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는 창

상근이와 '견공오륜(犬公五倫)'

올소맨 2008. 3. 24. 15:19

보도에 따르면 상근이는 '특별 메뉴'를 즐긴다.  그 메뉴가 '짱'이다.  고기와 우유 등으로 잘 차려진 '영양만점 식단'이다.  한 끼 비용이 1만 원 정도나 든다.  


 

이에 비해 '불특정다수의 사람'은 머리를 떼어낸 생쥐의 몸통을 '깡'에 섞어서 먹는다.  최근까지 먹었다.  참치 '캔'을 먹을 때는 칼날부터 조심스럽게 추려내야 한다.  자장면 값이 조금만 올라도 걱정부터 해야 한다. 


 

상근이는 그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정성껏 마련된 '특별 메뉴'를 오로지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상근이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보다 훨씬 낫다.  


 

상근이는 돈을 잘 번다.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40만 원이다.  화보를 촬영하면 200만 원, CF를 촬영하면 500만∼1천만 원이다.  전담 매니저까지 두고 있다.  피부와 털 관리인이 정기적으로 보살펴주고 있다.  


 

반면 '불특정다수의 사람'은 열심히 벌어도 고작 '88만 원'이다.  수입이 보잘것없다.  그냥 논다는 사람도 160만 명이다.  '사실상 백수'가 300만 명이다.  상근이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보다 '엄청' 낫다.  


 

상근이의 인기는 '짱' 중에서도 '킹짱'이다.  팬 사인회를 열고 '발 도장'을 척척 찍어준다.  홈페이지는 방문객이 '수만'이다.  몇몇 열성 팬은 애견훈련소까지 찾아오고 있다.  '국민견'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불특정다수의 사람'은 그런 인기가 불가능하다.  꿈도 꿀 수 없다.  상근이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보다 '무지' 낫다. 


 

상근이는 '견공오륜(犬公五倫)'에 도통한 견공이다.  '견공 사회'의 윤리를 꿰뚫고, 지킬 것을 지킨다.  사람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종종 무시하지만, 견공은 '견공오륜'을 어기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불특정다수의 사람'보다 낫다. 


 

1) 지주불폐(知主不吠)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 

견공은 자기 주인을 받든다.  주인을 향해서는 절대로 짖지 않는다.  '견공 사회'에는 배신행위라는 게 없다.  반면 사람은 걸핏하면 윗사람에게 대든다.  정치판에서는 수틀리면 '탈당'이다.  철새 행동이 다반사다.  견공은 그런 짓 안 한다.  

2) 모색상사(毛色相似)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  

 견공은 자기를 낳아준 어미를 닮는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사람은 때때로 부모를 닮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까지 뜯어고친다.  머리털 색깔을 부모와 다르게 바꾸기도 한다.  견공은 성형수술도, 염색도 하지 않는다.  변함 없는 '부자유친'이다.  


 

3) 일폐중폐(一吠衆吠)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

견공은 동료가 짖으면 일제히 따라서 짖어준다.  '견공 사회'의 의리다.  견공은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결코 밟고 올라가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동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를 '기회'로 삼는다.  재빨리 뒤통수를 후려친다.  '불특정다수'의 사람이 그런 짓을 일삼는다. 


 

4) 잉후원부(孕後遠夫)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 

견공은 새끼를 가지면 '성생활'을 기피한다.  철저하게 '부부유별'이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 30대 가장이 자기 딸을 아들과 함께 4년 동안이나 성폭행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안양 어린이 유괴·살해사건 용의자는 성추행 사실이 드러날 것 같아서 죄 없는 어린이를 무참하게 살해했다는 보도다.  


 

5) 소부적대(小不敵大)하니, 장유유서(長幼有序). 

상근이는 체격이 우람한 '거물'이지만 누구와 다투는 법이 없다.  치와와처럼 작은 견공은 상근이 같은 거물에게는 감히 대들 생각조차 품지 않는다.  '견공 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계질서가 있다.  


 

견공보다 못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일가족 살해거나, 토막 살해다.  국보에 불을 지르고 있다.  먹을거리에서 생쥐머리나 칼날이 나오면 '오리발'이 먼저다.  '견공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