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하러 나서는데 아들이 말을 건넨다.
“엄마, 누구를 찍을 거예요?”
“글쎄.. 그건 비밀인데. 선거는 비밀이 원칙이거든..”
“꼭 좋은 사람 찍으세요!”
“그럴게, 그런데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거야?”
“엄마도, 나도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요. 그리고 어린이 말도 좀 잘 들어 주는 사람이요”
아들의 말을 들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실 내가 정치에 대한 방향이나 판세를 분석할만큼 잘 알지도 못하며, 전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린 것에 일조한 사람이기도 하다. 해서 아들에게 내가 뽑은 사람의 이력과 왜 이 사람이 필요한 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줄 수 없었다. 또한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엄마와 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는 아들의 말에 무거운 바위 하나가 어깨에 얹혀지는 듯했다. 이번 후보들 중에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 있을까? 아니 관심이라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이번 선거의 결과를 놓고, 20대의 반응이 ‘의외’라며 의견이 분분하고, 여당의 압승에 절망을 토해내기도 하고, 야당의 약세에 당연한 결과라는 비난 등 뉴스에서 쏟아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야기들에 13살의 아들이 한 마디 비수를 던진다.
“정말 어른들은 복잡하네, 선거도 끝났는데..그럼 선거 하지나 말지”.
초등학생들도 느끼는 그 한심한 세상의 중심이 ‘정치판’이다. ‘차악’을 선택한 내가 아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부디 간절히 원하건 데 나를 포함한 ‘차악’을 선택했을 또 다른 사람들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좀더 나아지는 미래를 향한 일보였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차악'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었기를 바라며...
2008.04.10, 이향선
'마인드up 스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의 짜증을 돋구는 남자의 망언 (0) | 2008.04.11 |
---|---|
동안 얼굴이 갖춰야할 필수 요소, 볼륨 있는 이마 (0) | 2008.04.11 |
술버릇으로 알아보는 남자의 심리 (0) | 2008.04.10 |
디카 비하인드 스토리 (0) | 2008.04.09 |
천천히, 여유있게, 느리게 (0) | 2008.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