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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 배우 최민철

올소맨 2009. 4. 24. 20:16

“조촐하게 족발 파티 했습니다. 하하” 이번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뮤지컬 ‘드림걸즈’ 팀은 최우수외국뮤지컬상과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하는 겹경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뉴 프로덕션 세계초연 성공의 ‘드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번 공연의 주인공 아닌 주인공 최민철이 있었다.

“10년 전 촌놈 하나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그 10년 전 촌놈이 지금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제목처럼 제 ‘꿈’을 이뤄준 작품입니다.” 20일 시상식 당시 최민철의 수상 소감 중 일부다. 사실 이번 시상식에서 최민철은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함께 노미네이트된 분들이 워낙 대단한 선배님들이셨잖아요. 상 받는 자리인데 당연히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시상대 위로 올라간 최민철은 그간 10년의 시간 속에서 힘이 되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운이 참 좋았어요.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선배들이 너무 많이 도와줬죠. 발음도 안 좋고, 사투리 심하다고 혼나기도 많이 했는데 그런 것들이 전부 지금의 제가 있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지금 같이 공연하고 있는 오만석씨나 김승우씨도 언제나 많은 부분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고요.”


같은 맥락으로 이 날 시상대 위에서 그가 배우 조승우에게 전한 감사의 인사도 화제가 됐다. “시상식 끝나고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군대 있는 사람까지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조승우씨랑은 7작품을 같이 했어요. 지금 있는 회사도 승우씨를 통해서 들어오게 됐고요.” 이번 공연 ‘드림걸즈’도 우연치 않은 기회로 조승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함께한 영화 ‘고고70’에서 조승우씨 역할이 소울가수였고, 저는 뒤에서 트럼펫을 부는 사람이었어요. 이번 ‘드림걸즈’에서는 제가 소울가수가 되었고요. 은연중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소울이라는 장르에 대해 잘 몰랐었거든요.”

최민철의 설명대로 이번 공연에서 그는 소울가수 ‘지미’ 역을 맡았다. 성악학도였던 그가 도전하기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수도 있었다. “아직도 만족은 못하죠(웃음). 아무래도 음색이 너무 달라 힘들었어요. 성악가들은 아름다운 소리, 다듬어진 소리를 추구하는데 소울 장르는 정 반대거든요. 그리고 흑인들 자체가 본성적으로 가진 느낌은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도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가진 것이 부족하다면 될 때까지 부딪히고, 연습하는 것. 그것이 아무것도 모르던 10년 전 시골내기가 터득한 방법이었다. “음악 부분에서 제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가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래도 아직 연기는 남은 셈이잖아요. 노래 연습은 당연한거고, 캐릭터 분석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 의미에서 최민철에게 뉴 프로덕션 초연은 부담감보다는 기회로 다가왔다. “만약 누군가 먼저 이 역할을 했었다면 전 지금처럼 하지 못했을거에요. 워낙 성대모사 같은 걸 못하기도 하고요(웃음).” 결국 최민철이 만들어낸 ‘지미’는 자유롭고, 또 그래서 즐거운 인물이 됐다. “소울이라는 것이 음악 장르의 하나일수도 있지만 단어 뜻 그대로 지미의 영혼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혼을 가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저의 ‘지미’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예요.”

수상소감에서 밝힌 대로 최민철은 ‘드림걸즈’를 통해 배우로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꿈 하나가 채워졌다. “평생 배우 하는 것, 그게 제 꿈이예요. 지금 ‘드림걸즈’에서 박수도 많이 받고, 이렇게 상도 받게 됐지만 사실 매 작품 이러라는 법이 없잖아요(웃음). 이번에 수상으로 인해서 기대치도 높아질 거라는 걱정도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걸 떠나서 제가 가진 지금의 신념을 잃지 않고 평생 배우를 했으면 좋겠어요.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는데 배우, 진짜 배우는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