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충남문인협회 회장?문학평론가 지난 10월 초는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유난히 높았던 계절이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시인 고은도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었을 터였다.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경기도 안성시의 고은 시인이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수백 명의 보도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러나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페루의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로사를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깜짝 선정했다. 낭보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쉬움을 지그시 눌러두고 생각해 보면 우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는 언감생심이었다. 세계 최고의 권위인 노벨상은 결코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확률과 통계로 점쳐질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종을 잡기 위해 장사진을 쳤던 기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느닷없는 호들갑에 불과했다. 최근 6년간 노벨문학상은 소설가 5명과 극작가 1명이 수상했으니 이제는 시인이 수상할 차례가 되었다고 했다. 그간의 수상 국가별 통계를 보니 이제는 비유럽권으로 차례가 돌아올 확률도 높다고 했다. 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아직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나라다. 고은이든 누구든 이 상을 받는다면 로또복권에 당첨된 경우에 해당한다. 왜 그런가.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문학작품의 번역 실태를 이유로 꼽는다. 한국어 특유의 감성과 감미로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전문번역가가 없다는 것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해외에 알린 미국의 에드워드 사이덴스티거 같은 번역가를 양성하지 못하는 제도를 강조한다. 일본이 약 1만5000여 종의 문학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동안 한국문학의 해외 전파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은 고작 28개 언어로 450종을 번역하는 데 그쳤다는 사례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번역의 문제는 일부분만 옳다. 인도의 타고르가 노벨문학상을 탈 때 스웨덴 한림원은 벵골어로 씌어진 그의 시를 스웨덴어로 번역시켜 읽고 벵골어 강의까지 들었다고 한다. 언어의 장벽이 절대적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또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주연 원장이 연전에 기고한 내용을 심각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 노벨문학상을 받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답을 이렇게 했다고 한다. “당신은 올해 무슨 소설집?시집을 읽으셨습니까”, “(만일 읽은 책이 없을 경우) 당신이 바꾸어지면!”이라고. 1901년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래 동양권에서는 인도의 타고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중국의 가오싱젠만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이를 근거로 사람들은 수상권이 서구, 특히 유럽 중심으로 편중돼 있고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서구적 관점에서 판단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앞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 국가와 우리나라의 독서인구, 독서량, 독서습관을 비교해 본 적은 있는가. 앞서 김주연이 제기한 대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열망하는 당신은 올해 무슨 책을 얼마나 읽으셨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독서풍토나 문학에 대한 독자의 관심 정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알량한 지원을 엄청난 시혜로 인식하는 제도의 문제도 문학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몇몇 문학지와 소수 작가에 대한 출판지원으로 투자되는 몇억 원이 중앙정부 문학지원 예산의 전부라면 믿겠는가. 광역자치단체의 문학지원 예산 총액이 몇천만 원이라면 믿겠는가. 국가대표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투자되는 태릉선수촌의 1인당 예산과 국가 전체의 문학지원 예산을 비교한다는 건 민망해서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단체 중의 하나인 한국작가회의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기금을 배분하면서 “광우병 반대시위에 참석하지 않았고, 앞으로 집회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3400만 원의 기금을 받지 않기로 한 결기어린 자존심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3대 문인단체의 하나에 고작 기천만 원을 지원하면서 각서를 들이댔다가 호된 망신만 당했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러고서도 시인 고은의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앞다퉈 대서특필하는 게 우리나라다. 프로골프선수의 모자에 로고 하나 얹어 광고 효과를 보자는 기업이 문학단체나 작가에게 얼마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게 문학이다. 골프선수 모자 하나 값도 못하는 이런 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그건 정말 기적이다. 시집을 진열하는 서가 하나 없이 서점 운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아직 노벨문학상을 탈 자격이 없다. 윤성희(충남문인협회 회장?문학평론가) |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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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비언어 공연 <난타>를 13년째 대흥행시킨 송승환(53) PMC프로덕션 대표가 지난 9월 초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초대 학장에 임명됐다. 9월 말 안동 하회탈춤을 소재로 퍼포먼스 <탈>을 새로 무대에 올린 송 대표를 10월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 있는 PM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들이 직장에서 밀려날 나이에 일복이 터졌다”는 송 대표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융합문화예술대학의 방향은. =영화, 연극, 드라마, 쇼프로, 라디오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해왔다. 멀티플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가 됐다. 다른 분야를 잘 모르고서는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인문학은 순수학문이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드는 융합대학도 필요해졌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제대로 인생을 사는 것인 양 말하는데, 획일적인 것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문화공연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원천 소스가 부족하다. 소설은 지나친 작가주의에 빠진 듯 재미가 없다. 너무 관념적이고 독자를 위한 소설인지 평론가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을 생각하는 시각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대중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야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온다. 대중과 교감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것이다. -<난타> 등을 통해 한국적 문화예술을 새롭게 바꿔왔다. =원형을 보존?계승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원형을 깨부순 뒤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부숴야 하나, 지켜야 하나’를 가르는 것은 너무 획일적인 시각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문화 발전에 도움된다. <난타>나 <탈>처럼 원천 소스를 갖고 현대적 공연을 만들어야 어필한다. 한류는 절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퍼져나가고 있다. 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유럽 등 ‘문화강국’으로 뻗어나가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판박이’ 아이돌 그룹이 넘친다는 비판이 있다. =너무 아이돌 그룹으로 몰린다는 우려가 있지만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돌 그룹은 그들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70?80은 70?80대로 필요하다. 쏠림 현상이 크고 텔레비전에 많이 의존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잘 모르지만, 10대?20대에게 물어보면 팀마다 개성이 있다고 한다. 이해 못한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그 세대의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 아이돌 그룹도 레드오션이 돼, 누군가 새 상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국내 문화산업 시장은 넓어졌나.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재투자가 안 되다 보니 인재들이 떠난다. 영화를 제외한 문화산업 시장을 현재의 3천억원대 규모에서 1조원대로 키워야 한다. 문화 콘텐츠도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생겨야 한다. 아직도 초대권으로 공연을 보려는 사람과 영상물 불법 다운로드가 너무 많다. 적은 관객으로 수익을 내려니 입장료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관객이 1만 명이면 입장료가 3만원이면 되지만, 3천 명이면 10만원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다. 갈빗집 하는 친구에게 갈비를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않으면서, 공연은 공짜 티켓을 원한다. 오락 기능으로서 텔레비전 의존도가 너무 높고, 지나친 서울 중심주의와 다양한 유흥문화도 문화시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 먹고살 만해졌으니, 삶의 가치와 행복을 문화에서 찾을 때다. -문화예술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성공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지도 않았지만 행복하게는 살고 있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재미있는 길을 선택했고, 실패하고 손해도 봤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와서 힘들지 않았고 행복했다. 싫어하는 일이면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전에 학교, 오후는 회사, 밤에는 공연장, 이렇게 하루를 셋으로 쪼개 산다. 각자가 자신의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바란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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