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티브잡스가 매년 천 명씩 죽는다
스티브 잡스가 그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제 겨우 56세의 장년인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튀는’ 아이였다.
집안 구석에 두었던 바퀴벌레약을 먹고 거의 죽었다가 살아나는가 하면,
정학-마약-무단결석을 밥먹 듯 했다.
대학 철학과에 입학하고는 반 년 만에 때려치웠다.
그 후 청강생으로 듣고 싶은 과목만 들으며 일 년을 보내더니 이마저 미련 없이 접어버렸다.
잡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튀었다.
대통령 앞에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나갈 만큼 복장도 튀었고,
오랫동안 씻지를 않아서 주위 사람이 얼굴을 찌푸릴 만큼 생활도 튀었다.
말도 튀었다.
가까운 이들에게 뿜는 독설이 요즘 우리 아이들의 욕설 이상이었던 것 같다.
약속을 쓰레기 취급하고,
자신의 딸을 헌신짝처럼 버렸으니 여기서 얼마나 더 튈 수 있을까?
한국이었다면 그는 오래 전에, 열두 번 이상, 매장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튀는 머리로 튀는 업적을 이룩했다.
그는 과학도도 공학도도 아니었고, IT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는 ‘문과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학과 인문학, IT와 예술이라는 극과 극을 융합하여
인류에게 기막힌 선물을 선사했다.
그래서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잡스를 ‘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또는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도전정신의 화신’이라고 부른다.
그뿐 아니다.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이 시대 최고의 CEO’라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충돌과 파괴의 리더십’ 소유자로 불리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불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옹고집’이다.
지난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다.
어느 어머니가 6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이가 너무 산만하다는 것이다.
엉뚱한 짓을 너무 자주 하고, 정리정돈을 전혀 하지 않고,
책가방도 싸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 전달사항을 엄마에게 전해주지도 않고.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면 화를 잘 내고, 잘 다툰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외톨이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는 늘 책만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열권 정도는 읽어치우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에, 아이가 영웅심과 자존심이 강하고,
우주인과 대화를 한다고 하고,
매사를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감으로(=직관력으로) 판단하고,
아무 일에나 겁없이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스티브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낸 때였다.
온갖 매체들이 그의 귀환을 어렵게 보았고,
그래서 매체마다 스티브 잡스의 기획기사가 넘칠 때였다.
잡스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드님이 스티브 잡스 판박이로군요.”
“농담하지 마시구요!!”
“진담입니다. 하나만 더 확인할께요. 아드님이 허리가 좀 약하지는 않습니까?
오랫동안 꼿꼿이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느냐고요?”
“네, 단 5분도 똑바로 앉아있는 꼴을 못 봤어요. 그런데 그 걸 어떻게 아시는....”
두뇌특성으로 볼 때, 스티브 잡스는 우뇌가 ‘엄청나게’ 발달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전체의 1%쯤 된다.
이런 두뇌는 생각이 항상 확산적이다.
생각이 항상 퍼져나가고, 앞으로만 간다는 뜻이다.
게다가 잡스는 전두엽도 ‘대단히’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전체의 30%쯤 된다.
극과 극을 융합시키는 능력이 그 증거다.
또, 잡스는 측두엽이 ‘특이하게’ 발달한 경우다.
그의 언어를 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이런 경우도 30% 정도다.
결국 잡스는 1,000명 중 한 명꼴에 해당하는 두뇌특성을 가진 셈이다.
보통 이들을 천재라고 하지만, 필자는 Type I(one)이라고 구별하여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율이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뇌가 ‘엄청나게’ 발달한 사람이 2%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두뇌특성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척추기능이 매우 약하다.
이유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통계적으로는 확실하다.
이렇게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잡스급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매년 천 명 안팎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우선, 우리나라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천재형일 것이라고 믿지를 않는다.
위의 어머니도 그 중 하나이다.
IQ로 본 천재가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모님들은 오직 다른 아이들과 비교만 한다.
성적이 좋은 아이, 또는 모범생 (실제로는 소극적인) 아이들과 비교해서
부족하면 실망하고 한탄한다.
둘째, 우리나라 부모는 아이들을 자신의 기준에만 맞춘다.
아이도 자신들처럼 정리정돈을 잘해야 하고, 아이도 자신들처럼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아이도 자신들처럼 말을 조리있게 해야 하고,
아이도 자신들처럼 일(=공부)벌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쥐어박고, 쥐잡듯 몰아치고, 저주의 욕설을 내뱉는다.
셋째, 학교, 특히 중고교에서는 논리력이나 분석력, 장기기억력만을 요구한다.
잡스같은 창의력, 직관력, 융합능력, 도전정신, 충돌의 리더십 등은
경계의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수능으로 승부하면 성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렇게 뚜드려 잡는데 배겨날 잡스가 어디 있을까?
아무리 독수리로 태어나더라도 이런 후천적 환경이면 참새가 될 수밖에 없다.
잡스는 정말 운이 좋았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 어느 반에는 수강생이 35명이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이들 중 줄잡아 20명은 어릴 때 ‘상당히’ 튀었을 학생들이다.
그들을 알아주고 키워주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장래 잡스 부럽지 않게 튀는 인물이 될 터이다.
그런데 그들은 벌써부터 참새 흉내, 날개 꺾인 비둘기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잡스 한명이 세상을 뜬 것도 가슴 아픈데,
펄떡거리며 튀는 우리 아이들 천 명을 해마다 이런 식으로 사라지게 하다니…….
정말 가슴이 메어진다.
- 옮긴 글 -
(사족이다. 이들 천 명은 아주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찌어찌하다가 정치판으로 흘러들어가서 돈키호테 같은 짓들을 한다.
튀려면 제대로 튈 것이지……. 우리나라는 정말 운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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