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는 창

'인터넷 스타' 허경영

올소맨 2008. 1. 25. 09:56
완적은 옛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정치와 출세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출세 체질'이 아니었다.  높은 학식을 갖추고도 관직을 멀리했다.  오로지 술로 세월을 보냈다. 

 

완적은 최고권력자와의 혼담을 기피했다.  당대의 실력자 사마소가 자기 아들을 완적의 딸에게 장가보내려고 했다.  보통사람이었다면 냉큼 받아들였을 혼담이었다.  그렇지만 완적은 '죽림칠현'이었다.  혼담 소리가 들리자 두 달 동안을 하루도 빠짐없이 술 마시고 취한 척했다.  사마소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틈조차 주지 않았다.  완적은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기인(奇人)'이었다.

 

관직을 싫어했지만 스스로 맡은 적이 있기는 했다.  별궁을 경비하는 한직이었다.  맡은 이유가 있었다.  별궁 창고에 술이 300섬이나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완적은 취임하자마자 '죽림 친구'를 불러서 술타령을 했다. 

 

완적은 이렇게 남다른 행동만 골라서 했다.  세상의 법과 제도, 관습을 무시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방외인사(方外人士)'라고 불렀다.  '방외'란 요즈음 용어로 '예외'라는 뜻이다. 

 

또 다른 '방외인사'인 혜강도 죽림칠현 멤버였다.  관직을 맡았지만, 곧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은둔생활을 했다.  술 마시고, 악기 뜯고, 시를 읊었다.  약초를 구한다며 산에 들어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을 때도 많았다. 

 

혜강은 관리라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관리가 싫은 7가지 이유'를 밝혔다.  

 

1) 나는 늦잠을 잘 잔다.  관청 근무를 하면 그럴 수 없다. 
2) 나는 거문고를 끼고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관직에 있으면 수행원들이 귀찮게 따라다녀서 싫다. 
3) 나는 조금만 앉아 있어도 다리가 뒤틀리는 체질이다.  이가 끓어서 몸이 늘 가렵기도 하다.  관리가 되면 체질에 안 맞게 복장을 갖추고 윗사람에게 인사하러 다녀야 한다.

4) 나는 글 쓰기를 싫어한다.  관청에서 근무하면 글 쓰기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따라서 관리가 될 수 없다. 
5) 세상에서는 장례식을 할 때 엄숙하게 격식을 따진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생각한다.  격식만 찾다가는 나의 본심을 속이게 될 것이다. 
6) 관리가 되면 출세주의자들과 함께 근무해야 한다.  그들의 행동을 억지로라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7) 나는 번거로운 일이 질색이다.  그런데 관청 일이야말로 지나치게 번거롭다.

 

오늘날 또 한 사람의 '기인'이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다.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허경영씨다. 

 

허씨는 네티즌의 평가가 엇갈리는 '기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떤 네티즌은 영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어떤 네티즌은 사기꾼이라며 깎아 내렸다. 

 

허씨는 많은 화제를 뿌렸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결혼설, 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진 촬영, 국민 95%의 지지율, 유엔 사무총장 출마 제의 양보, 아이큐 430, 모든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지급, 축지법과 공중부양, 눈빛만으로 병을 치료한다….  황당무계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네티즌의 흥밋거리였다. 

 

그랬던 그가 선거법 위반과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구속 후에도 재미난 댓글이 올라왔다.  축지법을 써서 피했으면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이동이나 공중부양을 해서 멋지게 탈출해버려라….  

 

'방외인사' 완적은 권력자와의 혼담을 기피했다.  혜강은 관리를 싫어했다.  허씨는 반대였다.  오히려 결혼설을 퍼뜨렸다.  선거판에 뛰어 들었고 권력을 추구했다.  그런 면에서 '세속적인(?) 기인'이었다. 

 

허씨가 정치판을 멀리하고 '방외인사'로 남아서 계속 톡톡 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구속되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네티즌은 '인터넷 스타' 한 사람을 놓치게 생겼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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