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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점령 한류,현대사에 유례없는 대중문화

올소맨 2011. 6. 21. 00:36

파리점령 한류,현대사에 유례없는 대중문화
- 한류,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현대사에 있어 ‘아주 특별한’ 대중문화
   

 
드디어 파리에 깃발을 꽂았다 ! 표현이 좀 전투적이긴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다른 모든 문제는 젖혀두고 이 한마디로 이 순간의 기쁨을 표현해내고 싶다. 20여년전 거의 한 30년전부터 필자가 이불속에서나 막연히 꿈으로만 꿔왔던 장면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행여 찌질해 보일까봐 타인들에겐 이런 바램이나 소망을 함부로 꺼내지도 못했던 그 막연했던 꿈이. 이불속에서 자위하며 꾸는 꿈이 아닌 현실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샤이니등 한류가수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 SM 타운의 파리 첫 공연이 마침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한국 가수들을 보며 유럽의 소녀들이 환호하며 눈물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이 이제 꿈이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90년대 중,후반 이제 막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던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 한국과의 방송교류,문화교류 차원에서 처음 드라마 수출이 시작된 이래 어언 10여년. 한류는 마침내 유럽 그중에서도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프랑스 파리에 처음 깃발을 꽂은것이다.

이쯤에서 한번 필자가 되짚어보고 싶은것은 과연 한류와 같은 거의 세계적인 대중문화 현상이 유사이래 있었는가 하는점이다. 한류는 이제 더 이상 소수의 매니아가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K-pop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한류팬은 이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유럽,미주,아프리카등 거의 전 세계에 퍼져있다. 소수의 매니아란 표현이 머쓱해질정도로 한류는 이미 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이야 우선 근본적으로 TV,영화등 영상 대중매체의 역사가 미국에서 시작된 곳이고 미국이 이미 20세기때부터 워낙 초 강대국이라 자연스럽게 대중문화 시장에서도 세계의 메카로 자리잡을수밖에 없었으니, 논외가 될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이후 애니매이션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 산업을 상업적,전략적으로 발전시켜왔으나 어찌보면 애니와 게임등 캐릭터와 직결된 산업 이외엔 더 이상 보여줄만한게 없는것이 일본 대중문화의 한계같아 보이기도 하다. 물론 90년대에 이른바 저팬 트래시(JAPAN-TRASH)라는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 일본 대중문화 열풍이 일시적으로 일어났던적은 있었다. 하지만 trash(쓰레기)란 단어가 덧붙여진것 자체가 일본 대중문화를 경멸하는 유럽인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것을 감안한다면,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면서도 정작 유럽 주류사회가 이를 바라보는 감정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한류(韓流)는 다르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SM 타운의 파리 공연을 위한 한국가수들의 입국현장을 보도하며 ‘K-pop 전사들 유럽에 상륙’했다고 표현했다. 기사를 쓰는 기자의 머릿속엔 문득 중세때 있었던 십자가 원정대의 일이라도 잠시 뇌리를 스쳐 지나갔을까. 하긴 우연치고는 묘하게 오늘 한국에선 바로 145년전 병인양요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규장각 도서의 반환 환영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류는 애초에 90년대 후반 개혁개방으로 나가기 시작한 중국,베트남 등지에 한국 드라마를 처음 수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만과 홍콩등 중화권 전 지역에 걸쳐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중화권 언론들이 공식적으로 한류(韓流)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화가 본래 흐르는 강물처럼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르는게 순리라면 당시까지 아직 경제적으로 낙후되어있던 중국과 베트남에 한류가 이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볼수도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그와같은 논리는 일본에 겨울연가 열풍으로 본격적으로 일본 한류가 시작되었을때부터 이미 맞아들어가지가 않았다. 비록 그것이 정통멜로였던 겨울연가나 어느 한두 배우가 일본 중년여성들의 감성에 일시적으로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 할 지라도, 경제적으로 앞서있고 게다가 오히려 일본 대중문화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가 문화침탈을 당할것이란 지식인층 전반의 우려와 달리 거꾸로 일본에까지 한류가 일어나면서 더 이상 한류는 물이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르는것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문화현상은 아니었다. 물론 드라마 한류가 이후 일시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소녀시대와 카라가 중심이 된 걸그룹 한류가 최근에 들어와서 제2차 일본내 한류열풍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천년대 중,후반 이후 보통 K-pop으로 불리우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 일으킨 한류는 확실히 유튜브의 역할이 컸다. 이제는 인터넷과 특히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동영상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수시로 접할수 있는 시대. 동아시아권을 넘어 이미 미주와 유럽등 거의 전 세계에 걸쳐 K-pop 한류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것은 확실히 인터넷과 유튜브 등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라 불리는 21세기들어 생겨난 새로운 대중매체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류를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현대사 특히 21세기 들어서 ‘아주 특별한’ 대중문화 현상으로 세계사적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적어도 20세기는 미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시절이었고, 거기에 대적할만한 대중문화 시장은 일본의 애니매이션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미국이나 일본이 경제강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한류(韓流)도 애초엔 물이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후진국으로의 대중문화 전파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한류붐, 그리고 작금의 K-pop 열풍은 과거 미국 대중문화가 보여준 또는 일본 애니매이션이 보여준 자본의 힘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요인으로는 확실히 인터넷,유튜브,SNS등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소통할수 있는 새로운 대중매체의 등장이란 ‘21세기의 혁명적 변화’를 꼽을수 있을것이다. 확실히 한류의 범 세계적 확산엔 인터넷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 시대고 유튜브가 있다고 가능한것만은 아닐것이다. 비록 전 세계가 다 같이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유튜브를 사용하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대중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나라는 21세기 들어 지난 10년 오직 ‘대한민국’을 제외하곤 아직까진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선진국일까 후진국일까. 물론 OECD도 가입했고 G20까지 개최했으며, 또 객관적인 경제수치만 봐도 한국은 이제 더 이상 ‘후진국은 아니다’라는 말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가 워낙 저질인데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후진국’이라 비하하기도 하는 ‘정신적 후진국’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거나 21세기 인터넷 시대를 맞아 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사가 새로운 패러다임하에 재편된 이래 과연 대중문화 시장에서 이와같은 붐을 일으킨 중견국가가 과연 있었느냐 하는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압도적인 힘이나 경제력을 과시하는 나라를 제외하곤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한국이 그것을 해낸것이다.

