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문내기

전라도맛_ 계란쌈, 약과

올소맨 2008. 3. 18. 22:19

전라도가 맛있다-

남도음식의 블루오션을 찾아라

6. 영암 망호리 경주 이씨 종가 계란쌈·약과


전라도가 맛있다-남도음식의 블루오션을 찾아라

계란쌈


6. 영암 망호리 경주 이씨 종가 계란쌈·약과

맛·모양·영양 3박자, 높은 경쟁력 ‘대중화’ 청신호

명절·잔치·제향에 빠지지 않는 가문의 전통음식

고운 색감으로 품격도 높여줘…수상경력도 화려

옛날, 음식으로 가문의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였던 한과.

제사·혼례 등 집안 대소사의 상차림에 필수 품목으로 오르던 우리나라 고유의 전래 음식이자, 귀한 간식거리였다.

한입 깨물면 바스락 부서지던 그 맛. 달착지근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어릴 적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한 우리네 소중한 맛이다.

전통기법으로 유과와 다식 등 한과의 맥을 잇고 있는 종가가 있다.
약과


장맛속 후텁지근한 날씨에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배일 정도로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취재진은 경주 이씨 집성촌이 형성된 전남 영암군 영압읍 망호리 망호정 마을을 찾았다.

한낮인데도 100가구 정도의 꽤 큰 마을은 고즈넉했다. 느릿느릿 길을 나서다 의아하게 외지인을 돌아보는 촌로의 눈빛에도 녹록치 않은 기품이 엿보였다.

망호정 마을은 익재 이제현 선생의 사당과 함께 경주이씨 집안의 내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족보가 모셔진 역사가 살아 숨쉬는 마을이다.

설이나 추석 등 큰 명절 때면 전라남도 유림들이 사당 '영호사'에서 제를 지낼 정도로 전통이 살아 있다.

음식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익재 이제현 선생의 23대 손인 이대희씨댁 종부 김순자씨는 종가 음식으로 한과 중 하나인 약과와 계란쌈을 준비해 놓고 손수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유과는 조리과정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로 생략하기로 했다.

종부 김씨는 계란쌈 등 종가 음식으로 영암 왕인박사 축제와 순천 낙안읍성 음식대전에 다수 수상한 경력이 있다.

김씨가 선보인 음식은 이들 대회에서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모양새 등으로 영암지역을 넘어 전남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종부가 먼저 준비한 것은 약과.

약과는 밀가루에 꿀을 섞어 반죽한 것을 기름에 튀긴 유밀과(油蜜果)의 하나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고급 과자 중 하나다.

보통 정월에 많이 만들어 먹던 유과는 통과의례상 명절과 잔치, 제향(祭享)때면 반드시 올려야 할 음식이었다.

7번의 칼집을 내어 안쪽을 말아 꽈배기 모양을 낸 약과는 본래 대추, 밤, 배, 감, 물고기, 짐승 등 모양이 다양했다.

하지만 보통 제사 등에 사용된 약과는 제사상에 쌓아 올리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넓적하게 자른 모양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종부는 납작한 꽈배기 모양 이외에도 장미꽃 모양을 낸 약과를 만들어 내 보였다.

튀겨낸 약과를 한입 베어 먹으니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꿀을 입히고 고명으로는 밤을 깎아 얇게 채 썰어 한접시 내놓으니 여느 정과류 못지 않게 먹음직스럽다.

약과와 함께 종부는 집안의 또다른 대표음식인 계란쌈을 준비했다.



일반인에 다소 생소하지만 계란쌈은 경주 이씨 집안 대대로 내려온 전래 음식이다.

옛부터 달걀이 귀중했던 점을 감안해 제사나 명절 때면 영양 보충 등을 위해 상에 올렸다. 특히 계란쌈은 고운 색감으로 음식상의 품격을 높여줘 상에 주로 올린 음식이었다고 한다.

계란쌈은 삶은 달걀을 노른자와 흰자로 분리한 뒤 돼지고기와 야채 등은 흰자와 버무려 소에 넣고 노른자로 옷을 입혀 명주보에 싸 쪄낸다.

노랗게 쪄낸 계란쌈은 색깔이 노란 중국의 정통 만두 모양이다. 돼지고기와 야채가 들어가 맛도 만두 같은 깊은 맛이다.

종부 김순자씨는 "명절이나 제사 때면 빠지지 않고 올라가던 음식 중 하나가 한과이고 그 중 약과와 계란쌈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온 전통음식이다"며 "기반이 미약하지만 집성촌으로 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망호리 경주이씨 종부 김순자씨

"전통 예법 지켜 종가음식 맛 이어

산업화 부녀회원들과 함께 고민중"

"내 손으로 우리의 전통 예법을 지키고 종가음식의 맛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보람도 남다르죠. 이제는 후손들에 물려줄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경주 이씨 집안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종부 김순자씨(67).

수더분한 한복차림새에 둥그스름한 얼굴, 넉넉한 몸매에 일로 굳은 손마디 등 대개 종부(宗婦)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그녀에게서 찾을 수 없다.

마을 부녀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어서 일까. 그녀는 여느 반가(班家)의 종부 이미지와는 달리 낯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녀도 일년에 제사만 10여차례 이상 지내는 여느 종가 못지 않은 종부.

"종부 일이요, 힘들죠.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맛있게 해볼까 고민하다 광주까지 요리학원도 다닌 적이 있다니까요."

