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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간' 빼 먹는 증권사들..고객 돈으로 '돈놀이'

올소맨 2008. 4. 29. 09:21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5년 동안 주식투자자들의 예비자금인 고객예탁금에서 발생한 2조원대의 운용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200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연평균 12조원 이상의 고객예탁금을 운용해 신탁보수(0.05%)를 제외한 운용수익 약 2조7천600억원을 증권사에 돌려줬으나 증권사들은 이중 일부만 고객에게 이용료 명목으로 지급했고 나머지를 고스란히 주머니에 챙겼다.

증권금융은 국내 29개 증권사로부터 고객예탁금의 운용을 신탁 받아 국공채와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권(CD),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주로 안전자산과 단기상품에 투자해 연 환산 기준 4~5% 수준의 운용수익을 내고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예탁금 운용수익률이 3~4%대에 그쳤지만 2006년 이후에는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4~5%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1% 미만의 예탁금 이용료만 지급했다.

   3월 결산법인인 국내 5대 상장 증권사(매출액 기준)들은 2006회계연도(2006.4~2007.3) 말 기준 고객예탁금 잔고가 총 6조3천300억원이지만 고객에게 지불한 이용료는 560억원에 불과, 고객입장에서 보면 예탁금 평균 수익률은 0.88%에 그친 셈이다.

   최근 5년 동안 고객예탁금에서 발생한 2조7천600억원대 운용수익 중 5대 증권사의 평균 고객 수익률(0.88%)을 적용할 경우, 고객에게 돌아간 돈은 5천6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사들이 전체 예탁금 운용수익의 80%에 달하는 2조2천억원을 챙겼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나마 삼성, 대우, 현대, 대신, 우리 등 5대 증권사의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신영증권과 동부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체로 0.5~0.6% 수준에 그치며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0.22%에 불과했다.

   소액 투자자들이 이른바 '큰손'에 비해 예탁금 이용료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증권업협회가 집계하는 증권사별 예탁금 이용료율을 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예탁금이 3억~5억원 이상인 투자자에게는 2% 이상의 이용료를 지급하지만 3천만원 이하 투자자에게는 0.25~0.50% 수준의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투자를 위한 예비자산인 예탁금의 수익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점을 증권사들이 악용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최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은 고객예탁금 운용수익과 신용융자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챙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고객 예탁금은 은행의 보통예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하는 보험료(예탁금 평균잔고의 0.24%) 등 계좌관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운용수익의 상당 부문을 가져가고 있다"고 해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