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먼지가 켜켜이 쌓여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면 배낭 하나 메고 훌쩍 여행을 떠난다. 주로 찾는 곳은 바다와 산이 아름다운 강원도 묵호다. 묵호항에 도착해 선착장에서 회를 떠서 바다가 보이는 호텔방에 묵는다. 천년을 하루 같이 바위를 어루만지는 바다 위로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고 멀리 오징어배가 집어등을 켜면 화답하듯 등대불빛이 하얀 손을 흔드는 모습을 꿈결처럼 바라보다 잠이 든다.
다음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갈매기와 바람과 바다뿐인 해변을 걷는다. 망상해수욕장까지 7km. 모래밭에 푹푹 빠지며 걷는 동안 쌓여있던 일상의 먼지가 한 꺼풀씩 벗겨져나간다. 그 길에서 특이한 글을 새긴 바위를 봤다. ‘남대문에서 정동(正東)이 여기입니다’ 추암 촛대바위를 보러 갔더니 거기 해변에도 비슷한 글이 새겨져있었다. ‘남한산성에서 정동(正東)이 여기입니다’ 왜 이런 글을 새겨놓았을까? 궁금했지만 답은 쓰여 있지 않았다. 어느 날 남한산성을 따라 돌다 이유를 깨달았다. 묵호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이 그곳을 잊지 않고 다시 찾기를 바랐다. 그래서 ‘같은 위도’라는 틀로 두 지역 사람을 하나로 묶었다. 그 때문일까? 남한산성을 내려와 남대문으로 가다보니 추암에서 망상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닷가 길이 떠올랐다.
트리즈 해결원리 8번은 ‘공중부양’이다. 바다에 침몰한 배를 끌어올릴 때 공기를 가득 넣은 풍선을 활용한다. 이처럼 다른 것과 결합해 무거운 것을 끌어올리는 것이 공중부양의 원리다.
공중부양의 원리가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광고다. 왜 비싼 돈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CF를 찍을까?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의 특성, 이미지를 잘 알려진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와 묶어 띄우기 위해서다. 그래서 금융업처럼 신뢰성이 중요한 업종의 광고는 중후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나오고 화장품 광고에는 미인이 나온다. 연예인만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신학기나 OO데이처럼 특별한 날, 기념일 등을 활용하거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 상품을 비춰 간접광고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주변 환경을 활용해 제품을 부각시키는 것도 공중부양 방법이다.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 가요경연처럼 노래 소리만 들렸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 프로가 각광받게 된 데는 가수의 매니저로 출연한 개그맨의 역할이 컸다. ‘나는 가수다’는 가요프로그램에 부족한 ‘재미’를 개그맨을 출연시킴으로써 보완했다. 이런 식으로 구성한 프로가 또 있다.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다. 여기서는 거꾸로 했다. 개그맨이 주 출연자이다 보니 가요제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노래 실력이 딸린다. 그래서 개그맨에게 실력 있는 가수를 붙여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부족하거나, 차이가 나는 부분에 주목해 보완하면 부양효과가 커진다.
일상 기업 활동에서도 공중부양의 원리는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잘 안 팔리는 제품을 잘 팔리는 제품과 묶어 팔거나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제품을 인지도가 높은 제품에 끼어 파는 경우가 이 원리에 해당한다. 제품을 묶어 팔거나 끼워 팔기 어려운 경우는 고객 마일리지 제도나 포인트 제도로 부양효과를 일으킨다. 우리 기업만으로 포인트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어려우면 다른 기업과 제휴해 사용 기회를 늘려주면 되고 우리 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업체와 제휴해 인지도를 높이면 된다.
페이스북으로 들어가 유명해진 게임업체 징가(Zynga)처럼 다른 회사가 깔아놓은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양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밀폐용 식기를 주로 만드는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도 이 부양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2003년 중국에 불기 시작한 ‘한류’를 이용한 것이다. 당시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 사실을 안 락앤락은 대장금에서 한상궁역을 맡았던 양미경을 섭외해 모델로 썼고 광고도 한국이미지를 최대한 살렸다. 한복을 입은 양미경이 식재료를 잘라 요리를 한 뒤 남은 재료를 락앤락에 보관하는 장면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상표도 한글로 표기했다. 더불어 명품매장이 즐비해 상하이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화이하이루’에 상점을 열었다. 락앤락에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서였다. 한류의 인기와 명품 이미지를 자사 제품에 끌어다 붙인 락앤락은 고가로 밀폐용기를 판매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09년 중국에서만 1170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요새 프랑스, 영국 등에서 K팝 열풍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을 이용해 유럽하늘에 우리 제품을 띄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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