미국의 헐리웃 영화, 일본의 애니매이션이 전 세계를 석권하는것을 막연히 부러워만 하던 동방의 작은 나라. 그 나라가 20세기 거의 끄트머리에 와서 우리보다 후발(後發)국가에 조심스럽게 드라마 수출을 시작하며 마치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보듯이 시작된것이 한류(韓流)였다. 그것이 그리고 마침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란 새로운 혁명이 일어난 21세기가 개막되면서 전 세계적인 새로운 대중문화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한류는 확실히 21세기의 시발점에서 일으킨 동방의 작고 강한 나라 대한민국이 일으킨 ‘아주 특별한 대중문화현상’이란 점에 그 의미가 있다. 그것도 압도적인 힘이나 경제력을 과시하는 나라가 아닌 20세기 중반 무렵에만 해도 ‘차라리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라’는 비아냥을 받던 그런 비참한 처지에서 출발한 국가가 이루어낸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제국주의 열강에 핍박받던 많은 제3세계권 국가들이 독립했지만, 그중 경제적으로 부흥한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또 경제적으로는 어느정도 일어났을 지언정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경제도 부흥하고 민주화도 정착한 나라가 마침내 대중문화에서까지 전 세계적 붐을 일으키고 있는 나라가 어디 2차대전 이후의 세계사에서 대한민국말고 또 있던가 ? 또 21세기 소셜미디어 혁명시대가 개막하고나서 범 세계적인 대중문화붐을 처음으로 일으킨 나라는 확실히 대한민국 KOREA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