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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프리뷰] 뮤지컬 ‘자나, 돈트!’

올소맨 2009. 2. 6. 06:09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한 경계를 뒤집다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한다.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예쁘다. 남자는 남성적이어야 하고, 여자는 여성적이어야 한다. 여자 키보다 남자 키가 더 커야 보기 좋다. 연인의 경우 남자의 나이가 여자보다 많은 것이 보통이다.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연애하는 것이 정상이다. 섹스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 행위다.

아무리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어느 사회나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있다. 보통 다수가 공유하는 공통된 성향과 관념은 정상, 소수의 개성과 독창성은 비정상으로 취급받는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성 간의 사랑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소수의 동성애자들은 다수의 눈으로 본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일탈을 꿈꾼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자의식을 찾겠다는 가냘픈 로망을 말이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이렇듯 사회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것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발칙한 상상으로 2시간의 쾌감을 전하는 작품이다.

‘정상’과 ‘비정상’이 바뀌어 버린 사회. 즉, ‘비정상’이 곧 ‘정상’이 되는 사회, 뮤지컬 ‘자나, 돈트!’ 속 세상이다. 이 작품은 동성 간의 사랑이 정상으로 취급받는 역발상을 소재로 삼고 있다. 곧 뮤지컬 ‘자나, 돈트!’의 배경이 되는 하트빌 고등학교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동성애를 강요받는 사회의 일원인 것이다. 하지만 패기 충만한 이 젊은이들은 (어느 젊은이들이 다 그렇듯) ‘이성애자도 군대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의 논란 속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게 되고, 그 사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이 작품의 내용이다.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같은 문제는 오늘에도 역시 뜨거운 감자다. 대중은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동정이나 연민 혹은 적대의 눈으로 바라본다. 결국 그들은 ‘타자’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가운데 뮤지컬 ‘자나, 돈트!’의 드라마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유야 어찌됐건 이 작품이 거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본 뒤 어떤 카타르시스를 가지고 돌아갈 것인지는 관객 개인의 몫일 것이다.

뮤지컬 ‘자나, 돈트!’의 한국 공연은 오프 브로드웨이의 드버낸드 잰키가 연출을 맡았고 김호영, 이진규, 에녹, 김경선, 최유하, 김태훈 등 톡톡 튀는 배우들이 함께하여 최신 브로드웨이의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2월 7일부터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