물로 들어왔다.  그 중에는 '시바의 여왕'이 낙타에 싣고 와서 바친 것도 있었다.  다른 공물을 제외하고, 황금 수입만 따져봐도 요즘 시세로 연간 1,300억 원 가량 된다.  아무리 펑펑 써도 축나지 않을 재산이었다.  솔로몬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왕비 700명, 후궁 300명과 함께 떵떵거렸다.  

 
515만kg의 황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녹여서 한 돈 짜리 금반지를 만들면, 13억 중국 사람에게 골고루 한 개씩 나눠주고도 제법 남는다.  우리나라 5천만 인구에게 나눠준다면 1인당 27개씩 돌아갈 수 있다.  그러고도 반 돈 짜리 하나씩을 덤으로 더 줄 수 있다.  솔로몬 당시의 세계인구를 감안하면 아마도 전 인류에게 몇 개씩 나눠주고도 남을 황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엄청난 황금을 보관하는 금고는 또 얼마나 컸을까.

 
오늘날 금값이 '천정부지'라는 소식이다.  돌잔치를 해도 선물로 들어오는 금반지를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보도다.  그런 반면, 끗발 있는 사람들은 금반지가 아니라 아예 '금괴'를 사 모으고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기에게 돌반지조차 끼워주기 어려운 서민은 '솔로몬의 황금'을 상상이나 해보는 수밖에.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