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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까치가 '까착까착' 울면...

올소맨 2008. 2. 7. 01:02

 

1938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한 아파트 지역에서 귀금속 도난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도둑이 문을 따고 침입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파트 창문도 모두 몇 층 높이였다.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높이였다.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경찰은 '잠복 근무'에 들어갔다.  그래도 도난 사건은 여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직장여성이 감기에 걸려 조퇴를 하고 아파트로 일찍 돌아왔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놓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자 난데없이 까치 한 마리가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날아 들어왔다.  그리고는 화장대 위에 놓아뒀던 반지를 물고 날아가 버렸다. 

창 밖으로 내다보니 까치는 건너편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었다.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덮쳤다.  그동안 도둑맞았던 보석이 가득했다.  까치 주인은 곧바로 쇠고랑을 찼다.  사건은 이렇게 해결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까치 주인은 애완용으로 기르던 까치를 반짝이는 물건만 보이면 물고 오도록 끈질기게 길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까치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가 반짝이는 것을 모조리 물어다 주인에게 바쳤던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공범'인 까치를 체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주인이 붙들리자 날쌔게 날아서 달아났기 때문이다.  까치는 이렇게 영리한 새다. 

 

우리는 까치를 길조로 여겨왔다.  과일을 딸 때면 '까치밥'을 남겨줬다.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들리거나 귀한 손님이 온다고 반겼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까치를 싫어한다.  까치를 흉조로 여기고, 오히려 까마귀를 좋아한다.  아파트 귀금속 도둑질도 까치를 길들여서 했다. 

 

그런데 조선 때 홍준(洪遵)이라는 선비도 까치를 싫어했다.  차라리 까마귀가 낫다고 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까마귀는 '까악까악' 하고 운다.  이는 간교와 허위를 싫어하는 소리일 것이다.  반면 까치는 '까착까착' 하고 운다.  이것은 아첨을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까악까악' 소리를 들으면 화를 내고, '까착까착' 하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한다.  무슨 까닭일까. … 까마귀가 '까악까악' 하고 울면 사람들은 쫓아버리기 바쁘다.  까치가 '까착까착' 하고 울면 사람들은 칭송을 그칠 줄 모른다…."

 

홍준은 까치의 울음이 아첨하는 소리처럼 들려서 싫어했던 것이다.  대쪽같은 옛 선비들은 이랬다.  관직을 버릴지언정, 아첨은 하지 못하는 선비들이 많았다.  이런 '대쪽정신'이 조선사회를 굴러가도록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 또 까치가 '까착까착'하고 있는 듯하다.  까치의 보금자리가 될 전봇대가 수난을 겪는 것을 보면 그렇다.  차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봇대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5년 동안 버텼던 전봇대가 불과 5시간만에 뽑혀나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어느 곳에서는 '지중화' 사업을 벌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진짜로 사라졌으면 싶은 '까착까착' 소리도 여전하다.  무슨 연구소들은 차기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집권당이 될 한나라당에서는 느닷없이 '간신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옛날 책인 '박물지'에 신기한 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굴일초'라는 풀이다.  굴일초는 요 임금 때 궁전의 뜰에서 자랐던 풀이다.  이 풀은 아첨을 하는 사람이 요 임금을 찾아오면 저절로 그 사람을 향해서 구부러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첨꾼을 가려내는 풀이었다. 

 

'굴일초'는 '태평성대'에만 자라는 풀이었다.  요 임금 때처럼 나라가 잘 굴러가면 아첨꾼이 생길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는 '까착까착' 소리가 제법 요란했다.  '노비어천가'가 나오고 도처에서 '까착까착'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인지 시끄러웠다.  새 정부에서는 그 소리가 그만 들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출범하기도 전부터 '까착까착' 소리가 슬그머니 나오고 있다. 

 

새해 첫날 까치는 더욱 반갑다고 했다.  그 울음소리를 '까착까착' 소리로 들리도록 해보자.  그래야 보다 희망에 찬 새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