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는 창

'출호이 반호이'

올소맨 2008. 1. 19. 00:03

추나라 임금 목공((穆公)이 맹자에게 물었다. 

 

"우리가 노나라와 싸울 때 관리와 장수들을 33명이나 잃었다.  반면 백성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백성은 윗사람이 죽고 있는데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괘씸한 백성을 모두 처벌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다.  모조리 없애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앞으로도 계속 구경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겠는가."

 

추나라는 노나라와 싸웠다가 패했다.  임금의 실정 때문이었다.  그랬으면 목공은 자신의 잘못부터 먼저 반성해야 했다.  그런데도 백성이 열심히 싸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패했다며 '남의 탓'을 한 것이다. 

 

맹자가 대답했다. 

 

"저번에 흉년과 재난이 일어났을 때 늙은이와 어린아이가 많이 굶어죽었다.  살아남겠다며 뿔뿔이 흩어진 젊은이가 1,000명 가까웠다.  당시 임금의 창고에는 곡식과 재물이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들이 구제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직무를 태만하게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랫것들을 죽도록 만들고 말았다."

 

맹자는 그러면서 목공을 따끔하게 혼냈다.

 

"옛날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고 했다(계지계지·戒之戒之).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출호이자 반호이자야·出乎爾者 反乎爾者也).  백성이 당시에 받았던 푸대접을 지금 되돌려주고 있는 것일 뿐이다.  어진 정치를 했더라면 백성은 그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앞장서서 싸움터에 나아가 죽었을 것이다.  더 이상 남의 탓을 하지 말아라."

 

여기에서 나온 말이 '출호이 반호이(出乎爾 反乎爾)'다.  너에게서 나온 것은 반드시 너에게로 돌아가는 법이다.  갑작스럽게 떠올려본 '과거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 들었다는 소식이다.  5개 정부부처가 다른 부처로 흡수 통합되고, 416개에 이르는 정부 위원회 가운데 절반인 215개 없어진다는 보도다.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18부 4처 18청 10위원회의 중앙 행정조직이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축소조정'된다고 했다.  

 

이 '정부 구조조정'으로 이른바 '노비어천가'를 소리 높이 외쳤던 '홍보수석'이 없어진다.  기자실 '대못질'하는데 총대를 멨던 '국정홍보처'도 된서리를 맞았다.  100사람의 생각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이 아마도 '깨소금'이라고 할 것이다. 

 

참여정부는 "작은 정부 하겠다고 그런 적 없다"며 정부를 잔뜩 키워놓았다.  국민의 반대여론을 깔아버렸다.  차기 정부는 '가장 작은 정부'를 하겠다며 그 '큰 정부'를 축소조정하고 있다.  공무원 숫자도 따라서 줄어든다.  국민의 '세금폭탄'으로 공무원 봉급을 마련하는 일도 한결 덜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어쩌면 '깨소금'이다. 

 

국민은 일자리가 없어서 쩔쩔맸다.  '이태백'이 나오고, '삼태백'이 생겼다.  경제를 살려서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런 국민 앞에서 참여정부는 "경제 올인이란 유신시절에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구조조정'되고, 공무원 숫자가 줄어들면 기업들이 요구했던 '규제'도 저절로 완화될 것이다.  '올인'하지 않더라도 경제가 최소한 앞 정권보다는 나아질 게 분명하다.  앞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간단하다. 

 

이 정권은 지지율이 한없이 추락할 때 '감'을 잡았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몰랐다.  '네 탓 타령'만 했다. 

 

'출호이 반호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는 법이다.  '유전자 조작'이라도 하기 전에는 팥이 나올 재간이 없다.  뿌린 대로 거둘 수밖에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예쁘다.  가는 말이 미우면 돌아오는 것은 삿대질뿐이다.  원인이 그랬기 때문에 결과도 그런 것이다.  

 

이정선 기자 (csnews@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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