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미친x'이라고 할까. 다음과 같은 사람이다.
① 알몸에 맨발로 물이나 불에 뛰어드는 사람
② 이가 으스러지고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모래와 돌을 깨물어 씹는 사람
③ 하늘을 쳐다보고 욕을 하는 사람
④ 땅을 발로 구르며 꾸짖는 사람
⑤ 머리를 산발하고 울부짖는 사람
⑥ 잠방이를 벗고 뛰어다니는 사람
⑦ 겨울에 추위를 모르며, 여름에 더위를 모르는 사람
⑧ 바람을 잡으려고 하고, 달을 붙들려고 하는 사람.
고려 때 선비 이규보(李奎報)는 '광변(狂辨)'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을 세상에서 '미친x'이라며 비웃는다고 했다.
지금 나라꼴이 미쳐가고 있다. '미친 소' 덕분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네티즌이 "미친 소, 미친 정부, 국민들은 미치겠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너나 먹어, 미친 소"라는 구호도 외쳤다. 그랬으니 미쳐가고 있다.
먹을거리에서 조그만 '이물질'이 나와도 야단나는 세상이다. '미친 소'를 먹었다가 만약의 경우 뇌가 녹아버릴 수도 있다는데 난리를 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미친 소'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괴담(怪談), 반미(反美),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다. '괴담'을 막겠다며 관계장관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회견의 이름을 '끝장 토론'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엇을 '끝장'내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이에 앞서서 나온 말들도 희한했다. 시장을 송두리째 열어놓고 한다는 말이 "겁나면 사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말씀이었다. "처음 개방하는 게 아니라, 옛날에 개방한 것을 재개하는 것인데.…" 역시 대통령 말씀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말씀을 받들고 나섰다. "전 정권이 한 일을 설거지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사람이 모두 먹고, 미국을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도 먹는데 뭐가 어떠냐"는 말도 나왔다. 오히려 국민의 약을 올리고 말았다.
여당은 '야당과 일부 언론의 왜곡된 광우병 공세'라며 삿대질이다. 야당은 협상을 백지화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며 핏대를 올리고 있다. '미친 대한민국, 미친 대통령, 미친 사회'라는 논평도 있었다. 극과 극이었다.
네티즌도 극단적이다.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홈피를 '녹다운'시키더니, 화살이 소망교회와 대통령 부인에게 향하고 있다. '미친 소'가 난데없이 '독도'로 둔갑하고 있다. "독도를 이미 일본에 팔아 넘겼다"는 얘기가 네티즌을 달구고 있다.
연예인과 만화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교수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소리가 약한 사람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
어떤 연예인은 "차라리 청산가리를 마시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대통령이 잠이 덜 깨서 그런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축산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규보는 정말로 '미친x'은 따로 있다고 했다.
① 하루아침에 벼슬자리에 앉으면 손(手)은 하나인데, 손놀림이 전과 같지 않은 사람
② 마음이 하나인데 옳지 못한 두 마음으로 바른 길을 따르지 않는 사람
③ 이목(耳目)과 총명이 뒤바뀌고, 동쪽과 서쪽이 바뀌어 서로 속이고 현란해서 중도로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④ 결국 궤적을 상실, 엎어지고 뒤집어진 다음에야 알게 되는 사람.
이규보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겉으로는 멀쩡해도 '속으로 미친x'이라고 꼬집었다. 물과 불에 뛰어들거나, 모래와 돌을 씹는 사람보다 더 '미친x'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좋고, 값싼 쇠고기를 배터지게 먹도록 해준다는 것도 좋다고 하자. 하지만 그 바람에 국론(國論)이 찢어지고 있다. 이규보의 지적처럼 엎어지고 뒤집어진 다음에야 깨닫게 될 것이다. 뇌가 녹아버리기 전에 나라부터 녹아버리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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