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 이야기

'신변, 역사, 사람' 3개의 거울로 나라 바로 잡길

올소맨 2008. 2. 12. 20:49
[학부모님의 이야기] '신변, 역사, 사람' 3개의 거울로 나라 바로 잡길
 
글쓴이: 진서 아부지 조회수 : 75   07.12.29 05:23

 

 

 

'신변,역사,사람' 3개의 거울로 나라 바로 잡길

2007.12.21, 이 OO
 
 

'여용국(女容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여자 얼굴 나라'다.  이 나라 여왕은 효장(孝莊) 임금이었다.  아름다운 여왕이었다.  재상은 동원청(銅圓淸)이었다.  동 재상은 여왕의 얼굴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의관이 잘못되었을 경우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항상 보좌했다. 

 

여왕은 매일 아침 닭이 울면 신하들을 능허대(凌虛臺)로 소집했다.  동 재상과 먼저 국정을 논의한 다음, 15명의 중요한 신하들을 만났다.  신하들은 여왕을 받들었다.  여왕도 나라를 정성껏 다스렸다.  나라는 탄탄했다. 

 

여왕의 '바른팔'인 동 재상은 거울이었다.  구리거울(銅鏡)이었다.  그래서 성(姓)이 '동(銅)'이었다.  여왕이 신하들을 만나는 장소인 능허대는 화장대였다.  아름다운 효장 여왕은 매일 아침 화장대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라를 다스렸던 것이다. 

 

15명의 신하에게는 각각 담당 업무가 있었다.

 

① 태부 주연(연지) ② 소부 백광(분) ③ 호치장군 양수(칫솔) ④ 수군도독 관정(세숫대야) ⑤ 무위장군 포세(수건) ⑥ 전전지휘사 포엄(물수건) ⑦ 참군교위 마령(비누) ⑧ 형부시랑 방취(향수) ⑨ 총융사 윤안(곤지) ⑩ 안무사 백원(분첩) ⑪ 도지휘사 납용(납기름) ⑫ 평장군 섭강(족집게) ⑬ 도어사 차연(비녀) ⑭ 전장군 소쾌(참빗) ⑮ 후장군 소진(가리마타개).

 

그러나 탄탄하던 나라에 어려움이 닥쳤다.  여왕이 교만해지면서 거울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여왕은 아침마다 시행하던 능허대 조회를 없애버렸다.  실망한 동 재상은 집에 틀어박혀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적이 일어났다.  구리공(垢裏公)이라는 도적이 여왕의 귀를 점령하더니, 스스로 흑연대왕이라고 했다.  구리공은 얼굴에 생긴 때(垢)였다.  이마, 턱, 코, 양쪽 광대뼈에 이르기까지 여왕의 얼굴을 마구 괴롭혔다. 

 

슬양이라는 도적은 여왕의 머리인 흑두산에서 세력을 떨쳤다.  슬양은 머릿니였다.  여왕의 눈썹인 아미산에는 모송이라는 솜털이 침입했다.  황염이라는 도적은 여왕의 치아를 점령했다.  아름답던 여왕은 온통 엉망이 되었다.  나라가 위태로웠다. 

 

조선 때 학자 안정복(安鼎福)이 쓴 '여용국전(女容國傳)'에 나오는 얘기다.  여왕이 거울을 멀리하고, 능허대를 없애버리면서 나라꼴이 한심해진 것이다. 

 

여왕의 거울인 동 재상은 어떤 거울이었을까.  당나라 때 태종은 '세 가지 거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첫 번째 거울은 '손거울'이다.  당 태종은 손거울을 보면서 신변을 바르게 했다.  두 번째 거울은 '역사거울'이다.  역사거울을 보면서 잘못된 정치를 멀리 했다.  세 번째 거울은 '사람거울'이다.  사람 쓰는 데 신중했다.  누군가처럼 '코드'를 따지지 않았다.  사람을 마구 늘리지도 않았다.  안정복이 말한 거울은 아마도 이런 거울이었다.  화장할 때 쓰는 거울 따위였을 리가 없다. 

 

어쨌거나, 여왕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두문불출하는 동 재상을 오랜만에 호출했다.  거울을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부랴부랴 '도적 토벌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전장군 참빗과 후장군 가리마타개를 파견했다.  흑두산에서 우글거리는 슬양부터 토벌하도록 했다.  이들은 슬양을 일망타진하고 흑두산을 평정했다.  도지휘사 납기름에게 흑두산의 앞을, 도어사 비녀에게는 뒤를 각각 지키도록 했다. 

 

이어 구리공 소탕작전에 들어갔다.  때를 벗겨낼 차례였다.  수군도독 세숫대야가 수전(水戰)에 능한 것을 알고, 전전지휘사 물수건과 참군교위 비누를 함께 불러서 출전하도록 했다.  구리공은 물에 빠져 익사했다.  무위장군 수건이 잔당을 진압했다. 

 

여왕은 계속해서 형부시랑 향수와 총융사 곤지에게 명령해서 이마와 코, 턱, 양쪽 광대뼈 등 곳곳을 회복하도록 했다.  안무사 분첩을 시켜 이곳저곳 두드리고 문지르도록 했다.  평장군 족집게에게는 눈썹인 아미산에 가서 솜털 모송을 제거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호치장군 칫솔로 황염을 직접 다스렸다. 

 

그러고 나서야 여용국은 옛날의 아름다움을 간신히 되찾을 수 있었다.  백성은 모처럼 태평가를 부를 수 있었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뽑혔다.  당선자는 할 일이 태산이다.  닦아내고 쓸어낼 곳이 많다.  당선자는 뒤늦게 정신차린 여용국 여왕이 했던 것처럼 슬양을 일망타진하고, 모송을 제거해야 한다.  구리공도 씻어내야 한다.  여기저기 멍들고 왜곡되고 찌든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아름다웠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국민도 바라고 있다.  대단히 힘든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