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담고 기다림으로 완성하는 장아찌
계절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라는 제철 식재료는 말이 필요 없는 보약이다.
여기에 소금과 식초, 장 등이 어우러지면 깊은 맛은 더해지고 향은 은은해진다.
옹골찬 제철 식재료가 삭힘의 과정을 거쳐 발효 음식의 미학, 장아찌로 거듭나는 것이다.
느림의 미학, 슬로우 푸드의 대표주자 장아찌
장아찌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재료의 맛은 잘 살리면서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날로 먹는 채소라면 무엇이든 재료가 될 수 있어 채소의 뿌리부터 열매, 줄기, 꽃, 잎, 씨앗으로도
모두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장아찌 만들기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넉넉한 시간과 수고스러운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료를 손질해 장류에 버무린 다음 오랜 시간 맛이 들도록 기다리다보면 원재료가 가진
독성은 모두 빠지고 이로운 성분으로 바뀌는 숙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원재료의 영양분에 묵은 향이 더해진 장아찌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아찌는 보통 제철에 나는 흔한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꾸덕하게 말려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식초 등에 넣어 오랫동안 삭혀두었다가 먹는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저장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으로 오래두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겨우내 비축해두고 먹었다.
기온의 차이가 심하고 제철에 생산되는 산물이 다른 자연환경에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조상들의 지혜였던 것이다.
입맛 없을 때 빛을 발하는 장아찌의 위력
장아찌는 원래 여름 밥상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나른하고 맥이 풀려 입맛을 잃었을 때야말로
짭짤한 장아찌가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올려 먹어도 좋고,
찬물에 만 밥 한술에 살짝 얹어 먹어도 제맛이다.
장아찌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가 담긴 음식으로 재료의 소박한 맛을 살리면서도
원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발효·저장 음식이다.
봄부터 가을 제철 식재료로 장아찌를 만들어 놓으면 겨울부터 다음해까지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어 갖춰두면 언제든지 유용하게 쓰이는 든든한 반찬이기도 하다.
장아찌는 생채소를 그대로 장에 절이기 때문에 가열로 인해 비타민이 손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이와 같은 식재료는 생으로 먹을 때보다 장아찌로 담가 먹으면 비타민B 함량이 높아지기도 한다.
염도가 높은 것이 우려된다면 다시마 육수를 내서 섞으면 맛도 좋아지고 짠맛을 조절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장아찌, 잘 만들어 오래두고 먹으려면?
장아찌를 담기 전에는 재료를 충분히 씻어야 보관할 때 유해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장아찌를 담글 재료는 일단 소금에 절이거나 잘 말려 수분 함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재료에 수분이 흥건하면 곰팡이가 쉽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장아찌 만들기는 재료를 손질하여 물기를 거두는 것에서 시작된다. 재료에 따라
수분 함량이 적은 것은 담기 전에 전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장이나 식초에 절이기도 한다.
맛이 밴 뒤에 꺼내 양념하여 저장 식품으로 이용하면 된다.
모든 장아찌는 시간이 지나면 상하기 쉬우므로 양념을 끓여 식힌 다음 부어야 한다.
처음 담고 나서 2~3일 뒤에 다시 한 번 끓여 식혀서 붓고 일주일, 보름, 한 달, 3개월 단위로
끓여 부어야 오래 저장해두고 먹을 수 있다. 또 장아찌는 오래 삭힐수록 맛이 좋아지는데,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장아찌 재료와 된장, 고추장을 다시 조리해야만 맛이 변하지 않고
오래 간다. 장아찌에 한 번 이용됐던 장은 볶음이나 조림 음식을 할 때 활용하는 것이 좋다.
Tip_여름철 장아찌로 만들면 좋은 재료
1. 매실
매실은 구연산과 무기질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고, 간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와 장의 상처를 낫게 하고 염증을 다스리는 효과도 뛰어나다. 알이 단단하고 흠집이 없는 것이
상품이며 장아찌용은 청매를 사용한다.
2. 고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고추는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탈모를 예방하고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처 나지 않은 깨끗한 풋고추를 이용해 장아찌를 담그는데
양념이 속까지 잘 배도록 바늘로 구멍을 뚫어 만들면 좋다.
3. 오이
여름 채소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오이는 수분이 많고 칼륨 함량이 높아 몸속에 쌓인 나트륨과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오이 장아찌는 장류를 끓여 식히지 않고 바로 부어야
무르지 않고 아삭하게 즐길 수 있다.
4. 토마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있는 토마토는 열량이 낮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최적의 다이어트 식품이다. 장아찌로 만들 때에는 소금을 뿌려 절인 후 햇볕에 잘 말려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5. 깻잎
깻잎은 만성 위염과 기침, 위산 과다 등에 효과가 있으며 칼슘과 철분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A, B, C 등의 영양분도 충분하다. 지나치게 여린 잎은 쉽게 흐물흐물해지므로
약간 억센 것을 이용해 장아찌를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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