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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방랑의 길' 등 테마 찾아 떠나는 답사여행 늘어

올소맨 2011. 6. 21. 00:47

 

'김시습 방랑의 길' 등 테마 찾아 떠나는 답사여행 늘어

"스물한 살의 매월당(1435~1493년)이 세조가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분하며 읽던 책을 불사르고 방랑의 길에 나선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가 아는 매월당의 이야기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죠."

지난 21일 서울 북한산의 중흥사터. 회사원, 공무원, 교사 등 30여명이 모여 문광부 이병두 종무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4월 창립된 '매월당 김시습 기념사업회'가 마련한 '매월(梅月)기행'의 첫 답사에 참가한 회원과 일반 참가자들. 설명 중엔 "과거 북한산을 승군(僧軍)이 지켰는데, 그 승군의 총본부가 중흥사"란 이야기도 나왔다. 병자호란을 겪은 후 임금의 한양사수 의지를 밝히기 위해 숙종이 북한산성을 쌓을 때 승려들이 큰 역할을 했고, 이후 관리·방위도 승려들이 맡았다는 것. 서울에 살면서도 몰랐던 사실을 듣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월기행'을 이끄는 소종섭 회장은 "매월당은 사상가와 종교인, 문학가의 면모를 모두 갖췄고, 유교 불교 도교를 통합적으로 보았던 인물"이라며 "홀수 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답사 여행을 진행하면서 그분의 정신과 사상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답사는 '매월대' '매월폭포' 등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강원도 철원 근남면으로 찾아갈 예정. 현재 50명 규모의 이 단체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송월주 스님(명예회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고문),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이사) 등 불교·문화계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①북한산 중흥사(청년 김시습이 공부하던 곳)②부여무량사(김시습이 생을 마친 곳,그의 자화상과 부도가있다)③수락산('폭천정사'를 짓고 10년간 은거했던 곳.현재 내원암 부근)④설악산 오세암(출가해 머룰렀 던 곳)⑤경주 남산(금오신화를 집필한 곳.용장사 터)⑥공주 동학사(단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곳)⑦강원도 철원 근남면(세상을 등진 선비들과 함께 은거 했던 곳)⑧전남 순천 송광사(당대의 고승 설준 대사를 만나 불교를 처음 접한 곳)
최근 역사 속 인물이나 일정한 테마를 중심에 놓고 여행을 떠나는 소규모 답사 모임이 늘고 있다. 남명 조식(1501~1572년)이나 매월당 같은 인물들까지 아마추어 여행가들의 탐구 대상이 됐다. 다산 정약용(1762~1836년), 연암 박지원(1737~1805년), 반계 유형원(1622~1673년)의 유적지를 한꺼번에 돌아보는 3박4일짜리 '대학생 실학캠프'도 있고, '보부상 옛길 따라 걷기' 같은 테마의 답사 여행도 등장하고 있다. 답사여행이 취미인 문현철(41·회사원)씨는 "사진 찍고, 음식 먹고 돌아오는 소모적 여행보다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공부하는 성격의 답사여행이 요즘은 훨씬 마음에 맞는다"고 말했다.

PC통신 천리안 시절부터 '우리얼' 답사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아마추어 여행가 조희영(치과원장)씨는 "지난해 조선일보에 연재된 '길 위의 인문학'처럼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사림의 계보를 따라가는 '서원답사'나 '섬진강 발원지 기행' 같은, 구체적 주제를 가진 여행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