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자나, 돈트!’ 리뷰
동성애자들에게는 벽장이 필요하다. 즉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깊숙이 숨겨놓을 만한 벽장을 필요로 한다. 반면 그들 중 일부는 벽장 속의 ‘그것’을 사회 앞에 드러내 당당히 ‘커밍아웃’을 하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들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역시 뜨거운 감자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혐오론에서부터 용인론까지 다양한 관점이 공존한다. 최근에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반인들의 시선이 (전에 비해)점차 부드러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내재된 ‘비호감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만약 동성애자들이 용해된 분위기를 틈타 사회가 구축한 일정 선을 넘어선다면, 그들은 또 다시 벽장 속으로 돌려보내져야 할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홀홀히 꽃을 피운 작품, 뮤지컬 ‘자나, 돈트!’는 사랑에 관한 우리의 고정화된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남녀커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이다. 이 작품 속 배경이 되는 하트빌 고등학교는 남남∙여여커플, 즉 게이 커플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다. 이 작품의 작사와 작곡, 대본을 쓴 팀 아시토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사연을 듣고 ‘왜 동성애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연을 보낼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뮤지컬 ‘자나, 돈트!’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다수의 이성애자들로부터 역전시킴으로써 사랑에 담긴 근본적 의미에 대해 통찰력 있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사랑, 그것은 성적 구분을 막론하고 언제나 위대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동성애가 정상인 사회를 보여주던 ‘자나, 돈트!’는 일장춘몽처럼 결국 이성애자들의 세상으로 돌아와 끝을 맺는다. 숨 가쁘게 진행됐던 하트빌 고등학교의 상상력이 원점으로 돌아온 순간 관객들 역시 망상으로부터 현실의 눈을 되찾는다. 이렇듯 허무하게 전복된 결말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나, 돈트!’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위트를 잃지 않는 반전이다. ‘자나, 돈트!’는 끝까지 열린 마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결말을 통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는 소망의 메시지로 행복한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자나, 돈트!’의 양극을 뒤바꾼 역발상은 일차적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더불어 작품 곳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위트와 여러 장르가 뒤섞인 넘버, 빠른 플롯 전개와 탄탄한 구성력은 뮤지컬 ‘자나, 돈트!’를 작품성 면에서도 높이 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여행·영화·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객평가] 뮤지컬 ‘드림걸즈’ (0) | 2009.03.15 |
---|---|
[공연랭킹] 3월 둘째 주 인기공연 (0) | 2009.03.15 |
뮤지컬 ‘드림걸즈’ 세계초연 (0) | 2009.02.26 |
개그우먼 김미려 뮤지컬 도전 (0) | 2009.02.20 |
빅뱅의 ‘승리’ 뒤이을 꽃남은 누구? (0) | 2009.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