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임금 다리우스가 북쪽 땅을 점령하기 위해 출발했다. 다뉴브강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다리우스는 군사들을 시켜서 다리를 놓았다. 다리를 건너 북상하면, 두 달 안에 적과 한판 승부를 겨룰 것이었다.
그러나 걱정이 있었다. 만약에 패할 경우였다. 그러면 적이 오히려 아군이 만들어 놓은 다리를 건너서 페르시아를 역으로 공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리우스는 용의주도했다. 다리에 수비대를 배치했다. 자신이 북으로 진격했다가 되돌아올 때까지 두 달 동안 다리를 철통같이 지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 두 달이 또 문제였다. 수비대 군사들은 '일자무식'이었다. 두 달이라는 기간조차 헤아릴 만한 지식이 없었던 것이다. 달력이라는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다리우스는 궁리 끝에 가죽으로 만든 채찍에 끈으로 매듭 60개를 달았다. 그 채찍을 수비대 지휘관에게 맡기면서 지시했다. "매듭을 매일 한 개씩 풀어라. 마지막 매듭을 풀어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다리를 허물고 철수해라." 다리우스는 그러고 나서야 북으로 진격할 수 있었다.
페르시아는 이 전쟁 이후 달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대용품(?)인 '채찍 달력'으로는 전쟁을 치를 수 없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페르시아의 달력은 '전쟁의 달력'이었다.
고대 이집트는 놀랄 만한 천문학과 과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지식은 지배자들의 몫이었다. 아랫것들은 무식했다. 지배자들은 뛰어난 지식을 나일강 관개에 이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백성을 다스리고 억누르는 데 사용했다.
지배자들은 가끔 일식이나 월식 등을 정확하게 예언했다. 그러면 아랫것들은 지배자들이 해와 달을 없애버렸다며 두려워했다. 무릎을 꿇고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배자들의 지식 독점 때문에 이집트 문명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지배자들은 나일강의 물이 넘치기 시작하는 매년 7월 19일을 새해의 첫날로 삼았다고 한다. 이집트의 달력은 '지배자의 달력'이었다.
달력은 영어로 'Calendar'다. '부른다'는 뜻의 그리스어 'Kalends'에서 나온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돈 꾸어간 사람을 한 달에 한번씩 '불러서' 이자를 독촉했다. 이 '부른다'는 그리스어가 로마시대에 들어와서는 매달 초하루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자를 초하루마다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Kalendarium' 또는 'Calendarium'이라는 말이 생겼고 이것이 영국으로 넘어가서 'Calendar'가 되었다.
그랬으니 'Calendar'는 원래 돈 빌려준 것을 기록하는 '대출 장부'였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로 끌려가기도 했다. 서양 사람들의 달력은 '고리대금 달력'이었다. '착취의 달력'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새해가 되면 '복주머니'를 차고 복을 빌었다. 새해 첫 번째 '쥐의 날'인 '상자일(上子日)'에 곡식을 볶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복을 받는다고 여겼다.
그 곡식 주머니가 '복주머니'였다. 임금이 '복주머니'를 마련해 신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온 나라가 '복'을 기원한 것이다.
'상자일'은 곡식을 축내는 쥐를 감시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자일'에는 일을 하지 않고 쉬면서 농사를 망치지 말고 풍년을 내려달라고 기원했다. 따라서, 우리 달력은 '희망의 달력'이었다.
그 희망은 새해를 덕담(德談)으로 시작하도록 했다. 돈 많이 벌어라, 장가들어라, 시집가라, 떡두꺼비 닮은 아들 낳아라, 과거에 꼭 급제해라, 소원성취해라…. 우리는 덕담을 하며 희망의 새해를 기원했다.
또 새해를 맞고 있다. 새해는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다. '쥐의 해'에 복주머니를 차면 복을 곱절로 받는 '곱빼기 복주머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희망도 '곱빼기'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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