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강남 직장인 회식 장소로 인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청계산의 맛집은 지금 한창 변화 중이다. 최근 2~3년간 변화하는 청계산 먹을거리촌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쾌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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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푸르러지려면 앞으로 수일은 더 있어야겠지만 앞서 걸어온 꽃마을에선 형형색색의 봄꽃이 한창이고 봄나물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질인다. 눈과 코의 향락을 물리치고 한 걸음 나서니 봉긋하게 솟은 청계산이 보인다. 청계산은 서울 근교의 산 중 가장 여성적인 산.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이 우뚝 솟은 바위로 남성미를 과시하는 산이라면 청계산은 보드라운 흙으로 도톰하게 둘러싸인 여인의 둔부를 연상케 한다. 코스도 완만하고 길 전체가 흙길이라 맨발로 걷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 |
산의 개성을 닮기라도 하듯 청계산 주변의 맛집은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일반적인 등산로 먹을거리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등산객이 아무리 많이 몰려도 호들갑스럽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청계산에 먹을거리촌이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보통 40~50년 전통의 원조 음식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다른 근교 산과 달리 청계산 식당 중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당진 콩 순두부’는 18년 전통이 고작이다. “18년 동안 줄곧 손순두부를 만들어 오셨나 봐요?” “아니, 원래는 등산객 상대로 음료나 간식을 팔던 간이 슈퍼였어.” 18년 전통도 온전한 식당으로서의 경력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주인 아저씨, 전통은 무슨 전통이냐며 멋쩍은 표정이 역력하다. 역사가 짧다는 단점이 오히려 맛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까. 현재 당진 콩 순두부는 청계산 등산로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당진 콩 순두부의 호황을 기점으로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는 손두부, 해장국, 보신탕을 취급하는 맛집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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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음식점이 많지 않았어요. 한 열댓 집 됐나?” 청계산 마당발로 소문난 이상천 씨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청계산의 음식점은 15집 남짓이었다. 지금처럼 60여 집이 모여 먹을거리촌 형태를 띤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등산 인구가 급격하게 늘자 청계산에도 ‘음식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청계산에 맛있는 집이 많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 새로 생겨난 음식점은 기존의 식당과 곧바로 비교되기 때문에 더 특별한 비법을 개발하고 강력한 서비스를 갖춰야 했다. 특히 간판을 맞대고 오밀조밀 모여 있는 등산로 맛집의 특성상 그 노력은 시내 일반 음식점의 몇 배는 족히 되었다. 결국 이런 경쟁이 청계산 먹을거리촌의 내공이 쌓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이다. 최근 이곳에는 대형 음식점과 특화한 메뉴를 가진 음식점이 하나 둘생겨나고 있다. 등산객 수가 꾸준히 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부터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직장인들이 점심이나 회식 장소로 청계산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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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통밥으로 유명한 ‘원터골’의 최영일 사장은 “평일에는 80% 이상이 직장인 손님”이라며 청계산 주변이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주요 외식 거리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리밥을 전문으로 하는 ‘보릿골’도 마찬가지.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푸짐하게 차려지는 밥상에 직장인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등산로 초입에 세워진 ‘조선면옥’은 청계산의 대형 음식점 유행을 엿볼 수 있는 대표할 만한 식당이다. 인테리어나 메뉴만 보더라도 고급스러움을 내세웠다. 가격도 만만찮아 가볍게 산행을 즐기러 온 등산객이 한 끼 즐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식당은 언제나 등산객으로 만원이다. 최근 청계산 먹을거리촌은 2010년에 완공될 지하철역 덕에 행복한 고민 중이다. 다른 근교 산에 비해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청계산 입구에 지하철역이 완공되면 등산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등산로가 넓어지고 산이 커지면 음식도 맛있어지게 마련이다. 청계산 먹을거리촌처럼 맛의 변화가 빠른 곳은 더욱 그렇다. 5년 후 이곳의 먹을거리촌은 얼마나 다양한 맛을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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