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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 브런치 말고 드라이브 어때?

올소맨 2008. 6. 5. 09:28

브런치 말고 드라이브 어때?

토요일 오전, 눈을 뜨는 대로 떠나는 일상의 여행, 짧은 하루를 이용한 판타스틱 드라이브 코스!



그녀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주로 가로수길이나 청담동 브런치 카페로 향한다. 브런치 타임은 언제나 즐겁다. 일주일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오랜 습관이 되어버렸다. 오후 2시가 되자 몇몇 친구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남은 그녀와 한 명의 또 다른 친구는 요즘 뜨고 있는 전시회를 보러 함께 인사동에 가기로 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까지 본 후 근사한 와인 바에 들러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마셨다. 누가 봐도 아쉬울 것 없는 하루다. 하지만 반복되는 주말 패턴이라면.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는 자유다. 하루 종일 잠을 자도 좋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괜찮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좋다. 중요한 것은 일상 탈출! 브런치도, 전시회 관람도 식상해졌다면 떠나자. 숙소를 정하고 트렁크를 꾸리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하루 나절로도 충분하니까. 초보도 용기 내볼 만한 판타스틱 드라이브 코스가 여기 있다.

토요일 이른 아침, 도로는 매우 한산하다. 목적지는 강화도다. 이대로라면 강화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김포 방면으로 차를 몬다. 이때 음악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 그날 기분에 따라 어떤 음악을 준비해도 상관없다. 오늘 여행의 OST를 잘 고르는 순간 여행의 풍경은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올림픽대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한강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평상시에 보던 한강과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심지어 한강 철교 위로 지나는 전철조차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여행의 힘은 참으로 오묘하다. 기분에 따라 일상 풍경이 달라 보이니 말이다.

올림픽대로 끝까지 달리면 강화도로 가는 48번 국도가 나온다. 하지만 오래된 샛길인 78번 제방 도로를 선택한다. 제방 도로는 말 그대로 한강을 따라 서해까지 가는 작은 도로.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샛길의 여유로움은 예상 밖의 즐거움을 준다. 비록 한강 쪽으로 철조망이 단단하게 쳐 있지만, 철조망 너머 점점 폭이 넓어지는 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제방 도로를 벗어나면 강화도 해안 도로 일주의 관문인 초지대교까지는 20분. 초지대교는 2002년에 개통되면서 강화도를 드라이브 명코스로 바꿔놓은 일등 공신이다. 여기서부터 동막을 거쳐 낙조 조망지로 유명한 장화리로 이어지는 코스가 바로 강화도 남단의 해안 도로 드라이브의 백미다. 자, 지금부터 판타스틱 드라이브 코스로 진입한다.

초지대교 가는 길

초지대교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올림픽대로에서 김포 방면으로 달리다 78번 제방 도로를 탄다. 48번 도로를 타도 상관없다. 30분쯤 달리다 양곡(양촌)에 도착하면 강화대교로 향하는 48번 국도와 초지대교로 향하는 352번 도로가 나타나는데 초지대교로 가기 위해서는 352번 도로로 갈아타야 한다. 352번 도로에서 초지대교까지 가는 길은 일정한 거리마다 이정표가 있어 초행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강화대교를 건너 해안 도로를 따라 초지대교까지 내려오고 싶다면 48번국도를 타고 직진을 하면 된다.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 찾기가 쉽다.




★ 여기가 강화도 드라이브 핵심 포인트

강화도에는 전등사와 보문사 등 크고 작은 사찰이 제법 있다. 그중 해안 도로 드라이브 코스에서 만나는 정수사는 보문사나 전등사보다 규모가 작지만 서민적인 풍모가 풍긴다. 정수사(032-937-3611)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보물 제161호로 지정된 대웅전의 문창 살. 모란과 장미가 활짝 핀 모습을 목각으로 깎아 만든 문창 살은 색상이 화려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살로 손꼽힌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간다면 보문사(032-933-8271)에 들러봐도 좋다. 남해의 보리암, 양양의 낙산사와 더불어 3대 기도처로 알려진 보문사는 사찰에 서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비로운 정경이 펼쳐진다.

다양한 스타일의 갤러리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코스다. 강화에선 현재 무려 10여 개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다. 갤러리는 대부분 연중 관람이 가능하다. 특이한 것은 기존의 폐교, 건물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공간 구성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해안 도로 드라이브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코스모스 갤러리(032-933-6188, www.cosmosgallery.co.kr)는 폐교된 내서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외포리를 지나 황청포구로 가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km 정도 직진하면 오른편에 있다. 전시 작품들은 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룬다. 관람료는 없으며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연중 개관한다.

운전 중 곳곳에 보이는 펜션도 그대로 지나치지 말자. 강화도는 창문을 열고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바닷가에 펜션이 많다. 이상하게도 다른 지역에 비해 스타일리시한 펜션이 많아 일부러 펜션 투어를 따로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강화도 해안 도로를 따라 일주하다보면 바닷가 쪽으로 목재를 이용한 펜션이 하나 보인다. 이 펜션은 영화 <메종 드 히미코>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메종 드 라메르(032-937-7460)다. 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꽤 스타일리시한 펜션으로 소문난 곳이다. 3대가 모여 살며 텃밭을 가꾸고, 대하를 키우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에게 들러 물 한잔 청하며 강화도 가는 길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줄 것이다.

강화도까지 왔으니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초겨울까지 이어지는 대하는 강화도의 명물이다. 섬 곳곳에 대하 양식장이 있는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살아 있는 새우를 맛볼 수 있다. 동막해수욕장, 선수포구, 외포리 등 횟집 밀집 지역이 유명하다. 양식장에서 직접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판매하기도 하는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가을엔 전어, 봄에는 밴댕이가 맛있는데, 두 생선이 생김새도 비슷하고 먹는 방법도 다르지 않아 계절에 따라 같은 조리법으로 판매된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는 전어가 제철. 회로 먹는 것보다 각종 야채와 매콤하게 무쳐 큰 대접에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별미다. 크고 작은 포구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해산물을 판매하는 아주머니들과의 만남도 정겹다. 외포리 좌판 시장이 유명하지만 관광객이 워낙 많아 가격이 비싼 편. 한적하고 저렴하게 해산물을 즐기고 싶다면 대명포구나 선수포구의 작은 좌판 시장을 찾는 것이 좋다.




추천 코스

초지대교 → 황산도 → 정수사 → 동막유원지 → 갯벌센터 → 선수포구 → 선수선착장 → 석모도(민머루해수욕장 ? 보문사) → 외포리 → 코스모스 갤러리

황산도에는 작은 어판장이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아침 식사를 못했다면 이곳에서 간단하게 요기하는 것도 좋다. 갯벌센터는 총 3층 규모의 갯벌 전시관. 강화도 갯벌의 전반적 자연 생태를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입장료 1천5백원. 선수포구에서는 철마다 나는 간단한 해물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요즘에는 대하·전어·꽃게 등이 맛있다.

석모도에 가려면 선수선착장에서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왕복 1만6천원의 뱃삯을 지불해야 한다. 차가 너무 많아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주차해놓고 몸만 가는 것도 좋다. 석모도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도 있다. 보문사는 입장료 2천원을 내야 한다. 절 자체의 정경도 좋지만 4백18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마애석불좌상은 꼭 보고 오자.