집안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전통 음식 만드는 것 자체를 즐겨했던 탓에 그는 종부의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특히 음식은 정성이 기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뒷받침돼 시할머니 밑에서만 30년이 넘도록 혼신을 다해 종가의 맥을 이어 왔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수월하지. 장에서 사다 쓰는 제물(祭物)도 좋아졌고…. 전에는 콩나물 따위도 일일이 다 집안에서 키워 쓰고, 북어같은 건 종일 두드려 껍질을 벗기고… 갖가지 떡도 다 집에서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이야 훨씬 편하죠."

망호리 전경


나주 세지면 광산 김씨 집안의 자손이었던 그녀는 전통 가옥의 내력을 익히 잘 알고 있어 그나마 종부의 일이 수월했다.

"맨 처음 시집와서는 다들 당황하는데 나는 별로 그렇지 않았어요. 워낙 음식하는 걸 좋아해서 였을까. 오히려 명절이 기다려 지더라고…."

이같은 그녀의 솜씨는 인근 지역에서 더 유명하다.

실제 그녀는 지난 2003년께 순천 낙안읍성에서 열린 음식대축제 등지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경력을 소유한 음식명인이다.

그녀는 "부끄럽지만 내 솜씨에 집안의 전통음식을 살려 산업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마을 부녀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여느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60~70대 고령 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을의 전통을 외부에 알려 전통의 맥을 이어나간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겠죠"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경주이씨 종가



김지현원장 칼럼

영암 경주 이씨가의 약과와 계란쌈

‘종가음식 산업화와 전통마을 관광상품화’ 적합

젊은 실천인력 없어 호조건 활용못해 안타까워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집안에 큰 잔치가 있으면 어김없이 올랐던 종가의 음식 약과와 종부의 새로운 요리솜씨로 만들어 낸 계란쌈을 맛보았다.

기존의 약과는 밀가루를 참기름 등으로 반죽해 체에 내리고 이것을 술로 반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씨 종가의 약과는 참기름, 설탕, 술을 동량 배합해 소금을 첨가한 밀가루에 부어가며 반죽하는 간편하면서도 색다른 방법을 쓰고 있었다. 모양을 낼 때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칼집을 낸 다음 뒤집는 방법과 다르게, 폭 3㎝로 잘라낸 긴 잣대모양의 반죽에 칼집을 세로로 5번 넣어 뒤집은 다음 길이를 잘라 냈는데, 숙련된 솜씨를 자랑이나 하듯 크기가 모두 같았다.

배합방법도 손쉬웠고, 배합된 밀가루반죽을 비닐봉지에 넣어 발로 밟아 힘들이지 않고 치대는 모습에서 이씨집안 며느리들의 지혜도 엿보였다.

반죽을 분할하여 비닐봉지에 싸 두었다가 꺼내서 모양을 만드는데 허실 없이 민첩하게 일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삶의 지혜와 연륜을 보면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계란쌈은 종부가 젊은 시절 요리강좌에서 배워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 마다 하는 음식이었다.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계란을 응용해 만든 요리로 마을의 중요한 행사나 집안잔치가 열릴 때면 늘 해왔던 음식이라고 한다.

삶은 계란을 절반으로 잘라 노른자를 파내고 그 속을 고기와 야채로 채운다음, 면보에 놓고 체에 내린 노른자를 뿌려 잘 동여 맨 다음 찜솥에 찌는 요리였다. 주머니 모양의 노란 계란쌈이다.

일본요리 중에서 비단달걀찜이나 구슬초밥의 요리재료와 방법은 비슷하였으나, 고기와 야채가 들어가서 영양적으로나 맛에서 더 우수하다.

접시에 담을 때도 화선지를 면보에 싼 다음 비틀어 특이한 주름을 잡아 펼치고 그 위에 계란찜을 놓으니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이씨 집안 종부의 끊임없는 개발 노력으로 새로운 종가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이 음식은 국제적인 행사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한국적인 모양과 맛을 가졌고, 조리과정을 단순화하고 보관방법이나 패키지를 연구한다면 기내식으로도 훌륭한 요리이다.

요리는 만드는 이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고, 맛 또한 달라진다. 종가의 며느리들이 모여 숙련된 솜씨로 서로 손을 맞춰가며 음식을 만드는 모습에서 뼈대 깊은 집안에서 후손들의 노력으로 집안을 번창하게 하는 일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미 군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종가음식이 몇차례 선을 보였고, 판매 경험을 거쳐 그 중에서 상품에 적합한 음식을 확보하고 있었다. 집안에 내려오는 여러 가지 음식이 있었지만, 이미 산업화 가능한 음식도 알고 있었고, 조리법 또한 며느리들간에 표준화되어 있었다.

영암군 망호리 경주 이씨 종가는 명가로서 좋은 먹거리와 참빗 명인의 전통 그리고 이제현 선생의 사당, 월출산 등 볼거리를 갖추었으며, 교통 또한 편리하여 관광단지로서 조성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하지만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어, 연로한 어르신들이 의욕은 있으되 ‘종가음식의 산업화와 마을의 관광상품화’라는 큰 일을 벌리기에는 무리라고 하신다. 참 안타까웠다.

영암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음식체험장, 한옥마을 조성을 위한 담장 새로 만들기, 도로 주변의 연꽃 재배를 위한 공간확보 및 예산지원 등을 보장 받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전라도 음식을 산업화하기 위해 많은 명가들을 방문하였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여건이 잘 갖추어진 마을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이를 어쩌나.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무등일보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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