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다. 꽃보다 남자에서도 구준표가 윤지후 보다 인기 있고, 돈주앙과 같은 옴므파탈들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쁜 남자는 커녕 어리숙함에 뽀뽀한번 못해본 남자가 주인공인 뮤지컬이 있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의 주인공 황대우는 나이 서른이 넘었지만 ‘지적인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뽀뽀한번 못해본 남자다. 이런 어리버리 극소심 소문자 에이형 남자 황대우에게도 드디어 사랑이 찾아오긴 찾아오는데 그게 또 하필이면 비밀 많은 여자 이미나다. 세상에 쉬운 연애는 없다지만 이 커플의 앞길은 유난히 캄캄해 보인다.
- 원작 영화를 충분히 살리되 전혀 달라진 캐릭터
이 작품의 원작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황대우는 소심하고 어리숙하긴 해도 어딘가 까칠한 면이 있었다. 미나의 무식이 들통 났을 때는 배신감에 소리도 지르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미나는 더 없이 살벌 했지만 배우 최강희 특유의 이미지인 엉뚱한 사랑스러움이 자연스레 묻어나왔다. 그러나 이 뮤지컬의 황대우는 어리버리, 말랑, 달달함은 있어도 까칠함은 없다. 미나가 혈액형론이 과학적이라고 하면 “그렇게나 과학 적인 거군요! 저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혈액형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요?”라고 할 정도다. 미나 역시 살벌함이 줄고 사랑스러움이 부각되었다. 특히 장미의 남자친구를 죽이고서 대우에게 헤어지자고 선포할 때는 너무도 죄책감이 없어 둘이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기본적인 라인은 원작 영화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덕분에 스토리의 전개에는 큰 무리나 오류가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극의 화자가 홍규와 계동이라는 점이다. 극의 시작과 끝을 홍규와 계동이 장식하고 살해당한 두 사람이 냉장고 안에서 살해당한 연유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구성을 취한다.
- 편안한 뮤직 넘버
이번 ‘마이 스케어리 걸’은 ‘윌 앨런슨’이 음악을 담당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작곡하기 전에 김동율의 음악과 트롯트 등 많은 한국 음악을 듣고 참고했다. 덕분에 ‘난 수박이 싫어’와 같은 곡은 트롯트의 느낌이 가미 되어 있으며 음악 전체적으로 발라드의 분위기가 강하다. 덕분에 관객은 이질감 없이 익숙하고 편안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는 한편 탱고나 왈츠를 접목시킨 뮤직넘버도 집어넣어 식상함을 피했다.
-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럽지만 허전한 무대
이 작품의 무대는 노랑을 기본 색으로 하며 다양한 문양과 소품을 통일시켜 마치 고급스런 호텔 로비와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 바닥도 빗살무늬를 넣어 조명에 따라 화려함과 단순함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벽은 섹션을 섬세하게 나누어 화장실과 창문, 엘리베이터와 거실, 산을 다채로우면서 효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벽의 일부를 이동무대로 설치하여 엘리베이터와 미나의 집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문 밖의 대우와 미나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허나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인 벽이 객석과 멀리 떨어져 있고, 가장 중요한 소품인 김치 냉장고가 좌측 사이드로 배치되어 있다. 아기자기함을 가진 소품과 배경이지만 무대 양측 사이드 좌석은 무대의 한 부분만 볼 수 있으며 중앙의 관객은 탁구를 관람하듯 좌우를 바삐 번갈아 가며 봐야한다. 또한 벽의 위치 때문에 관객은 앞에 있어도 무대가 너무 멀고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라리 소극장에서 했다면 더 편안히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 됐을 것이다.
- 전체적으로 좋지만 ‘한 방!’이 없어 아쉬운 작품
이 작품은 편안한 음악과 어울리는 배우들의 달콤한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특히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 배우와 조연은 물론 앙상블도 안정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스토리도 원작을 충실히 따름으로서 무리 없이 흘러가고, 배경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모든 것이 무난하고 편안하고 달콤하다. 그러나 관객들의 머리나 마음속에 남을 강렬한 무엇이 없다. 차라리 미나를 더 확실히 살벌한 여인으로 만들어서 설정의 쇼킹함을 주거나 강하고 빠른 비트의 군무를 넣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이 남는 한 장면을 만들었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3월 6일에서 5월 17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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