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원전유서’가 공연됐다. 이 공연은 장장 다섯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2008년 7월 첫 공연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두 번의 인터미션을 낀 장시간의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은 수고한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뒤엔 연출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대표 김소희, 배우 윤정섭, 작가 김지훈 등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이자 연극 ‘원전유서’의 주인공 어진네를 연기한 배우 김소희는 “인터미션이 두 번이라 관객들이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또한 관념적이고 폭력적인 표현들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올리기에 앞서 관객들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며 공연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쓰레기 매립지 위에 살고 있는 주소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발 딛고 사는 땅의 지번(地番)을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넝마주이 노인이 철학을 논하고 실직청년은 엉뚱한 논리로 새로운 형태의 토지를 세상에 요구한다. 이 쓰레기 매립장을 지배하는 인물은 우출. 그는 불구가 되어버린 이웃남자의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산다. 그러나 우출은 언제나 폭력과 착취의 습관으로 그들을 지배한다.
김지훈 작가는 “고백하자면 작품 안에 나오는 가족사는 내 가족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많이 맞았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어둠을 날려버렸다.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을 올리게 돼 영광이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는 “사람들은 다양하게 살지 못한다. 중산층의 보편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더욱이 연극을 보러 돌 정도의 사람이라면 백 퍼센트 그렇다. 이런 사람들에게 연극은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인생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대단히 천박하고 짐승처럼 사는 삶… 그게 연극이 가진 역할이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을 매끄럽게 만들지 않고 길고 많은 사건과 장면을 복잡하게 끌고 간 이유’에 대해 “압축, 비약, 생략 등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2시간 40분 3시간 분량으로 줄일 수 있다. 나도 공연을 함께 봤는데 줄이고 싶다. 힘들다(웃음) 연극 텍스트는 고정화된 게 아니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한 대목을 읽는 듯한 대사(관념적이고 시적인 대사)에 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이 작품을 직접 쓴 김지훈 작가는 “기본적으로 희곡은 일상어에서 벗어나 문학성에 기본을 둔 언어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많은 공연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나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갈 거다. 일종의 저항이다”고 얘기했다.
직접 연기를 했던 남전 역의 배우 윤정섭은 “그런 대사들이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멋있는 대사들이 많다. 몰입해서 연기를 하다보면 황홀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연극 ‘원전유서’는 2009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으로 지난 10월 24일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을 기획했던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11월 5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새로운 작품 햄릿(이윤택 연출, 윤정섭 배우)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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