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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올소맨 2009. 7. 2. 03:08

부제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연출가 ‘권호성’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대학로에서만 1900회가 넘는 공연으로 17만 5천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이른바 ‘국민 연극’이다. ‘오아시스세탁소’의 주인이자 대한민국의 소시민 ‘강태국’을 통해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선사하는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장기공연 되고 있다. 집 앞 허름한 세탁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는 연출가 ‘권호성’을 만나 ‘오아시스세탁소’의 진짜 속사정을 들어봤다.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과의 인연은 어떻게 닿았나요?

예전에 제가 살던 집 앞에 세탁소가 하나 있었어요. 허름한 동네 세탁손데 매일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그 안에 무슨 드라마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안에 가득 쌓여있는 옷, 드나드는 사람들과 주인 내외가 일하는 모습…동네 허름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저 세탁소를 소재로 연극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에게 얘기를 했고 김정숙 대표가 그 얘길 듣고서 아주 재미난 희곡으로 쓴 거죠. 저는 모티브만 제공했고요.

- 집필이 끝난 대본을 받아 봤을 때 어땠나요?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됐나요?

이미지가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좀 ‘밋밋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은 김정숙 작가 선생님의 대본 중에서 가장 평이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작품들은 임팩트가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거기 드나드는 손님들의 이야기, 그 사람의 주변에 묻어나는 정서들 말이죠. 그러면서 오아시스 ‘습격’이라고 하는 작은 사건이 들어가 있죠.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임팩트는 약하지만 그런 게 또 김정숙 작가가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2003년 첫 공연 이후 장기 공연되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공연과 지금 대학로에서 올라가는 작품 사이에 수정된 부분은 없나요?

맨 처음에 나왔던 대본과 등장인물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날 뿐 거의 수정 안됐어요. 처음 나온 대본으로 작품 연습을 하다가 중간에 한 1~2년 희곡을 덮은 적이 있었어요. 공연을 못하고 있다가 다시 하게 되면서 각색을 했어요. 그 희곡이 지금 대학로에서 올리는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희곡이에요.

- 연출할 때 가장 신경을 쓰거나 중점을 둔 장면이 있다면요?

엔딩장면이에요. 대본에 보면 마지막 장면에 세탁기에 들어간 사람들이 빨래가 되어서 빨랫줄에 걸린다고 나와 있거든요? 세탁기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세탁이 되어서 빨래로 걸리는 것을 어떻게 형상화시킬까가 제일 고민스러웠고, 물론 풀어낸 걸 보면 그 고민에 비해 ‘저게 뭐 아무 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기계적이고 디지털적인 장치로 인해서 하는 것 보다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가장 쉽고 가장 평이하게 작품을 풀었는데 그게 의외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장면이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연극을 보시면 그 장면 얘기를 많이 하세요.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처음에는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감동 코드로 넘어가잖아요? 그 흐름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어떤 요소 때문에 그런 걸 까요?

첫 번째는 연출을 잘해서 그렇고 두 번째는 희곡이 좋아서 그렇고 세 번째는 연기를 잘해서 그렇고(웃음) 첫 부분인 ‘이석운’의 등장부터 감동이라는 게 숨겨져 있어요. 사실은 연극에서 그런 걸 너무 강요하다 보면 목적극이 되어버리고 지나치게 딱딱해져 버리니까 재미라는 것과 감동이라는 것의 경계를 잘 걸어가야 하는 거죠. 그런 거에 대해서 배우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 주인공 ‘강태국’은 옳게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기준을 지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주인공 ‘강태국’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강태국’이라는 인물은 사실 없기도 하지만 있기도 해요. 또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해요. 그건 무슨 말이냐면, ‘강태국’이라는 인물은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우리가 늘 답답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판타지일 수도 있어요. 저런 인물이 세상에 있을까. 근데 저는 어떤 누가 생각해도 이 두 가지를 다 생각나게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 주변에서 봄직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거요. 자칫 너무 없을 것 같은 인물로 빠지면 너무 허구적인 인물이 되어버리고 또 너무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들어버리면 때가 묻죠. 그래서 적적하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드림’을 그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 관객들이 연극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세요?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이 연극을 보고 가슴에 뭔가 하나 생각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넘쳐나는 자극적인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드라마들 속에서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같은 작품이 선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이 연극이 이 세상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자극적인 작품에 지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뭔가 위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것 같아요.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있는 ‘오아시스 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