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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일로, 외식업계까지 피해확산

올소맨 2011. 1. 15. 08:06

구제역 확산일로, 외식업계까지 피해확산

살처분 가축만 150여만 마리…외식업계 공급난 불가피
한우 25%ㆍ돼지고기 34% 가격 올라…수입육도 덩달아 상승

 

 

구제역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구제역 확산에 따라 살처분된 가축 수가 15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에 당초 여파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던 외식업계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발생한 구제역은 13일 현재 현재 6개 시도, 50개 시군까지 확산돼 소 12만여 마리, 돼지 137만여 마리, 염소 3천여 마리, 사슴 1천여 마리 등 가축 150여만 마리가 매몰됐다. 소ㆍ돼지의 경우 국내 총 사육 두수의 11%에 이른다.

고깃값이 뛰고 있다

구제역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국내산 육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일 육우 가격은 한달 만에 평균 25.7%가 올랐다. 육우 품목 중에서는 3등급 암소 가격이 36.4% 올라 가장 인상폭이 컸다. 거세 3등급은 33.6%로 뒤를 이었다.

우려되는 것은 육우 1등급은 평균 8.45%가 오른 반면 외식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2등급 육우는 평균 18.6%, 3등급 육우는 평균 35.3%나 뛴 점이다.
돼지고기는 한우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1일 현재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보면 전월대비 평균 34.7%가 올랐고, 수퇘지 박피 3등급의 경우 73.7%가 올라 인상폭이 가장 컸다.

돼지고기 전체 박피 3등급은 한달 만에 평균 인상률 58.7%를 기록했고, 탕박 수퇘지 2등급은 56.6%가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고깃집, “2월 넘기기 어렵다”…소비자 기피 현상까지 겹쳐

이처럼 국내산 육류 가격이 겨울철에 오르는 원인은 구제역에 따른 가축 살처분ㆍ매몰에 따른 공급부족 때문이다. 내 대표적인 명품한우 생산지인 강원도 횡성도 이번 구제역의 여파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횡성축협에 따르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방역조치를 강화했던 도축장ㆍ축산기술연구소까지 구제역이 퍼짐에 따라 지난 12일 횡성한우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 11일 구제역 확산 이후 올해 설 명절용 한우 공급을 재개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 컸다.

생산이 중단되면서 횡성축협에서 운영하는 외식업체 한우프라자도 원료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1월 한달간은 지난해 연말 성수기를 대비해 도축해 놓은 200두의 한우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설 명절이 있는 2월에는 팔 고기가 없는 상태다. 횡성한우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운 만큼 수입산 쇠고기로 대체할 수도 없다.

횡성축협 외식사업부 황혜정 과장은 “쇠고기의 출하시기가 보통 생후 28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구제역이 1월 안에 끝난다 하더라도 당분간 공급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어 정부의 구제역 대응방안이 효과를 보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우 부족현상에 더해 고객 수 감소도 심각한 상황이다. 횡성한우 한우프라자는 구제역이 발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줄어 12일 현재 평년보다 고객 수가 80%나 줄었다.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점이 잘 알려져 있지만 언론의 잇단 가축 살처분 현장 보도가 고객들로 하여금 한우고기를 기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식업계가 육류 공급난에 더해 매출감소까지 겪지 않도록 구제역이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육류 소비 촉진 캠페인’을 지금보다 더 활발히 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량 부족에 수입산 가격은 급등?

국내산 육류 물량이 바닥나 수입산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관련 외식업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2010년 1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으로 소갈비 수입단가는 1kg 8001원으로 1년만에 50%가 상승했다.

또 삼겹살은 3개월 연속으로 내림세였지만 지난해 연말 전월대비 2.8%가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삼겹살 수입가격은 1kg 3841~6768원으로 평균 4630원선이다. 닭다리는 1kg당 평균 2271원으로 한달 전보다 5.6%가 올랐다.

돼지고기 중 삼겹살은 연말 송년회 특수기가 지나 수요가 다소 줄어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족발은 국내산 수입산 모두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주)장충동왕족발은 최근 족발품귀로 전국 170여곳 ‘장충동왕족발보쌈’ 체인점이 쓸 족발물량의 60%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40%나 올라 1㎏당 4700~5천원선에 거래되는 국내산 족발의 가격도 문제지만 웃돈을 얹어줘도 물량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더 크다. 장충동왕족발보쌈 체인점들이 한달에 쓰는 족발만 200t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수입산 족발로 대체할 계획도 세웠지만 수입산 족발 가격이 12일 현재 1㎏ 5천원으로 국내산만큼 비싸져 어렵게 됐다. 국내산 족발이 부족해지면서 외식업체 간 족발 구매 경쟁이 부른 결과다.

