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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루자

올소맨 2011. 1. 3. 08:18

함께 이루자

[중앙일보] 2011.01.01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두물머리의 물이 빛나고 있다. 지난 밤 너와 내가 흘러온 곳은 달라도 하나로 합쳐 흐르는 두물머리의 물처럼 우리도 하나로 가야 한다. 하나된 흐름이 도도한 한강의 물줄기가 되어 저 큰 바다로 나아갈 때 수많은 바다생물과 함께 노래하리라. [김태성 기자]

너는 너, 나는 나 / 서로 등지고 뼈와 뼈가 부딪히던 / 갈등의 밤은 이제 가라.

태양이 장밋빛 손가락으로 새해 아침을 열면

얼음 풀린 두 강물이 만나 하나의 물결을 이루듯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이루어야 할 우리 소망이 있다.


신해혁명 100년을 맞는 중국은 잠에서 깨어난 사자

그 포효 앞에서 귀 막고 눈 감지 말고 똑바로 서자

대륙과 해양 사이, 한반도는 슬기로운 토끼, 힘센 호랑이다.


더는 도망치지 말자. 교역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신수출시대

가난에 함께 울었던 너와 나, 지금 부의 번영 앞에서도 함께 웃자.

세금은 내가 내고 생색은 정치인들이 낸다고 하는데

아니다 세금 앞에 특권은 없다. 너와 내가 낸 혈세가

내 나라 내 자손의 몸속에서 맑은 피로 돌도록 해야겠다.


그런데 나무에도 나이테가 있다는데

학교에서 국사는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이란다.

어찌 저 아이들의 가슴에 할아버지의 혼(魂) 할머니의 영(靈)

아버지의 땀 어머니의 피를 새긴 나이테가 있겠는가.

이 자유와 번영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떡이 아니다.

너와 내가 남길 소중한 유산, 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스마트폰, 태블릿PC, 블로그와 트위터

문자를 보내기 위해 엄지손이 아픈 IT 초강국인데

너와 나는 어째서 소통 없는 세상이라고 한숨 쉬는가.

올해에는 모든 미디어가 하나로 합쳐 빅뱅을 일으킨다는데

차라리 혈서 쓰던 옛날 무명지라도 깨물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벽부터 허물어야겠다.

이제 지식정보사회를 넘어 지혜와 생명의 디지로그 시대를 여는 거다.

그래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다.

민물과 바닷물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저 은어(銀魚) 떼처럼

번적이는 은빛 비늘을 세우고 가자.

두 강물이 만나 하나로 흐르는 더 넓은 초록색 물줄기를 향해서

그리고 노래하거라. 높은 음자리표로 새해 소망을.

이번만은 등 돌리지 말라. 너는 나, 나는 너가 되어 함께 가는 거다

이어령 본사 고문
 
비겁을 평화라 부르지 말자.

갈등과 대립의 고개를 넘으면 거기 통일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는 이야기가 있다.


동행자여!

2011년 첫걸음을 내딛는 눈부신 나의 동행자여.

글=이어령 본사 고문
사진=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