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광고 왜 통하는 걸까요
▶ 생각열기
'개처럼 살자'를 삶의 모토로 삼고 사는 이들이 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 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 독특한 좌우명을 가지고 사는 사람의 직업은 ECD다. 풀어보면 'Extremly Crazy Dog(완전히 미친 개)'다. 이 같은 직책을 자칭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 종합 광고대행사인 TBWA의 광고제작 총 책임자(ECDㆍExecutive Creative Director) 박웅현 씨다. '진심이 짓는다'(대림 e편한세상),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SK), '잘자 내 꿈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등 많은 이가 기억하는 광고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이렇게 사람 냄새 나는 광고로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본인을 '개'에 비유하면서도 '이렇게 사람 냄새 나는 리더도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공자를 읽기보다 길거리에 나서야
= 박웅현 ECD를 대중에 알린 책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박웅현, 강창래 저)'다. 현실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학문으로 보이는 인문학을 광고라는 '행동'으로 보여준 이 책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인문학은 현재 부익부 빈익빈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인문학 강의 붐이 인다. 경영자들은 너도나도 서당을 다니고 대학의 인문학 과정을 들으며 공자의 논어를 읽는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심취한 인문학이 제대로 된 인문학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른다.
박 ECD는 "기업인에게 필요한 인문학은 문사철(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사람 사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죠. 사람 공부예요.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음악 그리고 사람들끼리 통하는 공통적인 것들이 모두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적으로 훌륭한 리더는 시장 아주머니의 주름살을 보고 감동을 받아 비즈니스 모티브를 발견하지요. 하지만 논어를 공부하더라도 인문학적 감수성이 없다면 그 주름살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해요."
인문학적 감수성을 찾기 위해 그가 제안하는 것은 '감정이입'이다. "감정이입을 통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직간접적인 정보를 잘 잡아내고 흘려보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큰 자산이 되고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됩니다."
◆ 개성을 믿어야 하나가 된다
= "나는 회의를 낚시로 봐요. 두 시간 회의를 하면 그동안 나는 낚시를 하는 거죠."
박 ECD는 자타 공인 한국의 '창의력 종결자'다. 누구나 그에게 창의력 키우는 법을 묻는다. 하지만 그의 창의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회의시간, 그는 오히려 입을 다문다. 귀와 눈을 열고 아이디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흘러가는 말의 홍수 속에서 아이디어라는 원천을 낚기 위해서는 우선은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닐 수도 있죠. 대부분 아이디어의 시작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이 별것 아닌 이 생각이 쌓이다 보면 뭔가가 나오거든요."
그는 술 이야기를 했다. 술 먹는 사람은 술 익는 과정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술을 발효시키는 과정이 꼭 보기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읽어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뭐야' 할 수 있지만 자꾸만 손을 대고 키워나가다 보면 아이디어는 발전한다.
"그래서 나는 회의 때 모든 내용을 꼭 기록해 두라고 말해요. 그리고 항상 모아두죠.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흘러가는 말을 흘러가지 않게 잡아두는 게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에게는 회의록이 그래요."
그는 SK브로드밴드 광고를 제작하며 만들어둔 회의록을 찾아 보여줬다. 세 번째 회의 자료까지 넘어가서야 박 ECD의 '빨간 줄'이 나왔다. 그가 '좀 괜찮은데' 싶은 아이디어를 정리한 항목에 그어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 낚시에는 원칙이 하나 더 있다. '입질이 오지 않는다고 다른 낚시터를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다.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아이디어도, 음악도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이 있지요. 그럴 때도 '이 안에는 뭔가가 있을 거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그 안에서 찾아냅니다."
낚시꾼이 낚시터를 옮기지 않는 비결은 '이 안에 고기가 있다'는 확신이다. 리더에게 그 확신은 신뢰이기도 하다.
"꽉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이 시점에 이 프로젝트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라는 걸 강조하지요.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을 여기에 데려와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만큼 상황을 잘 알지 못하니까요. 일곱 명이 회의실에 앉아 있으면 총 100년차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셈이에요. 내가 이 업에 몸담은 경력 24년, 또 누군가의 경력 10년, 이 경력 하나하나가 모이면 100년이 되니까요. 100년의 경력이 모여 던지는 메시지는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 '옳은 말이 옳다' 계급장을 떼라, '윗놈'이 '아랫님'에게 잘 해야 한다
= 사실 말이야 합쳐서 100년이지 나누면 차이가 생긴다. 누군가의 경력은 24년이지만 누군가의 경력은 1년이 채 안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경력을 합치는 믿음에 덧붙여 과감히 계급장도 떼버려야 한다. 일명 '옳은 말이 옳다' 정신이다.
"회의를 하다 보면 같은 말을 하더라도 갓 입사한 사람이 하는 말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팀장이 이야기할 때는 찬사를 받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주옥 같은 아이디어가 사라져버리고 말지요. 프랑스 속담 중에 'Talents are the talents of the others(내 재능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이들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봐주고, 상대의 지위가 높고 낮음을 떠나 그것을 사주는 게 필요합니다."
회의에서든, 회의 밖에서든 계급장을 떼면 '진정한 권위'가 생긴다. 갑을관계나 상하관계에서도 마찬가지란다. "권위는 직급, 나이, 위치나 목소리의 크고 작음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진짜 권위는 상대로부터 내가 사는(buy) 거예요. 억지로 쥐어짜서(squeeze)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넘치게(spill over) 해야 합니다."
그는 이 논리의 연장으로 윗사람을 '윗것', 아랫사람을 '아랫분' 이라고 부른다. 윗것들이 잘 해서 아랫분들을 모셔야 진정한 권위가 스필오버된다는 논리다.
"리더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지혜라는 건 아웃소싱을 하는 힘이에요. 만일 내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면 내 역량을 3분의 1로 명확하게 나눠서 진행하는 게 아니죠. 같은 시기에 진행하는 일이 있더라도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이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때 아랫분들을 보다 진심으로 대하고 칭찬을 하면 그도 역시 내가 쥐여준 일을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다른 일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마인드up 스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 필름 끊기는 현상은 왜 일어날까? (0) | 2011.06.27 |
---|---|
공잘차는법 - 축구공잘차는법 (0) | 2011.06.18 |
부자와 빈자는 5가지 차이가 난다 (0) | 2011.05.30 |
왜 꼭 참고 인내해야만 성공하는가? (0) | 2011.02.25 |
부자들에겐 인문학이 있었다 (0) | 2011.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