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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가 맛있다!남도음식의 블루오션을 찾아라 -3. 윤선도 11대 손 '발효음식' |
전라도가 맛있다!남도음식의 블루오션을 찾아라 -3. 윤선도 11대 손 '발효음식'
민물참게장, 양하장아찌 대표 음식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붉은 꽃송이 탐스러운 여름이 와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 바람 속에서는 추운 기운보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분주한 도심을 떠나 맞이한 남도 들녘은 어느새 짙은 초록색으로 물들었고 도로변 저변에 보이는 논밭가는 시골 아낙네들의 손길은 분주한 가운데서도 여유롭다.
지난 겨울 삭힌 메주를 곱게 달여 담은 장독에서는 집장이 화사한 햇볕을 받으며 곰삭고 있을 테다.
성큼 다가온 여름이 느껴지던 지난달 23일 취재팀은 발효음식으로 대를 잇고 있는 고산 윤선도 11대 손의 집안을 찾았다.
11대 손은 지난 80년대 후반 본가인 해남에서 현재 담양 고서로 이주해 살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발효음식의 대가임을 말해 주듯 집안 한 가운데에 장독대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사람 크기만한 장독부터 조그마한 것까지 언뜻보기에도 300여개가 족히 넘어 보인다.
장독 구경을 하고 있자니 11대 손 윤해경(70)씨가 후덕한 웃음으로 취재팀을 어서오라 반긴다. 어머니같이 정겹다.
집안의 유일한 후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종가 음식의 맛을 그대로 살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종가 음식이야기를 시작했다.
종부는 아니지만 집안의 막내딸로 대를 이어 장으로 달인 발효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메주와 찹쌀밥을 섞어 발효시킨 집장으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 해남 윤씨 집안 대대로 내려온 전통방식이다.
돌절구 안에 고인 빗물에 자리잡은 작은 연꽃들을 바라보며 조단조단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소리없이, 취재진을 위한 한 상이 차려져 들어왔다.
참게장과 토하젓, 진석화젓, 돔배젓, 멍게젓 등 젓갈 예닐곱 가지와 홍어회, 호박잎, 연근조림, 떡갈비, 굴비, 장아찌, 전 등 그야말로 한 상 흐드러지게 받고 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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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가 상차림이 이럴까.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한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가지수가 늘었지만 이 집안 대표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발효음식인 젓갈과 장아찌다.
집장으로 달여 만든 젓갈과 장아찌는 늘상 집안에 손님이 많았던 명가의 특성상, 언제든지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항시 준비돼 있어야 할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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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민물참게장과 양하장아찌는 여느 집안에서 볼 수 없는 집안 대대로 전통의 맥을 이어온 최고의 음식이다.
민물 참게는 근래 전국적으로 농약사용이 증가하면서 소출이 줄어 귀해졌지만 해남지방에서는 비교적 많이 잡혀 특산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옛부터 '강진 원님 대합 자랑, 해남 원님 참게 자랑'이라는 속담이 전해올 정도로 '기장'이라고 부른 참게장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해남 참게장'을 맛보지 못한 이들은 식도락가 행세를 하지 말라고 타박할 만큼 참게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윤씨는 참게장을 설명하면서 집안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참게장이 나올때까지 숟가락을 들지 않고 기다렸다 밥을 먹었다며 집안 대표음식인 참게장을 소개했다.
게장 국물에 달인 쇠고기를 게 껍질에 담아 내놓은 민물참게장은 짭쪼름하면서도 깊고 달근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게장 한쪽으로 양파껍질 처럼 생긴 음식이 눈에 띈다. 민물참게장과 함께 명가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이것은 다름아닌 양하 장아찌다.
양하는 장으로 달여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발효음식에 비린내를 제거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사용됐단다.
일반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양하는 한방에서 뿌리줄기와 종자를 약재로 쓰는 생강종류 풀이다.
양하의 뿌리 줄기는 여성의 생리불순과 백대하를 치료하고 진해, 거담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종기와 안구 충혈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집장으로 달여 숙성시킨 양하 장아찌는 맛과 향이 독특했다. 첫맛은 쌉쓰름하면서도 박하향처럼 입안에 퍼지는 뒷맛은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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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있어 휴대하기가 불편한 간장게장과 달리 통조림 등 밑반찬으로 활용하면 경쟁력을 갖춘 식품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특히 양하의 효과를 알려 일본 등지에 수출한다면 김치 등과 함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씨는 "대대로 내려온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집장만을 사용하고 있다"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윤선도 11대 손 집안으로 명예에 손색이 없는 깊은 맛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종가음식은 정성에서 비롯"
고산 윤선도 11대 손 윤해경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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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더라도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맛은 명문가의 대를 잇고 있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문의 전통과 명예입니다"
고산 윤선도 11대 마지막 후손으로 발효음식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윤해경(70)씨.
칠순의 나이지만 세월을 잊은 듯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후덕하고 온화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이 명가의 후손다운 위엄이 느껴진다.
"제가 집안의 막내예요. 6남매지만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유일하게 혼자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그래서 더욱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명문가의 남다른 고집이다. 이런 고집은 음식에 그대로 나타난다.
음식에 고명을 얹지 않고 놋그릇을 사용하고 영광과 목포까지 직접 찾아가 재료를 사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음식은 정성이예요. 음식은 모양을 내기 보다는 음식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번거롭더라도 굴비를 사러 영광까지 가는 것도 그 때문이예요"
친정어머니로부터 발효음식의 비법을 전수받은 그는 최근 둘째딸 김난이(46)씨에 손맛을 물리고 있다.
