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艾子)가 길을 가다가 모공(毛空)이라는 사람과 마주쳤다. 모공은 엉터리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귀동냥한 이야기를 확인도 하지 않고 '뻥튀기'하는 재간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처럼 만났는데 모르는 척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애자가 모공에게 한마디했다.
"재미난 소식이라도 있는가?"
모공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있지.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 집에서 기르는 오리가 알을 낳았어. 그런데 그 오리가 한꺼번에 알을 100개나 낳은 거야. 희한하지 않은가."
역시 '뻥튀기'였다.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자는 그 말을 듣고 '아뿔싸' 했다. 또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이다. 빨리 헤어져서 가던 길이나 재촉하려고 했다.
그러자 모공이 애자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을 계속했다.
"재미난 소식이 하나 더 있어. 어떤 사람 집에 하늘에서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떨어졌지. 고기의 길이가 30장(丈)에 폭은 10장이나 된다네."
30장이면 오늘날 도량형으로 90m다. 길이 90m에 폭 30m나 되는 고깃덩어리는 있을 수 없었다. 수천만 년 전의 공룡이 환생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터무니없었다.
애자의 표정이 시큰둥해졌다. 애자의 표정을 본 모공은 재빨리 말을 고쳤다. 고깃덩어리의 길이를 20장으로 줄였다. 그래도 애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다시 10장으로 줄였다.
애자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모공에게 그 고깃덩어리를 직접 봤는가 물었다. 모공은 "모두 길거리에서 들은 것"이라고 멋쩍게 대답하더니 자기가 갈 곳으로 뛰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고 했다. 공자가 말했다. "큰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작은 길에서 말한다면 이는 덕을 버리는 것이다(도청이도설 덕지기야)."
인기 연예인 나훈아, 김혜수, 김선아씨에 관한 '삼각 루머(?)'가 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K양이다, 누구다 하면서 '이니셜'로만 나오더니 이제는 아예 이름 세 글자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몸에 칼질을 했다는 등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의 글까지 올리고 있다. '댓글'도 무수하다.
본인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온갖 루머가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해명 때문에 루머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흥밋거리가 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루머가 점점 퍼지면서 마침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조용할 날이 없는 '연예판'이다.
네티즌의 지적을 좀 받았으면 싶은 이야기는 도리어 잠잠했다. 작년 말 TV 방송국에서 무슨 대상 시상식을 하는 자리에서 어떤 원로 탤런트가 '이조(李朝)'라는 말을 했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 했다.
'이조'는 '이씨 조선'이라는 말이다. 일본 사람들이 조선 왕조를 깎아 내리기 위해서 만든 말이다. 조선 왕실을 이른바 '천황'가의 밑으로 깔아뭉개기 위해서 '이씨 조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원로 탤런트는 '이조', '이조시대', '이조의 중흥'이라는 말을 서너 차례나 했다. 그랬으니 말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조선'과 '이조'를 헷갈리는 이 탤런트는 그러면서도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수준을 보지 않아도 알 만했다. 네티즌이 무슨 지적이라도 했을까 뒤져봤지만 없었던 것 같았다.
'천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천인소지 무병이사)'고 했다. 루머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지만, 멀쩡한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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