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는 게 행복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생겨난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두가지 직업을 가져야 했던 투잡스족(two jobs族)이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에서 느끼는 행복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두개의 일을 선택한다.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취미형 투잡스족’과 경제적 이유로 생겨났던 ‘생계형 투잡스족’ 모두 두가지 직업에 따른 바쁜 일상과 과중한 업무를 스트레스가 아닌 삶의 원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 일하는 게 노는 것 = 게임유통 및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박재권(33)씨는 주말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행사진행 사회자로 변신한다. 2005년 게임 유통회사에 다니다 우연한 기회에 케이블 TV의 게임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박씨는 주중엔 평범한 직장인으로, 주말엔 행사진행 사회자와 방송리포터로 변신하는 투잡스족으로 살게 됐다. 박씨는 행사 진행 때문에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닌다. 주중에도 하루 이틀은 방송국의 리포터로 밤늦게까지 촬영을 나가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일이 아니라 취미활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바쁜 스케줄에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힘이 난다”며 “우리 같은 투잡스족에게는 일하는 게 노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씨는 “물론 본업이 있으니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사회를 보면서 내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관객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투잡스족을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속적인 삶의 형태로 선택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낮에는 제과업체의 홀매니저로, 밤이면 마이크를 잡고 관객을 휘어잡는 밴드 보컬로 활동하는 임환택(28)씨 역시 투잡스족이다. 임씨가 활동하는 하드코어 밴드인 ‘할로우잰’은 한국과 일본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을 탈 정도로 실력있는 밴드지만 멤버 전원이 투잡스족인 ‘직장인 밴드’다. 임씨는 “한국에서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고집해선 생활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며 “직장에 다니면서 가능해진 생활의 여유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를 계속해온 임씨는 앞으로도 밴드 보컬과 제과업체 홀매니저라는 직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는 “음악을 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투잡스족”이라며 “투잡스는 한국의 음악 현실에서 음악과 직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 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투잡스족 = 투잡스족이 진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투잡스족은 아직도 경제적 이유로 두가지 일을 갖는다. 지난해 4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과 리서치 전문기관 ‘폴에버’가 직장인 2050명을 대상으로 ‘투잡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가 두가지 일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90.5%가 경제적인 이유로 두가지 일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생계형 투잡스족 역시 일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 실패 이후 3년째 대리운전과 문화센터의 바둑강사를 병행하며 투잡스족으로 살고 있는 김영수(가명·57)씨 역시 경제적 이유로 두가지 일을 선택했다. 김씨는 낮에는 문화센터에서 바둑강사로 일하고 문화센터에서 퇴근한 이후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는 대리운전 기사로 활동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사업 실패로 지게 된 빚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작은 가게 하나를 차릴 만한 돈도 모으기 시작했다”면서 “나이가 적지 않아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대리운전과 바둑강사로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경제적 이유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두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즐겁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투잡스족은 원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이유로 생겨난 현상”이라면서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혼자 할 수 있는 직업이 늘어나면서 투잡스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경제적 불안감에서 시작된 투잡스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결국 행복의 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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