집안 맛을 지켜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를 시대에 맞게 현대화할 수 있는 길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그는 "우리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맛을 찾아 명맥을 유지하는 길을 차근차근 열어주고 싶다"며 말했다.
김지현의 명가음식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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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음식의 산업화 .세계화선언
“전라도 명가 음식 비법을 상품으로”
담양 윤씨가의 양하장아찌와 쇠고기참게장
그 집의 음식을 먹으면 가풍을 알 수 있고, 같이 먹으면 친구가 된다.
음식은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향토음식과 일상적으로 가정에서 식사 등으로 먹는 반가음식, 최고의 재료와 조리법, 조리사들이 임금께 올리는 궁중음식으로 구분된다. 이번 취재에서는 궁중음식이 지니는 화려함이 아닌 전라도 양반가의 소박하면서도 편안하고 기품이 있는 음식을 맛보았다.
좋은 경치를 보며 자연과 세상을 깨우치고 나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가 고파졌다. 무등산을 돌아 광주댐을 지났더니 그 끝자락, 바로 그곳에 허기를 메워 줄 전통식당이 있었다.
주로 찾아오는 고객들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명사들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어머니. 그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그 음식들이 그들 계층의 입맛과 문화에 적합하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바로 전통식당의 음식은 반가음식의 멋과 궁중음식의 맛을 가졌고, 전라도 지역에서 나오는 특산물과 짭짤한 조리법을 이용한 향토음식이었다.
젓갈과 나물이 다양하게 차려진 전라도만의 한정식 상차림을 맛보았다.
양하장아찌는 가지가 열리는 늦여름에 피는 양하 꽃대를 장아찌로 만들어 까칠까칠 씹히는 맛 뒤에 입속을 개운하게 하는 박하 맛이 감돌았다.
쇠고기 참게장은 초여름이 되어 탱탱하던 게살이 약해지면 쇠고기를 먹이로 주었던 것에서 착안하여 참게살과 쇠고기를 된장으로 양념하여 볶아 게 껍질에 담아내는 독특한 게장이었다.
타 지역에 비해 공업기반구조가 약한 전라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과 무공해 자연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참게장은 그야말로 ‘welling-being 전라도’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연상시켰다. 또 전라도의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양하로 만든 장아찌는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것으로 양하를 식품 소재로 보급하는 것이야 말로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취재로 새로운 상품개발 음식을 발견하였으며, 또한 명가의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정보전달 등 자극이 필요함을 느꼈다.
먼저 저렴한 단품을 찾는 관광객을 겨냥한 음식개발과 함께 가격이 비싸더라도 귀한 음식과 정성에 그 댓가를 충분히 지불하면서도 감사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음식 또한 개발되어 고객의 수요와 계층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밥의 섭취량은 줄어드는 추세에서 반찬 가지 수나 양을 늘리는 한정식은 잔반을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식의 개발이 필요하고 반찬의 개선 또한 필요하다.
몇 대째 이어 내려오는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인 정신과 함께 맛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방법을 개선하여 체계화, 현대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명가음식의 대물림은 육체적 노동을 고스란히 물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미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은 외식산업이다. 자영업자의 50%가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어 외식업의 흥망이 국가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외식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색있는 지역의 음식을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전라도 지역의 종가와 명가의 전통의 혼이 담긴 내림음식과 그 조리법을 취재하고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종가나 명가에서는 기술과 이름을 전수해주고 관과 생산업체에서는 종가나 명가의 음식과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상품화하여 판매한다면 종가음식의 과학화나 체계화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생산업체에는 종가에 음식에 대한 권리를 갖도록 하여 전통 음식을 보급했다는 보람과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므로 지역산업의 활성화에도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 종가 음식의 산업화와 표준화는 전라도 음식의 산업화를 가능케 할 것이며, 음식의 종주국인 전라도를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가나 명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종가와 명가 그리고 산학의 연계가 이루어진다면 전라도 음식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고 세계 속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맛-볼거리
취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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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명장 충장공 김덕령(1567~1596)의 유덕을 기린 정자다.
정자 이름의 유래는 좀 독특하다.
충장공은 임란이 일자 형 덕홍과 함께 맹활약을 했지만 이를 시기하는 무리가 있어 모함으로 옥에 갇혀 곤형의 형벌로 세상을 뜨게 됐다.
후에 시인 석주 권필의 꿈에 나타나 취한 모습으로 자신의 원혼을 호소하는 한편의 시로 남겼다.
'취시가'가 바로 그것. 정자의 이름도 여기서 연유했다.
돌계단을 따라 취가정에 오르니 행인 2명이 시원한 마루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 피로를 풀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풍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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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호를 지나 무등산 충장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풍암정'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비포장 도로를 잠시 달리다보면 원효계곡의 하류 큰 바위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풍암정을 만나게 된다. 이정표가 없는 것이 아쉽다.
휴일이 아닌데도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계곡의 돌과 물, 그리고 빽빽이 자란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풍암정은 정면 3칸, 측면2칸의 아담한 건물이다.
김덕령의 아우 김덕보가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덕보가 의병활동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 형들을 보고는 속세와 인연을 끊고 작은 정자를 짓고 풍암이라 이름 붙인뒤 지냈던 곳이다.
원효계곡의 맑은 물이 정자 바로 앞으로 흐르고 시원한 나무숲이 일품이다.
옛시절에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전라도의 좋은신문 무등일보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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