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문내기

외국 손님들 접대하기 좋은집 - 서울 맛집

올소맨 2009. 4. 25. 03:22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한식당을 앞다퉈 폐지하면서 외국손님을 접대할 때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이런 이들에게 추천할만 한 곳이 바로 서울 김포공항 인근 메이필드호텔의 한정식당 ‘봉래정’(02-2660-9020)이다. 2003년 10월 오픈한 이곳은 옛 양반가풍 전통한옥에서 전통한국 음식의 결정체인 ‘궁중 한정식’의 진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봉래정은 이일구 대목이 2년 넘도록 공을 들여 완성한 ‘ㄴ’ 자형 독채다. 호텔내 도로에서 접어드는 대문을 지난 후 중문 하나를 더 거쳐 안채에 이르는 구조로 돼있다.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 등이 얽혀 있는 섬세한 구조이며 대들보로 쓸 만한 목재가 쉽게 구해지지 않아 미국산 더글러스목을 들였을 뿐, 나머지는 강원 정선의 숲에서 자란 원목을 직접 골라 1년 동안 건조해 사용했다고 한다.

철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한옥 건축양식 그대로인 ‘짜맞춤 기법’만으로 지어졌다. 천장이 높아 웅장함을 느낄 수 있으며, 한지를 바른 격자창은 통풍도 좋고 햇볕 따스한 날에는 부드러운 햇빛의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고유의 맛뿐만 아니라 한국전통 주거공간에서 풍기는 멋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봉래정’은 한국전통 정원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작약, 모과나무, 소나무, 무궁화, 살구나무 등 고유의 전통수종들이 철 따라 한국화의 화폭을 눈 앞에 펼쳐놓는다. 특히 탱자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눈에 띈다. 이는 조상들이 탱자나무 가시에 걸려 귀신이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전설을 되새기게 한다.

한국전통 정원에서 볼 수 있는 4각의 연못도 ‘봉래정’ 정원 가운데에 만들어져 있다. 또 석등과 괴석의 여러 가지 석물, ‘봉래정’ 뒤편으로 돌아가면 있는 장독대까지 한국전통 정원의 모습 그대로다. 규모는 작지만 그 수준만큼은 중국 상하이가 자랑하는 ‘예원’ 못잖다.

볼거리는 또 있다. 각 방에 있는 신사임당 그림의 낮은 병풍과 윤선도 그림의 가리개, 홀에 걸린 가야금과 곳곳에 유기그릇과 반상이 장식품으로 놓여있다. 또 음식이 담겨 나오는 구절판 그릇과 죽그릇들은 무형문화재 77호 이봉주 선생이 ‘봉래정’을 위해 직접 제작한 유기다.

‘봉래정’의 음식은 심심한 듯 간을 맞춘 서울·경기 지방 조리법에 근간을 둔 궁중음식을 기본으로 한다. 전통 궁중음식을 재현하는 곳답게 진구절, 건오절판, 신선로, 전복초, 수삼 마구이, 한방 꼬리찜 등으로 이뤄지는 코스 정식(봉래 12만원, 풍악 9만원, 금강 8만원, 진연 5만9000원 등)이 있다. 또 계절별로 계절정식을 만드는데 요즘은 산채돌솥비빔밥, 찻잎은갈치조림 등이 입맛을 돋군다.

이곳 최고의 자랑은 MBC TV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던 요리들로 구성된 ‘수랏상 상차림’이다. 타락죽과 순무물김치, 홍시 죽순채, 무화과 꽃쌈, 세가지 전유화, 삼합장과, 궁중 신선로, 너비아니 구이, 기본찬, 대나무 통밥과 된장조치, 생란과 수정과, 신선한 과일로 구성된다.

‘봉래정’의 주방은 20년 경력의 이금희 조리장이 책임진다. 특급호텔에서 한정식만 20년 넘게 해온 이 조리장은 특급호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조리장 출신이다. 이 조리장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서울·경기 지방에 근간을 둔 궁중음식의 기본을 보이고 있다”며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전통한식 특유의 담백한 맛에 곧 사로잡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봉래정’은 주방에서 직접 손맛으로 음식을 만들고 김치, 젓갈도 직접 담는다. 후식으로 내놓는 떡, 계절별로 오미자차, 오디차, 인삼차, 매실차 등도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모든 식자재는 메이필드호텔이 소유한 예산농장에서 유기농 채소들을 직접 재배해 사용한다.

이 조리장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로 담근 김치는 맛이 틀리다”면서 “유자나 매실 등 계절별로 농장에서 온 것으로 후식을 만들어 내면 손님들이 그 맛을 알아본다”고 자랑했다.

이곳은 정통 궁중한식이긴 하지만 1인 신선로를 사용하고 개별 접시를 이용해 개인별로 정갈하게 서비스해준다. 한 접시에 음식을 함께 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당연히 좋은 반응을 보인다. 뜨거운 음식은 그때그때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탕이나 국은 물론이고 전유어도 주문시 바로 부쳐서 제공한다.

‘봉래정’은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정치가, 기업인 등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영화배우 안성기, 이장호 임권택 심형래 감독,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등이 단골이며 베트남 전 부주석, 멕시코 하원의장, 콜롬비아 상원의장 등이 한국을 찾으면 꼭 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