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래회충유충증이지만 진단이 어려워 위궤양, 위암, 위용종, 위종괴 등으로 오진될 수 있어 실제 감염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시판중인 바다고기에 대해 '기생충 검사'가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고래회충유충증에 무방비한 상태다. ◇ 신선한 회, 고래회충에 무방비? 고래회충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바다고기에 기생한다. 새우 등 작은 갑각류와 청어, 오징어 등을 중간숙주로 삼고 최종적으로 고래 등에 기생하므로 고래회충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고래회충은 오징어, 광어, 고등어 등 바다고기에 자연적으로 기생하므로 인체에 위해하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열에 약해 70도 이상 끓여먹거나 영하 20로 냉각하면 5~6시간만에 유충이 사멸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고래회충 성충은 크기가 7~20cm이므로 조리할 때 눈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고래회충은 바다고기의 내장에 기생하기 때문에 고기가 죽으면 살기 위해 근육으로 파고 든다. 보통 활어회는 싱싱한 횟감을 조리하므로 고래회충 유충에 감염될 확률은 낮으나, 유충에 100% 안전하다는 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까지 고래회충유충증으로 보고된 사례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회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고래회충유충증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래회충유충이 위장관에 부착돼 점막과 점막하층을 뚫고 대망이나 췌장, 간, 심지어 폐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보고된 바 있으며 조기, 바닷장어, 히라스, 오징어 등에서 유충이 검출된 적이 있다. 특히 고래회충유충증이 급성충수염, 급성 복증, 위종양 또는 위암, 회장염(ileitis), 담낭염, 게실염, 결핵성 복막염, 췌장암 등으로 오인되고, 수술 전 위궤양, 위암, 위용종으로 진단돼 개복수술 뒤 병리학적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있다. 전문의들은 "환자 대부분이 위내시경 관찰을 통해 우연히 진단됐으며 회로 즐겨 섭취하는 모든 바닷고기가 감염원이 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생선회를 즐겨먹으면서도 고래회충유충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감안했을 때 더 많은 고래회충유충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횟감 어류 '기생충' 관리 안된다 사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남농수산물검사소에서는 바닷고기 등에 대해 기생충 검사를 상시적으로 검사하지 않는다. 지난 한 해동안 한시적으로 유통중인 어류의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것이 전부다.
강남농수산물검사소 관계자는 "간혹 바닷고기를 생식하거나 덜 익혀 먹었을 때 위장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위산 등으로 사멸된다"며 "일단 횟감 등으로 사용되는 바닷고기의 기생충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바닷고기에 대해 인위적으로 기생충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는 방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고래회충은 인체에 적응하지 못하므로 괜찮지만 100%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고래회충 유충을 검사할 수 없어 내장에 기생중인 성충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관능검사에 의존해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형편이다.
검사소에서도 샘플 상당수에서 기생충이 검출됐지만, 수산물에 대한 기생충 검사는 한정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현행 식품위생법상 기생충을 이물로 간주할 수 있으나 원형 상태의 어류에 대해 일일이 기생충 검사를 할 경우 상품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수입물량을 관장한다면 시중에 유통중인 수산물의 안전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에서도 횟집에서 기생충을 미처 제거하지 못해 적발된 경우에 한해 행정처분 등을 고려할 뿐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산물이 출하되기 전에 대장균군이 음성인 기준에 맞춰 기생충을 취급한다"면서도 "기생충으로 인한 인체감염이 있을 수 있으나 보고사례가 적어 기생충 검사항목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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