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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전쟁, 10일 '러' 총공세 본격화

올소맨 2008. 8. 11. 03:57

남오세티야 독립 문제로 촉발된 그루지야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사흘째로 접어든 10일 러시아군의 총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전황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인근 군 비행장을 폭격하고 해군을 동원해 그루지야의 흑해 연안을 봉쇄하고 나섰으며, 그루지야의 또다른 친러 성향 자치공화국 압하지야도 공식적인 병력 지원에 나섰다.

그루지야와 러시아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함들은 그루지야의 흑해 연안 항구도시 포티로 통하는 길목을 봉쇄하면서 곡물을 싣고 가던 우크라이나 화물선의 정박을 막았다.

또 러시아 군은 그루지야 국경에 보병 1만명과 장갑차, 전차 등을 배치했고 압하지야의 흑해 연안 항구 아참치라에도 해군을 파견했다.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러시아 군이 일단 그루지야를 압박한 뒤 그루지야의 태도를 봐 가며 총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이번주 초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이런 총공세 움직임 속에 그루지야는 남오세티야에 진주시켰던 군대를 철수시키면셔 휴전을 제의하고 나섰다. 쇼타 우티아슈빌리 그루지야 내무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국 병력이 남오세티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리들은 남오세티야에서 적어도 2천명이 숨졌다고 전했는데 사망자 중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그루지야 외무부도 현재까지 150명의 자국민이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현지 TV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전투기들이 트빌리시 인근 고리 시(市)를 공습해 민간인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그루지야와 러시아 사이의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날 남오세티야 접경 러시아령 북오세티야를 방문했다가 모스크바로 돌아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의 민간인 '대량학살'이 자행됐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수십명의 그루지야 민간인들이 피살됐다는 그루지야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자국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 난민들을 피신시키기 위한 '인도주의적 이동 통로' 2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루지야의 우티아슈빌리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3만여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유엔은 6천∼7천명의 교전지역 주민이 그루지야 내 다른 지역이나 러시아 영토로 피신했다고 추정했다.

국제사회는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전쟁을 중지시킬만한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프랑스는 9일 성명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주 초에 긴급 EU 외무장관 회담이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부 장관에게 빠른 시일 내에 현지를 방문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동시 철군을 포함한 3단계 전쟁 종식 계획을 제안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전쟁 반발 후 처음으로 9일 성명을 발표하고 그루지야에서의 즉각적인 무력 사용 중지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반 총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 중인 압하지야까지 전쟁이 확산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1992년 그루지야와 독립전쟁을 치른 압하지야에는 1994년 체결된 휴전 협정에 따라 한국 평화유지군 7명을 포함해 25개국 127명이 상주, 정전 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또 EU와 미국의 공동 대표단이 9일 오후 늦게 그루지야에 도착, 중재 역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10일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과 협상 개시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도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7일 이후 세번째로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야가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제안했다.

하지만 '모든 당사자의 무력 사용 중지'라는 성명 초안의 문구가 그루지야의 국방력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반대하면서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미국은 러시아가 그루지야에서 군사 행동을 벌인다면 미-러 관계에 "중대하고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일에도 그루지야의 요구로 또다시 안보리 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성명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