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직업·마케팅

150억원으로 저지르기

올소맨 2008. 2. 12. 09:42

 

어디서나 기본이 중요하다

 

대기업에서 목 좋은 자리에 빌딩을 지었다.

그리고 그 자리 1,2층에 수입 외제차 전시장을 직접 운영하였는데

건물 내부 구조상 도대체 세련된 분위기가 나지 않으니

외제차 = 명품 이라는 기본적인 인식 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기업 오너의 측근이라는 사장님이 물어왔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이미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니...

뭔가 해답을 주지 않으면 나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고

해답이라고 내봐야 기본에서 부터 문제가 있는 것을

부분적으로 고쳐 봐야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 더러

괜히 어설픈 해결책을 내놓았다가 아무런 효과가 없을 시에는

더 큰 낭패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쎄요...뭘 뜯어 고쳐서 분위기를 바꾸는 것 보다

자동차 자체의 비주얼을 살리고

고객에게 강한 어필을 하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결국 외부 조명과 내부 조명을 이용한 비주얼 해결 방안과

소비자 메리트를 강화하는 VVIP마케팅 방안으로 정리를 하였다.

 

"다음 건물 지을 때는 미리 기획부터 할테니 그때 좀 도와주세요~"

 

사장님의 마지막 멘트가 나에게는 가장 값진 수확이었다.

 

 

돈 들어가는 일은 좀 제대로 알고 지르자

 

"CI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좀 만나뵙으면 합니다."

 

숨어서 살아가는 요괴인간의 징후를 타고나서 인지  

아침 햇살에 적응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에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면 대답이 즉각 나가지 않고

좀 굼 뜨게 마련인데다가 오랜 시간 별의별 클라이언트를 상대한 경험 때문인 지

전화만으로도 그 일의 경중과 실현여부가 어느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무슨 일이신데요?..."

 

아버지가 물려준 경기도 화성 땅에다가 3형제가 의기 투합

뭔가 대단한 것을 개발하자고 하여 3년 전 부터 준비하다

그 과정에서 온천도 터지고 그 여세를 몰아

연면적 11,000평 규모로 레저타운을 만들겠다고 건축을 시작해

이제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상업 건물과

지상 1층 지하 1층의 싸우나 겸 워터피아 그리고 찜질방 

이렇게 3동의 건물이 완공되었고  

지금 내부 인테리어가 한창 진행되어 내외부 싸인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싸인?...CI라더니...BI네요...이름은 요? 심볼은 요?..."

 

좋지 않은 머리로 먹고 살려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 한다는데 싶어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고 약속을 잡고 난생 처음 화성이란 곳을 일 때문에

가 보게 되었다.

 

 

초지일관, 하나로 저지르자

 

처음 건네 받은 명함, 그 명함 속에는 피라밋과 스핑크스가 살고 있었다.

꿈의 온천 스파, 하피스파랜드...

 

(하피는 나일강변에 수중생물 모습을 하고 올챙이 배를 한 남자 또는

미이라를 만들 때 제거되는 내장 중에 허파를 담는 항아리를 뜻한다.)

 

"이집트가 컨셉 인가요?"

 

"네, 이집트 대사관까지 가서 얘기 나누고 시작한건데요"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전무의 말이었다.

그러나 나의 시큰둥한 반응에 조금 기분이 상한 듯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대명 홍천 비발디 스파도 이집트 컨셉이예요" 

 

"흔하죠...이런 컨셉은...또 인테리어 디자인 하기도 쉽고...

그럼 아예 이집트 테마파크로 하시지...

사막 모래에 오아시스 그리고 나일강을 워터피아로 하고

황금 컬러에 직원들은 이집트 복장 그리고 음식도 이집트 풍으로...

화성에 이집트 문명이 있다, 좋잖아요. 명확하고..."

 

화성에 사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화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로는 이미지는 살인의 추억이다.

그런 곳에 이집트의 왕릉인 피라밋을 세워놓고 무덤 속에서

사우나를 즐기라니...조그만 토굴에서 찜질을 하라니...

새벽 시간에 흉상들과 함께 사우나를 한다...

담력 훈련 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 힘이되는 것이지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만 못 하다.

 

150억원 갈기갈기 찢어 놓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양에

한꺼번에 이것 저것 다 담고 싶은 욕심으로

이것 넣고 저것 넣다 보니 누더기 아니면 땡땡이 무늬

 

정말 이런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바로 가진 자의 여유이며

나 이외에는 믿지 못하는 가진 자의 지나친 경계심

거기에 하나 더 달콤한 말에는 빠르게 적응하고

뼈 있는 말은 거부감을 강하게 갖는 부리는 자의 속성

 

150억원을 들였다는 어설픈 컨셉의 이집트 레저타운

과연 그곳이 레저타운이 될 수 있을까?

그 곳은 결국 호사스런 동네 찜질방으로 수명을 다할 것이다.

 

제발 꼼꼼히 따져보고 저지르자

 

모든 일에는 그리고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한 조사와 분석 그리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것 없이 일을 저지르는 것은 무대뽀 정신으로 그냥 지르는 것과 같다.

 

기왕에 저지르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일 한번 제대로 저질러 보자 제대로 사고 한번 쳐보자.

자만하지 말고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허상에 빠지지말고

지구는 지구대로 세상은 세상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모두 제작기 자기 생각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냉정함을

잊지말고 제대로 저지르길 바란다.

 

 

스타헝그리 대표 박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