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김한국씨가 미국과 장사를 하려고 회사를 차렸다고 하자. 회사를 만드는 데에서부터 절차가 이것저것 복잡했다. 관청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모두 12개 절차를 거쳐서 어렵게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동안 22일이나 소요되었다.
미국의 아메리카씨도 한국과 장사를 하려고 회사를 차렸다고 하자. 미국은 절차가 훨씬 간단했다. 5개 절차에 불과했다. 회사를 5일만에 '속전속결'로 설립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진입장벽'에 관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창업비용도 많이 든다. 1인당 국민소득의 15.2%나 된다. 반면 미국은 1인당 소득의 0.7%에 불과하다. 국민소득 차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창업비용은 그야말로 '껌값'이다.
서비스업뿐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장사를 하려면 죄다 이렇게 힘이 든다. 이런저런 '규제' 때문이다. 시작단계에서부터 미국보다 시간은 4.5배, 경비는 수십 배나 더 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인력낭비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창업 후에도 온갖 관공서 업무 때문에 시달려야 한다. 조그만 중소기업조차 관공서 전담 직원이 필요할 정도다.
우리는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것을 하려고 한다. 다른 여건이 똑같다고 쳐도 우리는 '불리한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온갖 규제를 받으면서 미국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규제가 거의 없이 우리와 장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을 하려고 하면서도 쇠고기 시장을 '완전 개방'하지 않으면 FTA도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이 FTA 비준의 '선결 요건'이라고 미국의 어떤 장관이 주장했다는 보도다. 더욱더 '유리한 게임'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정권을 물려받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향한 주장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참여정부는 경제를 정치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 결과 완화하겠다던 규제를 되레 늘려놓고 말았다. 참여정부는 큰 정부를 한다며 공무원 숫자를 '왕창' 늘렸다. 늘어난 공무원은 '밥값', '월급값'을 하려고 자기가 할 일을 찾았다. 공무원이 찾아서 하는 일은 민간에게는 그대로 '규제'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은 장사하기가 더욱 힘들어져서 허덕여야 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친기업적'이라고 스스로 밝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도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 정부에게도 실망스러운 점이 느껴지고 있다. 새 정부 역시 '정부'가 일을 많이 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가 무척 의욕적이다.
그럴 경우 근본적인 규제 완화는 해결될 수 없다. 규제 완화를 공무원에게 맡기면 공무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밥그릇'만큼의 규제는 남겨놓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밥그릇'인 '끗발'을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몇몇 정부 부처는 사라질 것이라는 보도다. 공무원 숫자는 줄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초조하다. 그럴수록 살아남으려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할 것이다. 공무원이 일을 '열심히' 하면 그것은 민간에게는 곧바로 규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나 참여정부나 '오십보백보'에 그치게 된다. 미국과 '불리한 게임'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자가 말했다.
"내가 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은 스스로 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백성은 스스로 바르게 된다. 내가 일이 없으면 백성은 저절로 잘살게 된다. 내가 욕심이 없으면 백성은 저절로 소박해진다."
'작은 정부'를 하면 노자의 말처럼 나라가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치적에 매달리다가 백성만 고달프게 만든 정권은 너무나 많다. 경제에 정치가 개입되면 쉬울 일도 복잡해진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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