장충동왕족발 이상한 상무이사는 “족발을 구하기 어려워 대체메뉴로 돼지고기 머릿살인 편육판매를 유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에 매출에서 10% 정도를 차지해온 편육으로 족발 부족현상을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족발을 브랜드 대표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보니 족발 수급난의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맹점 공급 중단 시 무더기 계약해지 우려도

가맹점의 식재료 수급 의무를 지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에는 이번 구제역으로 가맹점과의 계약위반에 내몰릴 처지에 빠진 곳도 있다. 육류 수급난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쌈, 찌개, 삼계탕 등을 취급하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한 본부는 지금보다 졸업ㆍ입학식이 몰리는 3월 외식업계 성수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이 본부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큰 본부 중에는 지난해 육류를 충분히 비축해 놓은 곳도 있지만 그마저도 2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가맹점 영업이 중단돼 무더기로 계약이 해지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육류 수급난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육류 유통업자들이 사재기를 한다는 소문도 나온다.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업자들이 물량이 있으면서도 판매를 꺼린다는 것이다.

국내산 육류의 부족현상을 해결하려면 육류 수입량을 늘리는 방법뿐이지만 그마저도 당장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산 육류를 쓰다가 수입산으로 대체하려면 음식의 맛이 바뀌어 레시피를 따로 개발해야 해 여기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것. 게다가 구제역이 예상과 달리 확산됨에 따라 육류 수입상들도 갑작스런 파동에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놀부 김미은 과장은 “최근 육류수입업체들에 문의해보니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못해도 2~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2월 구정기간은 물론 길게는 5월까지도 육류 공급량이 평년 수준에 못 미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업계도 파동 미칠까 ‘전전긍긍’

구제역 파동은 외식업계 뿐만이 아니라 우유업계의 시름도 깊게 하고 있다. 우유 소비가 정체된 상태에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유제품 소비가 더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젖소의 살처분에 따라 3월 성수기에 수요를 맞출 수 있을 지도 걱정이다.

현재 서울우유는 조합 소속 낙농가에 방역약품 등을 지원하는 한편 공장에 방역시스템을 가동 중이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공장을 출입하는 인력의 소독을 강화하며 사태가 진정되기 만을 바라는 상황이다.

“대만ㆍ영국 축산업 붕괴 남 일 아니다”

이처럼 구제역의 여파가 외식업계까지 미침에 따라 국내 축산업의 붕괴까지 부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다.

가까운 대만의 경우 1997년 3월 구제역이 발생해 당시 대만 사육돼지 두수의 40%인 385만여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구제역 발생 초기 단계부터 3천만개의 백신을 접종하며 확산을 막으려 했음에도 한달 뒤인 4월 구제역은 더 확산돼 백신을 추가로 1천만개 더 접종해야 했다.

이후 대만 정부는 매년 1회씩 구제역 백신을 예방접종해왔지만 이후 4번이나 구제역이 더 발생해 현재 축산업이 거의 붕괴한 상황이다.

영국의 사례도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2001년 2월 영국은 구제역 확산으로 1천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살처분했다. 당시 피해액은 약 85억파운드, 한화로 약 16조원에 달했다. 주요 피해 가축이었던 양은 영국 내 총 사육두수의 10%인 4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제역은 가라앉지 않았다. 2007년 8월 구제역이 또다시 발생해 영국은 구제역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자국 축산기반이 무너졌다.

정부, 백신예방접종ㆍ하루 단위로 상황 점검키로

이처럼 국내 축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12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국무총리, 관계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제역 대응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간 실시해 온 백신 예방접종을 전남ㆍ전북, 경남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이에 지금까지 확보된 백신물량 1100만두분 이외에 추가 소요량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또 정부는 백신 예방접종 확대와 함께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총리가 함께 하루 단위로 구제역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도 밝혔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설 귀성객 이동 대책을 언급, “이번 설 이전에 큰 물줄기는 잡겠다는 생각”이라며 “우선 출입국 검역을 강화하고 축산 농가의 자체 방역수칙 준수, 구제역 발생 지역의 차량 이동 통제 및 철저 소독 등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전국적인 백신접종 등 대응방침에 대해 뒤늦은 선택이라는 비판여론도 나온다. 이미 살처분 가축수가 150만 마리를 넘고 보상금을 포함한 지출이 1조 4천억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도 확산될 조짐을 보여 정부와 식품ㆍ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정배 기자ㆍ신원철 기자 ks1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