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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억 환수커녕 100억 추가…송백회가 예총 '뒤' 봐줬나

올소맨 2011. 1. 12. 07:59

» 1996년 정부지원금 165억원을 받아 짓기 시작했다가 재원 부족 등으로 1999년 이후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뒤 올해 다시 짓기 시작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의 서울 양천구 목동 공사현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9년 말 국회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에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 보조금으로 1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정부가 회수해야 하는 165억원마저 받지 않기로 했을 때 문화예술계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라는 비판이 거셌다. 문화연대는 예산안 통과 뒤 성명을 내어 “예술인센터 사업은 무능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총에 의해 방치돼 재정 낭비 및 사업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중단된,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특혜 사업이자 문제 사업”이라며 “이미 지원된 165억원에 대한 환수조처 철회와 100억원 추가 지원을 확정한 것은 정치권과 예총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문화부가 지난해 부실한 사업계획서로 버티던 한국예총에 이 예산을 모두 집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화계 일부에선 예술인센터 사업 추진 과정에 ‘강한 뒷배경’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의혹의 대상은 문화계와 정·재계의 친목 모임인 ‘송백회’로, 송백회는 한국예총 이성림 회장이 좌장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예술인센터 사업이 진행되는 중요 고비고비마다 송백회 회원들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9년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을 맡았던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이었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모두 송백회 회원이다.

2009년 말 국회를 통과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지원금 예산안’은 애초 문화부가 국회에 요청한 예산이 아니었다. 이 예산은 2009년 11월30일 열린 국회 문방위 소위원회에서 갑자기 등장했는데, 당시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서면 의견으로 400억원을 요구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박광무 문화부 예술국장은 사업 취지를 설명하며 “이것은 문광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사안입니다”, “특히나 지금 고흥길 위원장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라고 말하는 등 고 위원장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 예산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자마자 당시 문방위 소위원장이었던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어차피 본위원회에 가면 기획재정부가 최종적으로 심사하니 일단 올려보내자”며 10여분 만에 통과시켰다. 이후 계수조정위원회에서 지원금 규모가 100억원으로 깎였지만, 대신 정부가 한국예총한테서 회수하기로 했던 165억원은 돌려받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예산은 2009년 12월31일 심재철 예결위원장에 의해 예결위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해 고 의원은 “송백회 회원인 것은 맞지만, 이성림 회장의 로비는 없었다”며 “골조만 서 있는 예술인센터 건립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 정부와 여야 모두 공감했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논의해 더는 지원이 없다는 전제 아래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도 “송백회 회원이지만, (2009년 예산안 통과 당시) 그런 개별 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 당시 한국예총은 예술인센터 건립에 대한 내실 있는 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지현 문화연대 정책팀장은 “한국예총의 사업 진행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165억원을 탕감해주고, 1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예산안 통과 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국예총은 지난해 2월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 계획서’를 발표했지만, 일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예총이 창작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임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현재 한국예총은 문화부에서 받은 100억원 가운데 43억원을 공사비로 쓰고 5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로 들어갈 돈이 많은데 자금 마련 계획이 없어, 오는 7월 예술인센터가 완공된다 해도 대출금 450억원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술 창작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정부가 지원한 혈세 265억원이 얼마나 남게 될지, 어떤 형태로 예술인에게 도움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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