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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주원

올소맨 2009. 3. 23. 03:20

발레 <신데렐라>, 어려운 캐릭터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행복

 

 

발레리나 김주원은 아름다운 라인에 조용한 말투와 그저 자리에 앉는 것조차 하나의 안무로 느껴지는 몸짓을 가진,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듯한 사람이다. 2002년 4월에 있었던 국립발레단의 일본 순회 공연에서 현지 평론가로부터 ‘그녀는 배우다’라는 찬사를 받은, 기술과 연기에서 모두 뛰어난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주원을 만났다.

김주원은 이번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에서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신데렐라의 친 엄마이자 요정을 연기한다. 친 엄마로서 사랑하는 이를 두고 죽음을 맞이하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과,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요정을 동시에 표현해야한다. 헌데 김주원은 이 어려운 역할을 맡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지만 엄마와 요정은 전혀 성격이 달라요. 엄마를 연기할 때는 첫 아다지오부터 100%를 쏟아내야 해요.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두고 아파서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표현해야 하니까요. 모든 감정을 다 끌어올려서 시작을 해야 하지요. 반면에 1,2,3막을 이끌어가 가는 요정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요정은 천사와 악마, 요정이자 큐피트 같은 귀여움에 때로는 남성적이기도 하니까요. 하루내내 어려운 캐릭터에 대해 고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행복이고, 이런 역을 맡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 역은 안무가가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고 무용수가 동작을 부여한 드문 역할이거든요. 제겐 정말 좋은 공부가 되는 작품이지요.”

김주원이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도베 라 루나’에 이어 세 번째다. “마이요는 천재 안무가에요. 천재 안무가들은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데 마이요의 경우는 그 언어가 매우 뚜렷하지요. 이번 작품은 발레인데도 맨발로 춤을 춰요. 의상도 매우 모던하고 스토리도 특이하지요. 마이요는 이렇게 상징적인 부분을 잘 이용해요. 그러나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안무가이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모던과 클래식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마이요가 제게 요구한 것은 테크닉도 표현력도 아닌 마음으로 춤을 추는 것이었어요. ‘from the heart’라고 표현하며 마음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가 자신의 춤을 추길 바란다고 했어요.”

이번 ‘신데렐라’는 국립발레단의 주역이 모두 한 무대에 선다. 그중에서도 신데렐라를 연기하는 김지영은 김주원의 좋은 라이벌이자 동료다. 김주원은 김지영에 대하여 파워를 가진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발레가 좋은 무용인 이유는 같은 사람이라도 무대에 설 때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같은 역할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예요. 김지영씨는 강한 느낌을 주는 예술관이 뚜렷이 선 발레리나입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다이내믹하고 파워풀한 춤은 제가 갖지 못한 장점이지요. 저와는 다른 장점을 지닌 김지영씨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동료인 김지영이 있다면, 이전부터 그녀와 함께한 스승으로는 국립발레단의 최태지 단장이 있다. 김주원은 존경하는 발레리나로도 최태지 단장을 꼽는다. “제가 발레를 시작하던 시절부터의 스승님이세요. 어머니면서 스승이고 친구이며 단장님이지요. 어머니께 할 수 없는 이야기도 단장님께는 할 수 있어요.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는 고마운 분이예요.”

김주원은 이제 나이 서른을 넘겼다. 발레뿐 아니라 몸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나이 먹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김지영은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 나이 드는 것을 좋아하는 무용수예요.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고 춤을 출수 있게 됐어요. 제게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무용수들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당연히 이전보다 몸은 더 자주 아프고 회복도 느려졌어요. 눈뜨고 일어나 땅에 발을 딛고 서면 전신이 아파요. 하지만 이전에는 움직였다면 이제는 진정 춤을 추는 느낌이예요. 감정도 풍부해지고 다른 무용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게 됐으니 만족해요.” 김주원은 그토록 마른 몸이건만 별명이 돼지라고 한다. 가리지 않고 잘 먹고 특별히 비타민이나 보양식을 챙기지도 않는단다. 나이 듦을 퇴보가 아닌 진보로 생각하는 이들은 특별한 비법이 없어도 늙지 않는가 보다.

마지막으로 이번 ‘신데렐라’를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만으로도 굉장히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인데 마이요는 거기에 현실적으로도 공감 할 수 있는 것들을 추가했어요. 계모와 아빠, 엄마를 모두 등장시킴으로서 질투와 집착 등의 현실적인 감정을 넣었지요. 현실적이면서도 마지막 아다지오를 보면 눈물이 흐를 정도로 환상적이고 따뜻하며 아름다운 작품이예요. 요즘처럼 춥고 어려운 시기에 이 작품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 져서 돌아갈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국립발레단과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두 번째 만남,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발레 ‘신데렐라’는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